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서 '위장은 수납(受納)을 주하고, 비장은 소마(消磨)를 주한다'하여 위장의 수납력과 비장의 소화력을 섞어서 설명하고 있다. 비장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동의보감 내경편 비장문을 보면 '비장은 납작하고 말발굽같이 생겼는데 낫 같기도 하다'고 되어 있다. 한의학에서는 지라와 췌장, 두 장기를 묶어서 비장이라 한다. 기능적으로도 비장은 음식물을 소화, 흡수하며 영양물질을 전신으로 옮겨주는 비주운화(脾主運化)와 통혈(統血)을 돕는다.
지라는 몸의 파수꾼으로 면역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교통사고나 질병으로 지라을 절제해 지라 없이 사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지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며 심장병의 회복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대학 의대 면역학자 필립 스워스키 박사는 지라는 죽은 조직을 먹어치우고 염증을 일으킴으로써 상처회복을 돕는 백혈구의 일종인 단핵구의 본거지로서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 이상으로 면역체계에서 큰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스워스키 박사는 쥐에게 심장병을 유발시키고 지라의 활동을 관찰한 결과 지라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단핵구를 통해 심장병의 회복을 돕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라를 제거한 사람은 심장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2배 높아진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이는 지라가 수명이 다한 적혈구를 분해하고 혈액성분을 걸러주는 외에 면역체계의 반응을 조절하는 기능도 수행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비통혈(脾統血)이라는 용어는 피의 흐름, 질과 양을 조절함을 뜻한다. 스폰지 같은 지라는 혈액을 듬뿍 머금고 있다가 상처가 나서 출혈이 생겨 혈압이 떨어지면 자신의 몸을 움추려, 품고 있는 혈액을 짜내서 출혈로 모자라는 혈액을 보충한다. 우리가 헌혈을 하면 잠시 동안 어지럽지만 잠시 후 괜찮아지는 것은 지라가 헌혈한만큼 혈액을 보충해 주기 때문이다.
식물은 땅으로부터 여러가지 영양분을 흡수하고, 햇볕을 받아 광합성 작용을 하고 공기 중의 무기물을 섭취하며 성장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비가 내려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의 얘기다. 봄 여름철에 비가 내리면 작물들이 눈에 띠게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빗물이 가지고 있는 많은 영양 물질이 작물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인체의 장기들도 여러 구조로 연결된 경로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기도 하지만, 횡경막과 폐막에서 비처럼 뿌려지는 영양분을 공급받지 않고서는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곡물에 있는 곡기는 비위에서 흉격으로 올라와 폐를 통해 만들어진 호흡의 기운과 합쳐져 종기가 형성되는데, 마치 대기의 구름처럼 모였다가 전신에 흩어져 에너지와 활력소로 작용하게 된다.
비장은 동양철학에서 토(土)에 해당한다. 토는 전체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역할과 함께 부분을 조절하는 조정자 역할을 한다. 비장은 오장중의 하나인 장기이지만 인체 전반을 조절하는 홀론(holon)적인 장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