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하면 으레 저층 단지를 허물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모습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앞으로 주거 환경이 개선된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 위주의 저층형 신개념 주거지도 만들어진다.

서울시는 지난 4월 보안 방범 및 편의시설이 갖춰진 아파트의 장점과 골목길 커뮤니티가 있는 저층주택의 장점을 결합한 서울 휴먼타운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성 이유는 간단하다. 아파트 일변도의 주거단지를 다양하게 정비하겠다는 것. 서울시에 따르면 세대 기준 가구수는 아파트가 56%를 차지한다. 1970년에 비해 저층주거지가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아파트는 13배나 증가한 결과다.

아파트의 증가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도 야기시켰다. 소형저가주택이 줄어들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원주민은 고가 아파트에 터전을 잃고 도시 바깥으로 밀려났다. 생활편의시설도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몰리면서 저층주거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웠다.

서울시는 획일화된 아파트 위주의 고밀도 개발에 따른 경관 훼손과 역사성 상실 등 개성 없는 도시변화를 휴먼타운으로 풀어나겠다는 계산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휴먼타운 조성사업은 도시의 역사·문화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곳, 노후한 부분만 솎아 정비해나가는 소단위 맞춤형 개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며 “저층주거지의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시민들의 불안과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주거지인가

서울 휴먼타운은 아파트와 저층 주거단지의 장점을 결합한 주거형태다. 아파트에서 차용한 휴먼타운의 강점은 보안과 생활편의 시설이다. CCTV·보안등·경비소·자체방범조직 지원 등은 저층형 주거단지의 취약점을 보완했다.

경로당·관리사무실·어린이집·주민 운동시설 등 생활편의시설도 아파트 수준으로 들어서게 된다. 또 쓰레기처리시설이나 친환경시설도 늘어날 전망이다.

뿐만아니라 지상에는 공원, 지하에는 주차장시설을 확충하고, 산책로·진입로 확장 등 기존의 저층 주택시설에서 부족한 생활 인프라도 보완해 조성한다.

관리 및 유지보수는 주민대표회의에서 주관한다. 주민대표회의는 복리시설이나 도로 등의 기반시설과 리모델링 등을 공동 관리하며 관리단위조직화·관리규약 제정·관리소 운영을 담당하게 된다.

반면 ‘사람 냄새’는 저층주거지가 갖는 장점이다. 획일화된 주거형태인 아파트보다 이웃간 정이 쌓이는 골목길 정취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

문제는 비용이다. 일단 서울시는 관리비와 리모델링비, 에너지성능개선자금 등의 경제적 지원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일부 사업지에는 주변 재개발구역과 연계해 사업성을 높인다. 재개발되는 아파트의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기부채납 형태로 휴먼타운의 기반시설을 충당할 계획이다.

어떻게 추진되나

휴먼타운 시범사업의 추진은 주택 유형에 따라 두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유형은 다세대·다가구가 밀집한 10만㎡ 내외의 지역 중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부족하거나 정비예정구역 해제지역에 해당하는 곳을 대상으로 한다.

정비예정구역 해제지역은 주민들이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한 추가 분담금이 높아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지면서 서울시에 요청해 받아들여진 지역이다. 서울시 역시 원주민의 낮은 재입주율로 정비구역으로 지정하기에 부담이 됐던 곳이다. 최근 아파트 가격 하락과 맞물리면서 해제지역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첫 번째 유형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결합개발방식으로 진행된다. 재개발 아파트와 휴먼타운을 묶어 개발하는 방식이다. 시에 의해 토지가 수용된 토지 소유자는 정비사업을 통해 지어지는 공동주택의 분양권을 받게 된다. 시는 상반기까지 시범사업 대상지 2~3개 지역을 선정하고 법제도를 개선하는 대로 시범사업을 착수할 계획이다.

두 번째 유형은  5만㎡ 내외의 단독주택 밀집지역으로 주로 기반시설이 양호한 지역이나 자가비율이 높은 지역에 지정됐다. 시범지역은 전용주거지역 또는 1종일반주거지역 중 약 100가구 정도의 소규모 주택지 3곳이다.

해당 지역은 성북구 성북동 300일대 4만5781㎡ 107동, 강북구 인수동 532-55일대 4만3475㎡ 85동, 강동구 암사동 102-4일대 3만1043㎡ 63동 등이다. 시는 6월까지 지구단위계획 및 공공시설 지원계획을 확정해 사업에 착수하고 연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부터 주민 및 전문가, 행정기관이 협의체를 구성해 공공시설계획 및 환경개선계획을 수립해 왔다”며 “주민간담회, 설명회 등 수차례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으로 주민 스스로의 마을을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휴먼타운을 2011년부터 연간 5~6개 지역을 지정하고, 장기적으로는 향후 4년간 자치구별로 1개씩 선정,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