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Super Supermarket’의 약자로 기업형 슈퍼마켓을 말한다. 쉽게 말해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주택가와 근접한 곳에서 운영하는 중대형 규모의 슈퍼마켓이다. 홈플러스, 롯데마트, GS마트, 이마트 등이 운영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슈퍼, GS슈퍼마켓,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 상권 진출에 중소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SSM에 따른 주변 중소점포의 피해액이 점포당 연간 5000만원에 달한다는 중소기업청의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그래서 직접 현장에 나가봤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은 최근 1년 새 중대형 슈퍼마켓 여러 개가 생겨났다. 아파트 단지가 모여있는 주택가 근처에서 장사하는 중대형 슈퍼마켓만 현재 4~5개.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마트에서부터 농협마트,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이 근접해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슈퍼마켓 격전지’가 됐다. 
 
지난 6일 저녁 이곳을 찾아 SSM과 경쟁하고 있는 인근 상인들을 만났다. 말 그대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이후 이들이 격전을 펼치고 있는지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기업보다 잘 나가는 슈퍼마켓? “규모만 된다면 싸워볼 만합니다.”
 
주부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웰빙할인마트’라는 중대형 슈퍼마켓. 규모가 꽤 큰 편인데 개인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건물 몇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위치해 있어 주부들의 동선 역시 두 슈퍼마켓을 지나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웰빙할인마트는 이곳 슈퍼마켓의 터줏대감으로 SSM 진출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초특가 할인’ ‘최대 50% 세일’ 등의 전단지가 고객을 유혹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던 데 반해, 이곳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김애라씨는 “이 근처에 슈퍼마켓들이 여럿 생기면서 멀리서도 여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멀지 않은 곳에 대형할인마트가 있지만 필요한 양만큼만 살 수 있어서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게 더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물건값은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크지 않은 것 같아요. 대형할인마트 대신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이유가 필요한 만큼 그때그때 신선한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인데, 아무래도 야채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포장 제품보다 여기가 더 신선한 것 같거든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대기업이다 보니 할인 행사가 확실히 많으니까, 할인 품목을 살 때 종종 찾는 편이고요.”
 
웰빙할인마트의 권오길 지점장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근처로 들어 온 게 1년이 채 안됐다”며 “초기에는 긴장을 많이 하고 실제 타격도 있는 것 같았는데, 오히려 지금은 매출이 약간 늘어난 편이다”고 말했다.
 
의외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가 부연 설명을 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들어온 후 본격적으로 이곳이 슈퍼마켓지역으로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비슷비슷한 즈음에 근처에 대형 슈퍼마켓들이 많이 생기면서 손님들이 더 몰리는 효과가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개인사업자 입장에서 대기업과 경쟁하는게 만만치 않을 텐데 권 지점장은 자신 있게 답한다.
 
“대기업이 운영하기 때문에 골목 상권에서 갖게 되는 약점도 있습니다. 그 점을 공략한 것이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야채 같은 경우 대기업은 일괄적으로 제품 포장이나 배송을 관리하기 때문에, 지역주민과 밀접한 상권에 들어오기까지는 오히려 불리한 점이 있죠. 그런 점에서 우리는 가락시장 등 시장에서 바로 물건을 들여와 손님들한테 내놓기도 하고, 제품을 관리하는 측면에서도 유동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공산품은 약세일 수밖에 없다. 대량구매를 바탕으로 할인혜택을 키울 수 있는 홈플러스 등의 대규모 유통업체와 비교해 자영업자의 경우 값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권 지점장은 “공산품은 마진을 줄여서 미끼 상품을 많이 내거는 편이다"며 "야채 품목의 강점이 확실해선지 전체적인 타격은 거의 없는 편이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은 대기업 시스템 나름대로의 약점이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라고 하더라도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규모만 비슷하게 붙을 수 있다면 맞서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중소형 점포들은 죽는소리, “물리적 타격보다 심리적 타격이 더 크죠"
 
그러나 개인 자영업자가 중대형 규모의 슈퍼마켓을 운영하기엔 자금력부터 턱없이 달리는 것이 대부분의 현실. 중대형 슈퍼마켓과 달리 인근의 중소형 슈퍼마켓 자영업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근 골목에서 구멍가게 규모의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은 “어차피 작은 규모의 슈퍼마켓들은 동네 장사이기 때문에 수치로 따지면 매출이 큰 폭으로 줄거나 하는 타격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심리적인 타격이 더 큰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쉰다.
 
“영업시간이 예전보다 늘어나니까 몸이 가장 힘들죠. 동네 구멍가게는 집에 있다가 슬리퍼 탈탈 끌고 나와서 담배 하나 정도 사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런데 대기업 슈퍼마켓은 밤 늦게까지 영업을 하니까, 저희가 영업을 안 하면 그런 분들도 대기업 슈퍼마켓을 찾으면 되는 상황이잖아요.
 
처음에는 거기에 맞춰 보겠다고, 새벽 일찍 나와서 밤늦게까지 가게 문 열어놓고 영업을 했는데 몸이 더 힘들 더라고요. 새벽부터 밤까지 가게 문을 열어 놓고 있자니 운영비도 만만치 않게 들고, 그래서 지금은 새벽까지 일하지는 않아요.”
 
그는 슈퍼슈퍼마켓 진출 이후 사람들의 동선이 미묘하게 달라진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말한다. 동네 구멍가게의 경우 사람들이 늘 지나다니는 길목에 위치한 것이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대기업 슈퍼마켓 개점 이후 동네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이 달라지고, 동선이 죽은 곳이 생겨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슈퍼마켓들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양평역 근처에서 20년 넘게 슈퍼마켓을 운영해 왔다는 할머니 사장님 한분은 “살아 보겠다고 리모델링을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아이들 과자나 아이스크림은 물론 과일, 맥주 등을 함께 팔아왔다는 이곳은 최근 ‘편의점 형태’로 리모델링을 거쳤다. 주변에 중대형 슈퍼마켓들이 생겨나면서 위기 의식이 들었기 때문이다. 큰 마음 먹고 거금을 투자해 최신식 편의점 형태로 가게의 구조나 판매 품목을 모두 다 바꿨다.
 
“판매 품목을 바꾸고 나니까 손님이 더 없어. 과자만 하더라도 조금만 나가면 더 싸게 살 수 있는데 지나다니는 길에 들르면 될 걸 일부러 우리한테 와야 말이지. 리모델링 하느라 투자한 돈은 크고 지금은 투자금도 안 나와. 우리 할아버지랑도 만날 싸워. 할아버지는 에어컨을 틀어 놔야 손님들이 시원해서 자꾸 들어온다 그러고, 나는 전기세라도 아껴야 하니까 자꾸 꺼 놓고. 하루하루가 전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