제도혁신연구소
안녕하세요. 제도혁신연구소 이무영 제도혁신연구소 부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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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캘리포니아 휴양지의 토스카나풍 별장. 하객 대상 토론회에 숲속 스파 피로연까지, 며칠에 걸쳐 이어질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신랑은 24세의 AI 전문 헤지펀드 설립자, 신부는 AI 선두 기업 앤스로픽 CEO의 비서실장이다. 신부가 주문한 콘셉트는 "유럽식 정원에 특이점 직전의 분위기"였다. 미국 경제매체 포천은 이들을 "AI 파워 커플"이라 불렀다.같은 시각 신랑은 자신을 스타로 만든 펀드가 보유한 상장 주식 전량을 헐값에 팔아치우고 있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신랑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2024년 인터넷에 공개한 165쪽짜리 에세이의 한 구절이다. 제목은 "상황 인식(Situational Awareness)", 그가 세운 펀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논문도 보고서도 아닌 이 글은 공개 직후 실리콘밸리의 필독서가 됐다.석 달 뒤 그는 펀드를 세웠다. 운용 경험은 전혀 없었지만 컬럼비아대 19세 수석 졸업, 오픈AI 연구원 출신이라는 이력
2014년 업무차 세콰이어 캐피탈을 방문했다. 세콰이어는 유망 스타트업을 골라 초기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중에서도 세계 최고로 꼽히는 회사다. 사무실은 독특했다. 샌프란시스코 외곽의 골프장을 인수해 개조한 곳으로, 클럽하우스가 곧 일터였다. 압권은 로비였다. 로비의 가장 넓은 벽으로 그들이 투자한 회사 창업자들의 사진이 흘러갔다. 스티브 잡스(애플),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구글), 래리 엘리슨(오라클), 젠슨 황(엔비디아)…. 실리콘밸리의 역사가 벽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미팅 상대는 다리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나왔다. 스위스에서 스키를 타다 다쳤다며, 대단히 재밌는 일이라도 겪은 듯 웃었다. 한국에 돌아와 이 회사가 궁금해 찾아봤다. 성과는 분위기보다 더 남달랐다. 21세기 IT 산업이 세콰이어의 자본을 먹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바탕에 깔린 철학은 홈페이지에 걸린 "우리의 신조(Our Ethos)"라는 글에 담겨 있었다."창의적인 영혼들. 언더독들
"호미(homie)"라는 말이 있다. 한 골목에서 자라 총알도 대신 맞아줄 사이를 부르는 미국 흑인 은어다. 그 세계에는 글로 적히지 않은 규칙이 있다. 떠서 큰돈을 만지면 남은 호미들을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래퍼 MC 해머는 그 규칙을 끝까지 지킨 사람이었다. 1990년 "U Can"t Touch This"로 세계를 흔들고 이듬해에만 3300만달러를 벌어들인 그는, 고향의 "호미" 200여 명을 직원으로 들이고 매달 50만달러를 지급했다. 호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6년 그는 거액의 빚을 안고 파산했다. NBA 전설 앨런 아이버슨은 한때 50명에 이르는 식솔을 거두다 2억달러 가까운 돈을 날렸다. 학자들은 성공한 한 사람에게 공동체가 청구서를 내미는 문화에 블랙 택스(black tax)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국에서는 반도체 "초과이윤"이라는 말이 블랙 택스의 유령을 불러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5월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하자
5월 22일 원달러 환율은 1520원으로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한국의 수출은 월 단위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1% 가까이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기록적인 흑자 속에서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현상을 달러가 외환시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구조적 변화"로 진단했다.━흑자로 벌어와도 풀리지 않는 달러━사상 최대 흑자에도 환율이 약세를 면치 못한 1차 원인은 증시를 둘러싼 "비대칭적 수급"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과거에는 수출이 좋으면 원화가 강해지는 흐름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공식이 약해졌다"며 "수출은 여전히 좋은데 해외 투자 확대 등으로 달러가 예전처럼 국내 현물환시장에 공급되지 않는 구조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2023~2025년 한국의 경상흑자 누계는 2556억달러다. 그러나 같은 기간 거주자가 해외 주식·채권을 사들 금액만 2527억달러에 이른다. 벌어들인 흑자를 가계와 기관이 해외 증권투자로 거의 그대로
