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하면 얼마 전엔 정몽구 회장이 아놀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만나 상호협력을 논의하며 앞으로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미국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근육질의 터미네이터, 슈워제네거가 수줍은 듯 정몽구 회장 옆에 서 있는 사진을 보니 현대차 정말 많이 컸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미국 드라마의 PPL 단골 된 현대·기아차
사실 1980년대 중반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처음 수출됐을 때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교포들이 정말 많았다. 그렇지만 당시 현대차가 어필할 수 있었던 건 싼 가격뿐이다. TV광고 또한 엑셀 3도어를 살까 5도어를 살까 고민하다가 결국 웬만한 차 한대를 살돈으로 3도어와 5도어 모두를 사가지고 집에 가져오는 내용이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도 현대차의 미국 광고 문구는 '당신은 차가 필요하니까!(Because you need a car!)' 였다. 그만큼 경제적인 가격을 강조했던 현대차였다. 그런데 그 후로 20, 30년이 흐름 지금은 현대차라는 브랜드만으로도 세계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위치가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웬만한 미드족이라면 한번쯤 빠져들 수밖에 없는 드라마 <24>. 그리고 2009년 청소년 드라마로 인기를 모았던 <make it or break it> 같은 드라마를 보면 현대· 기아차의 위상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의 제네시스는 <24> 시즌 7부터 등장하는데 자동차 외부 풀샷으로도 모자랐는지 시동 걸 때 디스플레이를 확실히 보여준다. 특히 올해 방영한 시즌8에는 날렵한 제네시스쿠페까지 등장해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그렇지만 이정도는 <Make it or break it>에서 나오는 기아자동차 소렌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저렴한 이자에 좋은 자동차를 취급하는 딜러를 소개해주겠다는 다소 뜬금없는 대사 이후에 나오는 차가 있는데 이게 바로 기아의 소렌토다. 단순한 차가 아니고 크로스 오버에 버튼만 눌러도 시동이 걸린다, 섹시하다 등의 대사가 이어지고 급기야 그 다음 주에는 다시 한번 소렌토가 매우 잘 달린다는 친절한 멘트까지 내뱉는다. 이정도면 드라마가 아니라 드라마를 빌린 광고라는 생각까지 든다.
아무튼 주목하고 싶은 건 미국의 대표 드라마에 PPL(Product in placement)이 가능할 정도로 현대·기아차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자동차는 외국차 일색이었다. 앞머리 탈모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액션배우로 불리는 제이슨 스타뎀 주연의 <트랜스포터> 시리즈는 무엇이든 다 배달해주는 영화의 내용상 배우 못지않게 자동차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1편에 등장하는 자동차는 BMW 735로 위풍당당한 포스를 자랑하며 영화 속을 질주하더니 2, 3편으로 넘어가자 아우디로 바뀌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아우디 W12 6.0 모델이다.
2005년 <트랜스포터> 2편이 나왔던 시기를 전후로 폭스바겐-아우디그룹이 적극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펼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갔는데 강력한 질주 성능을 보여준 영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때쯤 아우디 6시리즈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강남 귀부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렉서스 ES시리즈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것도 재밌는 부분이다.
또 다른 영화 본시리즈에는 폭스바겐 골프가 자주 등장하는데 골프의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이 영화의 내용이나 분위기에도 꽤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최근 1년간 기아차 110%, 현대차 40% 주가 급등
다시 현대·기아차로 돌아와서 높아진 브랜드 위상만큼이나 이들의 주가도 참 많이 올랐다. 기아차는 최근 1년 동안 110%, 현대차는 40% 이상 상승했는데 같은 시기 종합주가지수는 10% 남짓 올랐을 뿐이다.
글로벌시장에서의 점유율도 꾸준히 높이고 있는 현대차는 미국 내에서만 3개월 연속 사상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며 2020년에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15%로 토요타를 앞서겠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더 이상 현대·기아차의 경쟁사는 국내기업이 아니라 토요타, BMW, 폭스바겐 등 세계 속의 명차가 된 것이다. 높아진 위상만큼 앞으로 해외 영화나 드라마에서 현대·기아차의 PPL을 더 자주 더 많이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