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中道).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음을 의미한다. 삶과 일에 있어서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유지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고집쟁이는 아니다. 지금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항상 관심을 기울이며, 필요에 따라서는 과감한 변화를 추구한다. 개인적인 삶은 물론 기업을 경영하는 데도 이런 중도의 자세는 중요하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이 주목받는 이유도 중도의 길을 걷는 합리적인 경영 방식 때문일 것이다. 신영자산운용의 설립멤버인 이 사장은 지난 5월 20일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유지해 온 회사의 가치관과 색깔을 바꿀 생각이 없다. 지나치게 유행만 쫓아가면서 회사와 사업의 본질을 흐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겠다는 것도 아니다. 회사와 금융 문화의 발전을 위한 변화를 차분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 이 사장의 계획이다. 그 계획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신영자산 社風 이끌 적임자
  

이상진 사장(55)은 현대중공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증권업계에 첫 발을 들여놓은 것은 신영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다. 여기서 그는 국제부와 인수공모부에서 근무했고, 그 후 슈로더증권에서 CIO(최고기술경영자)를 역임했다.
 
그는 1996년 신영자산운용이 탄생할 때 다시 돌아와 2007년에 부사장이 됐다. 이 사장은 14년 동안 신영자산운용에 몸 담으며 사풍을 만든 주역이자 자산운용업계의 맏형이다.
 
신영자산운용은 직원들의 이동이 적은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대표이사 뿐 아니라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젊은 편에 속하는 자산운용업계의 현실과 달리, 신영자산운용은 대표를 비롯해 펀드매니저들의 평균 연령이 꽤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단기적인 성과로 직원들을 섣불리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이 업무상 가장 크게 느끼는 고충은 단기 성과로 평가 받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소위 '직원 물갈이'가 빈번하게 있어난다. '철새 펀드매니저'란 말도 이래서 생겼다. 
 
이와 달리 신영자산운용은 가족적이다. 신영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의 능력을 중시하면서도, 항상 모든 직원들이 함께 가자는 온정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의 턴오버가 적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긍정적인 사풍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지켜갈 수 있는 사람이 이 사장이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치투자에 대한 확고한 철학
 
단기성과에 급급하지 않는 신영자산운용의 사풍은 투자철학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신영자산운용이 추구하는 투자철학은 가치투자다. 신영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신영마라톤 펀드'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안정적으로 수익을 쌓아가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느림보 펀드'로도 불리지만, 이 사장은 가치투자를 근간으로 한 회사의 투자철학을 바꿀 생각이 없다.
 
트렌드에 따라 인기있는 종목들은 증권시장에서 수없이 들락거리고, 펀드 편입종목에도 변화가 크게 일어나곤 한다. 하지만 신영자산운용은 좋다고 생각하는 종목은 일단 5년 이상 들고 간다. 해당 기업과 신영자산운용이 함께 발전해 나간다는 의미로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단지 주식이 아닌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이 사장과 신영자산운용의 투자철학이라 할 수 있다. 
 
이 사장은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시장상황에 따라 빠르게 종목을 바꾸고 수익을 올리는 데는 관심이 없다. 느리더라도 신영의 투자철학을 이어 나가는데 주력하겠다"며 가치투자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해외사업 확장 위한 공격 경영
 
그렇다고 이 사장이 보수적인 경영인은 절대 아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수익을 돌려주는 것과 더불어 회사의 발전과 투자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격 경영을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 진출이다. 이 사장은 특히 중국시장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부사장으로 있을 때부터 향후 10년 과제를 국내투자자들의 해외투자와 해외투자자의 국내 유치로 계획했다.
 
이기현 신영자산운용 마케팅본부 상무는 "이 사장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세 시장에 33%씩 균등하게 투자하는 '한중일 펀드'를 구상하고 있다"며 "해외펀드 역시 가치투자를 바탕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진출을 위해 지난해 해외운용과 해외마케팅을 담당하는 두 명의 중국 직원을 고용했다"며 "조만간 중국 QFII(적격해외투자자)와 QDII(적격역내기관투자자)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당시(唐詩)에 푹 빠진 공부하는 CEO  
 
이상진 사장은 영어에 능통하다. 이 사장의 영어 실력을 본 사람들은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데도 영어를 상당히 고급스럽게 구사한다"고 평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상 만나는 해외 관계자들 역시 이 사장에게 호감을 보이기 마련.
 
하지만 이 사장은 영어 뿐 아니라 중국어 공부에도 열심이다. 중국시장을 승부처로 봤으니 제대로 중국을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말부터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최근 이 사장은 당시(唐詩, 당나라 시)에 푹 빠졌다. 중국어 공부를 하면서 당시에 매력을 느낀 그는 개인교사까지 고용해 당시를 공부하고 있다.
 
이 사장의 학구열은 회사 직원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 이기현 상무는 "직원들이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깊이 있게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며 "7층에 자리한 자산운용본부는 독서실 분위기이고, 직원의 3분의 1은 항상 기업탐방을 나가 현장에서 연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