오병상 동행미디어 시대 대표가 "전쟁의 양상은 이미 바뀌었지만, 우리 무기와 제도는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현대전의 양상을 바꾼 드론과 AI의 실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행미디어 시대"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주최한 "이란전쟁이 던진 질문: 우리의 드론, AI 준비돼 있는가" 제하의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달 16일 시대가 개최한 "새로운 전쟁의 시대, K방산의 현재와 미래" 시대포럼의 첫번째 후속 "숙의 토론회"다. 오 대표는 "전쟁은 이미 바뀌었지만 우리의 무기와 제도는 아직 그 변화를 다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방산은 골든에라(황금기)가 아니라 골든타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과 동행미디어 시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국방안보포럼이 주관했다. 송승종 대전대 교수,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류영관 파블로항
"이번 계기에 시스템을 진짜 바꿔야죠."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새로운 보상 제도"를 위한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다. 사측도 노조도, 시대의 변화에 맞는 보상 시스템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여전히 호봉제 성격이 강한 한국 보상 체계는 변화를 받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한 김 교수는 현대백화점, 동원F&B, 서울보증 등 여러 기업의 사외이사를 역임하며 한국형 보상 제도를 현장에서 본 전문가다. 그가 내놓은 처방은 두 축이다. 직무와 기여에 따라 보상이 정해지는 직무급, 그리고 회사 주식을 보상으로 주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다. - 협상 타결이 될까요.▶ 쉽지는 않을 겁니다. 삼성이라는 조직이 지금 일어나는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어요. 노동시장의 주력 세대가 MZ세대로 바뀌었다는 게 변화의 핵심입니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공정성과 투명성이에요. 공정성이란 사회적
"처음엔 오타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합산 영업이익이 700조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을 처음 접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최근 페이스북에서 털어놨다. 초현실적일 정도로 낯선 초호황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예고없이 찾아온 초호황을 지혜롭게 맞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840조원을 웃돈다. 특히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488조원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와 비슷한 수준이다. 조선 3사의 합산 수주잔고는 135조원으로 약 3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방산 5사 합산 수주잔고는 165조원으로 3~4년치 일감이다. 그야말로 "초호황"이다.전문가들은 주요 산업의 초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중 갈등이 만들어낸 지정학적 재편과 AI·에너지 전환·자주국방이라는 중장기 수요 요인이 뒷받침된 구조적 호황이란 점
