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사상 최초로 우승을 했고 여러 기록이 생겨나긴 했지만 아쉬운 점은 화끈한 스타 선수가 탄생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 대신에 엉뚱하게도 축구선수가 아닌 ‘문어’가 사람들의 큰 관심을 모으며 대스타로 부상했다. 문어 파울(Paul)은 독일의 7경기와 스페인-네덜란드의 결승전까지 무려 8경기의 승리팀을 연속으로 맞추는 놀라운 적중력을 나타내 전 세계 스타로 떠올랐다. 당연히 이 문어는 마케팅, 광고, 홍보에 높은 가치를 얻어 파울과 계약에 나서는 곳들도 있다. 스페인의 카르발리노시에서는 명예시민권을 주기로 해 문어로서 사상 최초로 명예시민이 되는 기록도 남기게 됐다.

◆월드컵의 문어와 월가의 원숭이

파울의 신통력을 미리 내다보고 파울의 예측대로 스포츠 베팅을 했다면 대박을 터뜨렸을 것이다. 파울이 축구경기의 승리팀을 예언하는 방식은 두 국가의 국기가 그려진 투명 플라스틱 상자 두개에 홍합을 넣고 파울이 먼저 삼키는 쪽을 승리팀으로 정하는 것이었다. 단순한 방식에 의한 예언이었지만, 8경기를 연속으로 적중시키는 확률은 0.39%에 불과해 분명 놀라운 결과다. 파울이 경기의 승패를 예측하기 시작한 것은 유럽 최대의 축구대회인 '유로 2008'이었다. 거기서는 4경기 연속 승패를 맞추다가 독일과 스페인 결승전의 예측에서 실패했다고 한다. 그 뒤 2년 동안 점쟁이로서의 실력(?)이 크게 향상된 것 같다.


‘월드컵의 파울’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월가의 원숭이’다. 월가에서 원숭이와 펀드매니저가 주식투자의 수익률을 겨뤘는데, 원숭이가 이겼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는 허황한 전설이 아니라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다. 원숭이가 다트를 던지게 해서 찍은 종목을 가지고 구성한 포트폴리오와 전문가가 고심해서 구성한 포트폴리오 중, 원숭이가 찍은 것에서 더 뛰어난 결과가 얻어진 것이다. 대회에서 원숭이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눈을 가리고 주식시세표에 다트를 던져 맞은 종목을 매수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펀드매니저 4명과 아마추어 투자자 4명, 원숭이가 2000년 7월~2001년 5월의 기간 동안 수익률을 겨룬 결과, 원숭이가 -2.7%, 펀드매니저 -13.4%, 아마추어 투자자 -28.6% 로 원숭이의 승리였다.
 
러시아에서는 올해 초에 5살짜리 침팬지가 전문 펀드매니저들보다 무려 94%나 높은 수익률을 올려 화제가 됐었다. 조련사들이 주사위 같은 정육면체를 주식처럼 표시해 침팬지 루샤로 하여금 고르도록 했다. 루샤가 수익률 높은 주식을 고르면 조련사들이 상을 주는 식으로 훈련시켰다고 한다. 조련사들이 제시한 30개 종목 가운데 루샤는 8개를 골랐는데 국유기업과 사유기업에 분산 투자하면서 금융, 자동차 관련 주식을 택해서 큰 수익을 올렸다.

한편 2002년에는 국내 신문사(조선일보)에서도 침팬지와 펀드매니저의 투자게임을 실시한 적이 있다.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일주일간 훈련을 받은 침팬지 ‘해리’와 ‘샐리’를 펀드매니저와 함께 투자수익률을 겨루게 했다. 번호를 매긴 250개 탁구공 중에서 침팬지가 무작위로 공을 고르는 방식이었다. 탁구공에는 거래소시장의 KOSPI200지수 편입종목 200개에 1번부터 200번, 코스닥시장의 코스닥50지수 편입종목 50개에 201~250번을 가나다순서로 배열했다. 경찰관 입회하에 침팬지가 무작위로 3개씩 종목을 고르고 전문 펀드매니저 4명도 3개씩 종목을 선택하면서 수익률을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6개월간 이어진 투자게임에서 한때 침팬지 둘이 선두경쟁을 벌이며 펀드매니저들을 모두 누르고 침팬지가 1위에 올라서면서 펀드매니저를 당혹스럽게 한 적도 있다.
 
지난해 2009년에는 국내 증권 포털사이트 팍스넷에서 6월25일부터 6주 동안 주식투자 대결을 한 결과 다섯살짜리 파푸아뉴기니산 앵무새 ‘딸기’가 13.7%의 수익률을 기록해 전체 3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개인투자자는 평균 -4.6%의 수익률을 거두었다. 실험방법은 매주 한번씩 앵무새에게 시가총액 상위 30위 안에 드는 회사 이름이 적힌 장난감 공 가운데 하나를 물도록 하고, 그 주식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했다. 종목은 6개 이내로 한정했으며 앵무새 딸기는 총 11차례 거래했다. 개인 투자가는 6000만원 안에서 자유롭게 주식을 매매하도록 했다. 투자경력 5년이 넘은 개인투자가 6명을 포함 총 10명의 개인투자가 중에서 오직 2명만이 앵무새를 능가했으며 8명은 앵무새보다 투자 성과가 뒤떨어지는 결과였다. 이중 7명은 투자 손실을 보았다.
 
