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문알로에 직원들은 이런 크고 작은 고민이 생겼을 때마다 이 사람을 찾아간다. 최연매 대표의 비서 겸 경영지원 본부장이자 인간관계 코칭 전문가인 김상범 이사. 하루종일 직원들 고민이 있을 때면 언제든 상담을 해주는 것 역시 그가 맡고 있는 주 업무 중 하나다.
◆24시간 항시 대기, 고민 상담 전문 이사님
“자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나?” 5년 전, 김 이사가 입사를 위해 고 김정문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으로 받은 면접 질문이라고 한다. 고 김 회장은 이 답을 “사랑은 다른 사람에게 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기술”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만큼 CEO부터 조직 화합과 융합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이사는 “김 회장은 사내에서도 조직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를 전문적으로 맡아 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며 “경영지원 본부장이라는 직책에 맡는 업무 능력도 중요한 평가 요소였지만, 무엇보다 인간관계 코칭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내에 ‘인간관계 코칭 전문가’가 늘 대기하고 있으니 직원들 역시 덕을 보는 게 많다. 이른 아침부터 퇴근 후까지 속상한 일이 있을 때면 언제든 김 이사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요청한다.
물론 원칙은 있다. 같은 직장에서 부대끼며 근무하는 동료들인 만큼 어떤 내용이 오고 가든 철저한 비밀 보장은 기본.
김 이사가 초기의 고생담을 털어 놓는다. 그는 “상담 사례를 보면 역시 인간관계 갈등에 관한 문제가 가장 많다”며 “특히 초기에는 팀장들은 자신의 팀에서 일하는 직원이 고민이 있을 때마다 나를 찾아와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중간에서 김 이사의 입장이 곤란해 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 또한 그들과 함께 일하는 직원인 만큼 초기에는 그 같은 상황에 신경이 많이 쓰였죠. 하지만 묵묵히 내 일을 진행하다 보니 요즘엔 직원들도 비밀 보장에 대한 믿음이 생긴 것 같습니다. 신입사원부터 임직원들까지 고민이 생기면 편하게 상담을 요청하는 분위기입니다."
상담 사례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고민은 ‘젊은 여직원과 중년 남자 상사’들의 갈등. 오히려 중년 남자 상사들이 여직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의외로 눈치를 많이 본다는 것이 김 이사의 귀띔이다. 그는 “자기 감정표현이 분명한 젊은 여직원들이 인상 한번만 써도 상사들은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관계로 인한 대부분의 갈등이 이처럼 상대가 단순히 싫어서가 아니라 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라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잘못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고수하다 보니 갈등이 더 커지는 건 당연지사. 그런데도 대부분은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잘못돼 있는지, 뭐가 잘못됐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고민 상담이라고 해도,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다만 자신을 돌아보고 찬찬히 되짚어가며 스스로 문제를 벗어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내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담 효과를 거둔 사례도 여럿이다. 탁월한 영업 능력을 인정 받으며 고속 승진을 거듭하던 K 부장. 그러나 어느날 인사이동에서 한직으로 발령을 받는다. K씨로서는 배신감과 함께 이 회사에 자신의 미래를 걸어도 좋을지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K씨가 김 이사와 상담을 시작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번씩 꾸준히 상담을 받은 K씨는 자신의 마음과 달리 부하직원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었음을 깨닫고 이를 변화시키고자 무던히도 노력했다. 이후 동료들에게 "달라졌다"는 얘기를 듣기 시작하면서 천천히 자신감을 회복한 그는 현재 자신이 원하던 직종으로 자리를 옮겨와 그의 능력을 발휘 중이다.
◆이직률 제로 비결? 커뮤니케이션 通하니 만족도 UP!
“김 이사님은 스스로 긍정적으로 변하게끔 유도하는 편입니다. 예전 직장을 다닐 때와 비교해 보면 내가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를 새삼 느끼죠."
송지선 마케팅팀 대리는 “같은 고민을 얘기하더라도 전문가라는 인식이 있으니 친구에게 하소연을 할 때와는 많이 다르다”며 “상담을 받은 사람들이 한번씩 꼭 해결하는 과제가 ‘미래에 내가 하고 싶은 비전을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송 대리는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바뀌는 것 같다"며 "인간관계 코칭 전문가가 고민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더 행복해지기 위한 길을 가르쳐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민 영업본부 사원은 “상담 과정을 통해 개인적으로 미래에 추구하고픈 목표를 더 분명히 하게 되고,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가 분명해지면 업무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회사의 비전과 나의 목표가 일치하게 되면 회사에 대한 만족도와 애착심도 높아진다”고 상담 효과를 전했다.
그는 “그 때문인지 특히 신입사원들을 보면 입사 후 인간관계 코칭 교육을 받으면서 회사가 더 좋아졌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고 덧붙였다.
그 덕분일까. 김 이사가 입사한 후 최근 5~6년간 김정문알로에 직원들의 이직률은 제로에 가깝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이 당연시 되는 요즘 분위기를 돌아보자면, 그만큼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김 이사는 “최근에는 기업들이 조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인간관계 코칭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외부전문가를 일시적으로 영입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나 역시 외부 코칭을 많이 나가는데 아무래도 같은 직장 동료를 상담할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함께 일해야 하는 동료라서 불편한 점도 분명 있지만, 꾸준히 상담을 지속하고 변화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사내 코칭전문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