"새로운 정부 모델이 출범합니다. 2년 내 정부 서비스, 운영의 50%가 AI 에이전트로 대체됩니다. 세계 최초의 자율 시스템 정부로 만들 것입니다." 2026년 4월 23일, 아랍에미리트(UAE) 총리 셰이크 무함마드가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선언했다. 이어진 문장은 더 단호했다. "2년 뒤부터 정부의 성과는 AI 도입 속도, 실행의 질, 업무 재설계 역량으로 측정합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시한과 측정 지표가 박힌, 국가 운영체제를 통째로 갈아 끼우겠다는 비전 발표였다. 15년 전 넷스케이프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투자자 마크 안드리센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애플·구글·아마존이 산업의 지형을 다시 그렸다. 2017년 젠슨 황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이제는 AI가 소프트웨어를 먹어 치울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다. "코드(Code)" 한 줄이 공장 하나를, 알고리즘 한 묶음이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현금 보상을 요구하며 5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파업이 현실화되면 30조원 손실이 발생한다"고 공언했다.글로벌 빅테크·반도체 기업들에게 이런 풍경은 낯설다. 비결은 기업·노동자·주주 세 축의 이해관계를 사전에 정렬시킨 "제도" 에 있다. 선진 기업들의 지혜를 들여다본다.━기준 공개로 원천적으로 분쟁 막아━미국 상장사들은 매년 주주총회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위임장 명세서(Proxy Statement)"를 제출해야 한다. 임직원 보상 프로그램의 철학, 성과 지표, 지급 기준, 실제 지급 금액이 모두 담긴다. 누구나 SEC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엔비디아의 2025년 위임장 명세서에 따르면 직원 보상은 기본급·현금 인센티브·주식 보상으로 구성돼 있다. 현금 인센티브는 사업부별 영업이익 목표 달성률에 따라 지급 배율이 결정된다. 2025 회계연도 엔비디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7% 급증한 815억달러를 기록했고, 이 실
한때 국방 예산만 1000조원에 달한다고 붙여진 "천조국"이라는 미국의 별명도 이젠 옛말이다. "천조국"이 된 지 4년 만인 내년엔 "이천조국"의 자리에 올라설 전망이다.미 전쟁부는 현지시간 21일 공식 예산 홈페이지(comptroller.war.gov)를 통해 "2027 회계연도 전쟁부 예산 개요서(Budget Overview Book, 이하 예산안)"를 공개했다. 총액은 전년 대비 약 44% 증가한 1.5조달러(약 2265조원)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2차 대전 이후 최대 수준의 증액 시도"로 평가했다. 예산안에는 동맹국들의 자위권 확보를 강조하며 "GDP의 5% 수준의 국방비 편성"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드론 앞세워 무인 전투체계 "총력전" ━ 예산안은 드론의 신속한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드론 주도권 이니셔티브"에 536억달러(약 78조원)를 편성했다. 여기에 무인 위협 대응을 위한 대드론(C-UAS) 방어 체계 예산 210억달러를 합산하면 드론
"업체로부터 받은 돈은 뇌물이 아니라 격려금 차원이었다." 군 관계자는 "돈봉투 관행"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 "성역"이었던 군 전력 증강 사업의 치부가 처음으로 드러난 "율곡 비리" 당시의 일이다. "실무 검토 보고서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는 말도 나왔다. 감사원은 성역없는 조사를 천명했다. 검찰은 전직 국방장관 2명과 전직 참모총장 2명을 구속기소했고 이들 전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여론은 수사가 충분치 못했다는 쪽이었다. 이후에도 잊을만하면 방산 비리가 터졌고, 패턴은 반복됐다.━트라우마가 낳은 "절차주의" 덫━한국군의 "하드웨어(실물 무기)" 중심 DNA는 1970년대 중공업 육성 시기부터 시작됐다. 여기에 과거 굵직한 방산 비리들이 남긴 트라우마가 결합하면서 지금의 "꽉 막힌 조달 패러다임"이 완성됐다. 율곡사업부터 2014년 통영함 비리까지 대형 사건이 반복되면서 "투명성"을 지상 과제로 삼게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2006년 국방부, 합참,
미국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Anduril)은 창업 2년 만인 2019년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에 등극했다. 지난해에는 오픈AI를 제치고 CNBC 선정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스타트업" 1위에 올랐다. 현재 진행 중인 신규 투자가 마무리되면 기업가치가 600억 달러(약 9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최대 방산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약 70조 원)를 훌쩍 뛰어넘는다. 안두릴은 지난해까지 70억 달러(약 10조원)를 넘는 투자금을 모았다. 페이팔과 팔란티어 창업자 피터 틸이 이끄는 파운더스펀드는 모든 라운드에 참여했다. 민간자본의 적극적인 투자가 빠른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산", 글로벌 벤처투자의 "대세"━ 글로벌 방산 테크 전문 뉴스레터 DIIE는 "방산 테크가 벤처캐피탈(VC) 투자의 주류(mainstream)"라며 "2025년은 이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운 한 해"로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 조사기관 피치북은 2025년 글로벌 방산 분야 V
