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리 박종원 사장이 '거침없이' 5연임을 이룩해냈다. 국내 금융회사 CEO로서는 최초다. 코리안리는 지난 4월 29일 이사회에서 박 사장의 연임을 의결하고, 오는 6월1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적자 덩어리 부실회사를 3년 만에 아시아 1위 재보험사로 성장시키면서 주변을 놀라게 한 박 사장은 이후 남다른 경영철학과 불도저와 같은 저돌성으로 세계에서도 주목받는 CEO가 됐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파산상태에 직면했던 코리안리(당시 대한재보험)의 수장이 된 박 사장은 '낙하산 인사'라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불식시키며 그해에 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당초 28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됐던 회사를 단 8개월만에 흑자로 바꿔 놓은 것.
취임하자마자 전체 인원의 30%를 감축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한데 이어 자산관리공사에 보증보험 미구상채권을 매각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과감한 혁신으로 공적자금 투입 없이 회사를 살려냈다.
이후 코리안리의 비상은 계속됐다. 박 사장이 CEO로 재직한 12년 동안 연평균 13%대의 성장을 거듭했고, 2009년 기준으로 세계 13위 재보험사로 도약했다. 어찌보면 박 사장의 5연임은 당연한 결과다.
"한계에 도전하라" 남다른 경영철학
한번이라도 박 사장을 만나본 사람들은 그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한다. 기자들에게도 면전에서 서슴없이 지적을 하곤 한다. 그렇지만 한번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는 끝까지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런 만큼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도 거침이 없다. 박 사장은 오래전 기자와 만나 "직원들이 아직도 공기업 분위기에 젖어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민영기업이 된 이후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하는데 그런 '악바리' 근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박 사장은 기자를 만나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1인당 생산성이 몰라보게 향상됐다는 말로 직원들의 노고를 인정했다. 코리안리 직원들의 1인당 생산성은 12년 전에 비해 4.4배나 늘었다.
여기에는 박 사장의 남다른 경영철학이 한 몫 했다. 그는 직원들의 패배의식을 없애기 위해 매년 10% 이상의 영업성장 목표를 제시하고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서 뛰었다. 국내 유일의 토종 재보험사라는 안일한 지위를 버리고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솔선수범하기로 유명한 박 사장은 "내가 뛰지 않으면 직원들도 뛰지 않는다"는 말로 리더의 역할을 강조했다.
박 사장은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즐긴다. 등산도 같이 하고 스키도 같이 탄다. 직원들과 대화의 시간도 수시로 갖는다. 전 임직원이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해 성공하기도 했다. 이런 직원들과의 끈끈함이 오늘날 코리안리를 만든 셈이다.
세계 5위를 향해 뛴다
코리안리는 1998년 이후 매년 13%씩 성장(수재보험료 기준)했고 당기순이익도 2001년 이후 평균 580억원으로 안정적 수익기반을 갖췄다. 해외수재 비중도 18% 수준까지 향상됐다. S&P 신용등급 역시 2006년부터 4년 연속 A-(Stable)를 유지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올해 수재보험료 4조7000억원을 달성, 세계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998년 32위였던 세계 순위를 12년만에 10위까지 끌어올리는 셈이다.
올해 세계 'TOP 10'에 성공하면 2015년에는 세계 8위, 2020년에는 세계 5위권으로 도약해 세계 초일류 재보험사가 되겠다는 중장기 비전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아시아지역에 편중됐던 영업을 유럽과 미주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해외 선박과 항공, 재물 기술 임의재보험 시장에서도 리더 자리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2020년에는 해외수재 비중을 50%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해외 사무소도 늘리기로 했다. 중국 베이징 사무소를 내년에는 지점으로 전환하고 동유럽, 중국 상하이, 중남미 사무소를 신설할 방침이다. 2015년에는 런던과 두바이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고 인도와 호주에도 사무소를 세울 예정이다.
국내 보험사와 손 잡고 해외물건을 공동인수하고 해외지점과 사무소를 통해 해외영업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도 세웠다.
사업 다각화도 구상 중이다.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의 우량 보험사를 대상으로 인수합병(M&A) 또는 자본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국내외 생명보험 사업에도 지분참여나 M&A 등의 형태로 진출할 포부를 갖고 있다.
박 사장이 5연임의 날개를 달고 코리안리를 얼마나 더 높이 끌어올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