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곤돌라 설치를 둘러싼 서울시와 기존 케이블카 운영사 한국삭도공업의 법정 공방 항소심이 연기된 가운데 8월28일 서울 용산구 N서울타워에서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사진=조현호


#.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석달 뒤인 8월, 교통부가 한국삭도공업이라는 회사를 상대로 서울 남산에서 삭도(케이블) 사업을 할 수 있는 면허를 발급했다. 면허 만료 시점은 재허가와 소관 법령 이전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1977년 이후 사라졌다. 사실상 '무기한' 사업권인 셈이다. 특정 노선에 대해 특정 사업자에게만 허용할 수 있는 삭도의 특성에 따르면 사실상 '독점권'이다. 그렇게 이 회사는 1962년부터 현재까지 64년 동안 남산 케이블카 사업을 독점하며 천문학적인 이익을 누려왔다.

9년간 128억원 배당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삭도공업은 한씨 일가 3명과 이씨 일가 3명이 각각 50%씩, 총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주주별 지분율은 ▲이강운씨 29.37% ▲이기선씨 20.63% ▲한기훈씨 20% ▲한재호씨 20% ▲한광수씨 5% ▲이정학씨 5%다.



회사 경영진도 모두 두 가문 사람들이다. 법인등기를 보면 사내이사는 이기선 대표이사(85세), 한피어스광수(85세·미국 국적), 한니클라우스(47세·미국 국적), 이강운(62세) 총 네 명이다. 감사는 한정학리(73세·미국 국적)다. 대표는 15년째, 감사는 27년째 재임 중이다.

한국삭도공업의 지난해 매출은 213억3710만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51억6555만원, 당기순이익은 43억3833만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이 24.2%, 순이익률은 20.3%에 이른다. 2024년에는 영업이익 89억5603만원에 매출 219억4482만원으로 영업이익률 40.8%, 순이익률 32.4%였다.

회사가 벌어들인 돈은 대부분 두 집안으로 흘러간다. 지난해 주주 6명이 회사에서 받아간 배당은 35억원이었다. 회사 자본금 2억원과 비교하면 1750% 수준이다. 이 회사가 외부감사 대상에서 빠졌던 2021년을 제외하면 2016년부터 9개 연도에 걸쳐 128억원이 배당으로 나갔다. 임원의 급여·퇴직급여도 따로 있다. 회삿돈을 빌려쓰기도 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기선, 한광수, 이강운 등 주주 3인이 빌려간 단기대여금은 36억621만원이었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두 집안은 한국삭도공업에서 나온 돈으로 다른 회사도 굴린다. 경북 포항에 본점을 둔 포항글로벌랜드의 법인등기부를 보면 대표이사는 이강운, 사내이사는 이기선과 한피어스광수, 감사는 한니클라우스다. 주택건설과 부동산매매, 관광호텔, 골프장 등의 사업을 하는 회사다. 한국삭도공업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이 회사에 총 13억7694만원을 빌려줬다.

이들이 남산 국유림을 빌려 쓰는 데 지불하는 돈은 매출액의 0.3% 수준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천준호 의원이 산림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간 한국삭도공업이 낸 국유림 사용료는 연평균 약 7000만원이다. 국유림 사용료는 국가 소유 산림을 개인이 빌려 쓰거나 케이블카 등 특정 사업을 할 때 국가에 내는 임대료다.

그동안 한국삭도공업이 남산 케이블카를 독점하는 데 대한 문제 제기는 종종 있었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당시 관련법에 허가 유효기간 규정 자체가 없었던 탓이다. 법을 어긴 게 아닌 이상 취소 처분을 하기도 어렵다. 지금도 궤도운송법 제12조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받은 경우 ▲안전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 ▲중대한 사고를 일으킨 경우 등 사업자의 법령 위반 사례로 허가 취소 사유를 한정한다. 독점 사업이라는 문제 제기도,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공익적 기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법적으로 취소 사유는 아니다.

2015년에는 서울시의회가 이례적으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꾸려 1년간 조사를 벌였지만 큰 소득 없이 끝났다. 증인으로 채택된 한광수·이기선 한국삭도공업 공동대표는 고령이라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초대형 로펌 상대하는 서울시

한동안 묻혀있던 남산 케이블카 문제는 지난 몇 년간 남산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급기야 대통령실까지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남산 케이블카에 대해 "60년 동안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문제의 뿌리는 1961년의 특혜성 사업 면허가 60년 넘게 유지된 구조에 있다"며 "연간 수백억 매출을 보장하는 독점적 영업권을 누리면서도 국유재산 사용료가 시세에 맞게 부과되지 않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업자를 바꾸거나 허가를 취소할 수 없으니 독점 구조라도 깨보자며 서울시가 움직인 것이 2023년이다. 총사업비 440억원을 들여 명동역 인근 예장공원에서 남산 정상까지 832m를 잇는 곤돌라를 설치하기로 했다. 시민들이 남산에 오르기 쉽게 만들겠다는 공익적 취지였다.

곤돌라 공사는 현재 멈춰 있다. 매출 감소를 우려한 한국삭도공업이 소송을 내면서다. 곤돌라 사업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으니 절차를 파고들었다. 곤돌라 지주를 세우려고 남산 땅 일부의 용도를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근린공원으로 변경한 것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며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심은 한국삭도공업의 승리로 끝났다.

항소심(2심) 선고는 오는 17일 내려진다. 1심 판결이 뒤집히면 서울시는 곤돌라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 반대로 1심 판결이 유지되면 한국삭도공업은 당분간 독점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2심에서 한국삭도공업의 법률대리는 국내 최대 로펌인 법률사무소 김앤장, 서울시 측 대리는 법무법인 율촌이 맡고 있다.

한 행정소송 전문 변호사는 "추진 중인 사업이 공익적으로 가치가 있는지 아닌지는 이 소송의 고려 대상이 아닐 것"이라며 "1심의 선고는 단지 용도구역을 해제하기 위한 요건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는 형식적 판단이었다. 2심에서도 원고 측 소송 대리인들도 이 부분을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도 나온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활이 걸려 필사적인 회사는 초대형 로펌을 선임하는 반면 행정기관인 서울시는 소송 대리인 선임 등에 필요한 절차가 엄격해서 대응이 힘든 면이 있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용산구 N서울타워에서 남산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가 출발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