전쟁은 비극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무기를 가장 냉정하게 검증하고, 가장 빠르게 진화시키는 시험장이기도 하다. 제1차 세계대전은 전차의 등장을 재촉했고, 제2차 세계대전은 레이더와 제트기 같은 기술의 실전 배치를 앞당겼다. 실전은 무기 혁신을 밀어붙이는 강력한 압력이다. 이스라엘, 튀르키예, 우크라이나가 오늘날 세계 방산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이스라엘: AI가 바꾼 정밀 타격 패러다임━ 이스라엘은 건국 24시간 만에 전쟁을 치른 국가다. 건국부터 이어진 "자강(自强)"의 원칙은 최근 이란 및 무장 단체들과의 공방전을 거치며 또 한 번 진화했다. 그 진화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이스라엘 현지 매체와 가디언 보도로 알려진 AI 표적 생성 시스템 "하브소라(Habsora·복음)"가 대표적이다. 위성 사진과 각종 신호정보를 결합해 표적 식별과 우선순위 선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표적 생성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이스라엘 참모총장 아
"속도(speed), 유연성(flexibility), 실행(execution)에 방점을 두고 신속히 개혁한다."2025년 4월, 트럼프는 행정명령을 통해 기존 국방 조달 체계를 "시대에 뒤떨어진 시스템"으로 규정하고 전면 개편을 명령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조달 절차는 완전히 바뀌었다. ━펜타곤, "85% 해결책"으로 첨단 기술 선점 ━"OODA 루프"(관찰·판단·결정·실행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순환 고리) 개념을 창시한 미 공군 전략가 존 보이드에 따르면 "전장의 결정 사이클을 더 빨리 돌리는 쪽이 상대의 대응 능력을 무력화하는 압도적 우위를 얻는다." 미군이 AI를 미래 역량이 아닌 당장의 전투 필수 요건으로 규정한 것도 이 판단에서 비롯됐다.문제는 가장 앞선 AI를 군이 아닌 민간에서 만든다는 점이었다.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인사청문회부터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있었다. "미국 민간 부문의 AI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 우리는 이를 국방부의 필요에
"전쟁의 설계가 바뀌었다(The design of war has changed)."2024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발레리 잘루즈니 대장이 던진 이 화두는 최근 미국-이란 전쟁에서 현실이 됐다. AI를 앞세운 미군은 개전과 동시에 지휘 통제망을 마비시키고 최고지도부까지 타격하는 압도적 역량을 보여줬다. 반면 이란은 저가형 자폭 드론을 앞세워 장기전을 꾀하고 있다. 공격과 방어 어느 쪽이든 현대전의 성패는 데이터와 무인 체계,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연결(Connected), 지능화(Smart), 가성비(Cheap), 속도(Speed)라는 네 가지 키워드에 의해 결정된다. 본지는 현대전의 판도를 규정하는 이 요소들을 "CSCS"라는 틀로 분석했다.━연결(Connected): 전장의 눈 "스타링크" ━연결의 격차는 곧 승패로 이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스라엘 연합군이 공습 개시와 함께 이란의 인터넷·통신 인프라를 집중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사일보다
2022년 4월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출신의 이창용 총재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겹친 복합 위기 속에서 한국은행으로 왔다. 시장은 그를 "한국의 버냉키"라 불렀다. 4년이 지난 지금, 그를 향한 평가는 둘로 갈린다. 위기를 진화한 거시경제 지휘자라는 찬사와, 통화정책의 경계를 넘어선 "미스터 오지랖"이라는 냉소다.━보수적 소통 문화를 깨다… 한국형 점도표의 탄생━이 총재 취임 초반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한국은행 특유의 폐쇄적 소통 관행을 정면으로 바꾼 데 있다. 모호한 수사로 시장의 눈치 게임을 유도하던 기존 한은의 소통 방식은 그의 취임과 함께 사라졌다.대표적 변화는 한국형 점도표(Forward Guidance·선제적 금리 경로 안내) 방식의 도입이다. 2022년 11월부터 기자회견에서 금융통화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구두로 공개하기 시작했고, 이는 훗날 공식 "K-점도표" 제도로 발전했다. 집값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면 "집값이 잡히지 않으