이와 같이 문어, 원숭이, 앵무새, 침팬지 등의 사례를 본다면 전문가의 말을 듣느니 신통한 동물을 찾아서 그들의 선택을 따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들기도 한다. 혹시 독자 여러분들도 문어는 아니라도 어항 속 금붕어, 원숭이나 침팬지는 아니라도 집 안에서 키우는 애완견이나 고양이라도 잘 훈련시켜 보면 어떨까 싶다.
 
물론 동물을 이용한 기존의 실험결과들이 통계적인 신뢰성이 확보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주식투자가 이루어지는 시장의 환경 자체가 일정치 않고 변화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잘 통제된 환경 속에서 반복 실험을 통한 통계적인 신뢰도를 얻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실험의 방법은 일관성이 있어도 실험이 진행되는 환경이 크게 다르면 결과 해석에는 일관성을 부여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어떤 학생이 암기를 더 잘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연구를 할 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테스트해 얻어지는 결과와 락음악과 소음으로 시끄러운 클럽 안에서 얻어지는 결과는 크게 다를 수 있다. 후자의 환경 속에서는 평소에도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던 학생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주식투자에서는 기간이 수년 이상 돼야 투자의 분석 결과에 명확하게 의의를 둘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도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투자게임, 동물이 더 잘 할 수 있는 두가지 이유

비록 제한된 범위 내 예측 게임의 결과였지만 어쨌든 전망, 예측, 예언에서 동물이 인간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동물이 인간보다 더 나은 확률로 예측할 때에 그 이유를 왜 동물이 잘 할 수 있는가에서 찾는 것보다는, 인간이 왜 못할 수 있는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두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첫번째는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가정이다. 효율적 시장가설(efficient market theory)에서는 시장이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에, 가격에 영향을 미칠 모든 정보와 모든 요소가 이미 다 반영돼 있어서 아무리 심사숙고해 결정하더라도 평균적으로 보아서는 시장 수익률을 넘어설 수 없다는 논리다. 효율적인 시장에서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성과를 거두는 것은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 예측에 의존한 투자보다는 전략적 접근을 하는 투자를 통해서 흔히 이루어진다.
 
두번째는 동물은 인간과 달리 투자나 스포츠경기의 예측에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동물은 예측 게임에서 무작위 선택을 했고 사람은 심사숙고해 선택한 것이다. 심사숙고할 때 완전히 이성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감성에 영향을 받으면서 판단이 내려지는 경우도 있다. 심리에 영향 받을 때에는 차라리 무작위로 선택하는 것보다 더 못한 결과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경제학보다는 심리학을 공부한 것이 주식투자에 더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문가도 있다. 시장을 지배하는 주된 흐름은 탐욕, 흥분, 공포, 두려움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흥분할 때, 가장 많은 돈이 주식형펀드로 몰릴 때가 상투인 경우가 흔하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 가장 많은 투매가 나올 때가 바닥인 경우가 흔하다.
 
심리에 가장 크게 휘둘리는 사람은 소위 말하는 ‘인간지표’가 되기 쉽다. (어떤 사람이 사면 내리고, 팔면 오를 때 인간지표라고 부른다.) 투자를 어느 정도 한 사람이라면 스스로가 인간지표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아본 적이 최소한 한두 번 이상 있다. 인간지표인 사람은 동물보다도 못한 결과를 얻게 된다. 만약에 자신이 늘 인간지표처럼 돼있고 그 상태로부터 도저히 잘 벗어나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희망이 있다. 계좌 2개를 동시에 열고 한 계좌에서는 투자금액의 10%만 자기 생각대로 투자해 나가고 또 다른 계좌에는 투자금액의 90%를 넣고 가족이나 친한 사람에게 맡긴다. 그 사람에게 또 하나의 내 계좌를 들여다보고, 내가 하는 것과 정반대로 해달라고 부탁하면 될 것이다.

 
한편 동물이 아닌 인간인 이상, 사회 돌아가는 것이나 경제에 대해서나 기업들에 대해 흔히 편견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어렵던 기업이 턴어라운드 돼 좋아지고 있는데도 그 기업은 안 되리라는 생각을 지속하고 있거나, 호황이 일단은 끝났는데도 그 기업은 계속 더 잘 될 거라는 믿음에만 몰입되기도 한다.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부동산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더 마음이 기울게 되고, 부동산이 거의 없으면 부동산이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더 마음이 기울게 된다. 즉 개인적인 희망사항이 자신의 입장에 기초하는 편견에 의해 객관적인 전망처럼 둔갑하기 쉬운 것이다.

또한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둔다는 말도 있다. 장기나 바둑에서 오랫동안 생각하다가 오히려 나쁜 수를 두게 되었다는 말이다. 즉 사람이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하고 고민하다 보면 생각이 꼬이면서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에서는 전망, 예측도 중요하지만, 심리를 극복하겠다는 태도를 갖추고, 심리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심리를 극복하는 요령을 터득하며, 편견을 가지지 않는 것을 훨씬 더 중요한 부분으로 봐야 한다. 심리를 도저히 극복하지 못하고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 투자로 돈은 벌고 싶다면 차라리 동물을 훈련시켜서 동물이 찍어 주는 대로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