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복, 사랑이 머문자리, 캔버스에 유화, 60x60cm, 2009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감성과 경치를 그리는 것에 대해 동양화론에서는 의경(意境)이라 하는데, 보이지 않는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화가는 자신의 주변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인공적 기물과 자연물을 작품의 소재로 삼기도 한다. 송은복의 <사랑이 머문 자리>는 정물화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정물화라기보다는 마음으로 그려낸 풍경화이기도 하다. 수수한 마음으로 기물을 바라보며 마음에 존재하는 진리를 회화작품으로 표현한다.

자연에서 발견된 기물이 화가의 마음에서 형성된 새로운 표상이다. 크고 작은 자연물들과 인공적 사물이 서로 대립하거나 조화를 이루면서 이상적 삶과 단아한 심성을 찾아가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배경처럼 보이는 황색 계열의 공간은 공백이 아니라 세상 전체의 일부분인 채움을 위한 비움으로서의 여백이다.

갈색의 흐름으로 화면 전체를 가두기도 하면서 외부로 분출되는 감성을 보여준다. 자신의 정신적 감흥에 따른 공간구성이다. 그룻에 담겨진 푸른색 열매와 검은색 천에 올려진 붉은색 열매는 화가 자신의 심리 상태와 자연물의 자연스러움에 대한 대별적 구조다. 그릇에 가둬진 열매나 천위에서 자유롭게 보이는 열매는 대별의 것이지만 더 큰 자연의 원리에 의한 조건부로 존재하는 대등의 마음이다.

화가는 자신의 마음에 담긴 풍경을 그리기 위해 다양한 시점을 통해 세상만물을 입체적, 혹은 수평적으로 바라본다. 화병은 옆에서 본 것으로, 바닥과 그릇은 위에서, 과일이 담겨진 그릇은 비스듬히 바라본다. 수평을 통해 화가의 풍부한 감성과 안정을 암시적으로 표현하며, 공중에서 바라보면서 캔버스를 넘어선 의미의 확장을, 비스듬한 시각은 관찰자로서 새로운 자신을 찾기 위한 과정을 보여준다. 캔버스에 표현된 이미지뿐만 아니라 삶을 영위하는 사회적 공간에 대한 지각이다.

마음의 풍경을 그린 미술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기물을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본 연유를 이해해야 하며, 그려진 사물과 감상자와의 대화가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 화가 자신과 자연물과의 관계에서 오는 대립과 조화의 반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술품은 때로는 허구적이고 환상적인 물상을 동반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