하늘은 도시의 마지막 부동산이다. 뉴욕에서는 역사적 건물 위에 남겨진 "미사용 용적률"이 인근 초고층 빌딩 개발사에 매각되고, 도쿄에서는 철도역이 자신의 상공 개발권을 팔아 100년 된 구청사를 복원했다. 그 중심에 공중권(Air Rights)이 있다. 해당 부지에 허용된 용적률 중 쓰지 않은 공간을 다른 곳에 양도하거나 매매하는 개발권 양도제(TDR, Transfer of Development Rights)가 그 대표적 활용 방식이다. 그러나 공중권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 제도는 단순히 개발업자의 배를 불리는 수단이 아니었다. 보존과 개발, 사유재산권과 공공의 이익 사이에서 수십 년에 걸쳐 치열하게 빚어낸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었다.━펜실베이니아 역의 교훈, 공중권 논의에 불을 지피다━ 1910년 완공된 펜실베이니아 역은 뉴욕 최대의 공공 건축물이었다. 로마의 카라칼라 목욕탕을 모티브로 설계됐으며, 46m에 달하는 아치형 천장을 84개의 화강암 도리아식 기둥으로 받
주식시장에서 자기주식(자사주) 소각은 배당과 함께 가장 보편적인 주주환원 방식이다.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지고 주가가 오른다. 미국은 자사주를 소각할 유인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았고, 일본은 거래소의 압박이 관행을 바꿨다. 한국은 달랐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는 것을 오랫동안 허용해온 결과, 자사주가 주주환원이 아닌 경영권 방어의 도구로 굳어졌다. 그러나 2026년 2월 국회가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의무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소각이 자연스러운 선택━미국은 회계기준상 자사주를 자산이 아닌 자본의 차감 항목으로 처리하도록 돼 있다. 자사주는 시가총액 계산에서도 빠진다. 자사주 매입이 곧 소각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것이다. 미국에서 자사주 소각은 절차적 문턱이 낮다. 주(州)마다 회사법이 다르지만 대부분 이사회 결의만으로 즉시 소각이 가능하다. 미국 상장기업 과반이 준거법으로 택하는 델라웨어주가 대표적이다. CEO 보수도 스톡옵션 등 주가에 철
2026 동계올림픽 시상대 위, 선수들이 목에 건 금메달의 물리적 무게는 똑같이 500g 남짓이다. 하지만 그 메달이 지닌 "경제적 무게"는 국적에 따라 천양지차다.누군가에게는 평생을 보장하는 "10억 원의 현금 보상"이 되지만, 바로 옆에 선 다른 국적의 선수에게는 그저 명예로운 기념품일 뿐이다.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 대한민국 선수들은 20년 넘게 묶여버린 연금 제도 앞에서 "이게 최선인가"를 묻고 있다. ━실속이냐 명예냐... "동계 올림픽의 왕"은 돈을 주지 않는다━"거액의 포상금"을 쏟아붓는 곳은 주로 아시아권이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은 금메달리스트에게 약 8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이 넘는 현금을 일시불로 지급한다. 엘리트 체육 저변이 좁은 이들 국가에서 올림픽 금메달은 국가적 경사(慶事)이자, 가문의 영광을 넘어선 "인생 역전"의 기회다. 반면 스포츠 선진국으로 불리는 유럽과 영미권의 스타일은 다르다. 영국과 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메달 포상금이 "
스포츠 팬들에게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논쟁은 영원한 "떡밥"이다. 축구의 "메호대전"(메시, 호날두), "손차박 논쟁"(손흥민, 차범근, 박지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야를 선수 개인이 아닌 "종목"과 "리그"로 넓혀보면 어떨까? 팬들의 함성이 아닌, 자본주의의 냉정한 성적표인 "돈"과 "시간"을 기준으로 스포츠의 서열을 매긴다면 승자는 명확하다. ━"시간의 밀도가 다르다"… "도파민 세대"가 만든 160조 시장━현대 자본주의가 선택한 스포츠 권력의 정점은 단연 NFL(미국프로미식축구)이다. 그 증거는 압도적인 숫자에 있다. 2026년 2월, 제60회 슈퍼볼의 30초 TV 광고 단가는 사상 처음으로 평균 800만 달러(약 120억 원)를 돌파했고, 일부 프라임 시간대 가격은 1000만 달러를 넘었다. 초당 가치만 4억 원에 달한다. 단 한 경기를 미국 내에서만 1억 3000만 명이 시청한다. 이는 모든 프로그램을 통틀어 압도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