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시대포럼에 참석한 연사들.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광형 KAIST(한국과학기술원) 전 총장,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 최태복 HD현대중공업 상무, 오병상 동행미디어 시대 대표, 이준곤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교수, 이무영 시대 제도혁신연구소 부소장, 이경훈 방위사업청 방산중소기업지원과장, 이상언 시대 편집국장. / 사진=조현호 기자


"해킹 천재인데도 '중위'로 임관시켜서 일반적인 통신부대, 사이버부대로 가서 '평범한 중위'가 됩니다. 이스라엘 8200부대, 탈피오트, 맘람 제도가 한국에서 안 되는 것은 특별한 재능을 인정하는 프로세스가 없기 때문입니다." (유무봉 기아 특수사업부 고문 겸 육군 예비역 소장)

"KAIST(한국과학기술원) 해킹동아리 학생 동아리는 총장실에 지원해달라고 오질 않아요. 상금 받아서 잘 지내거든요. 그런데 이런 학생들이 민간으로 흩어져버립니다. 국가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제도의 경직성 때문에 특별한 학생들을 '형평성' 기준에 맞춰 지원을 못해줘요." (이광형 KAIST 전 총장)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시대포럼에선 전문가들이 K방산 도약을 위한 인재육성과 무기획득 체계 개편, 방산 수출 후속지원 강화 방안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기술인재들을 한데 모아 기술부대를 만들고, 중소 방산기업 근무 경력을 대기업 취업 때 인정해주는 '방산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국가 주도의 방산 컨트롤타워 설치 필요성도 제기됐다.

"소요부터 야전 배치까지 14년"

전문가들이 K방산 혁신의 첫 걸림돌로 꼽은 것은 낡은 무기획득 체계였다. 이광형 전 총장은 "과거에는 무기가 현장에 배치되려면 10년에서 15년이 걸렸다"며 "지금은 패스트트랙을 만들어 많이 단축됐지만 여전히 2년, 5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드론을 2년 기다리면 그게 쓸 만하겠느냐"며 "지금 필요해서 개발했는데 실전 배치가 5년 뒤가 되면 어떻게 되겠느냐. 이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유무봉 기아 고문도 같은 문제를 짚었다. 그는 육군의 일반 무기를 분석해보니 소요 결정 시점부터 야전 보급까지 평균 14.2년이 걸린다고 진단했다. 유 고문은 방산 수출 승인 과정도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국가정보원, 외교부, 산업통상부 가운데 한 곳만 반대해도 무산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방산은 중국 등 외국과의 민감한 관계를 고려할 때 정부가 앞장서 자랑할 일이 아니라 조용히 동맹의 힘으로 뒷받침하고 규제 샌드박스로 기업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형 전 카이스트 총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방산 스케일업 과제 : 기술인재 활용과 패키지 지원'을 주제로 열린 시대포럼 제2차 숙의토론회에서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이날 열린 토론회는 동행미디어 시대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 사진=조현호 기자


이 전 총장은 현장에서 발견한 개선 수요가 곧바로 장비 개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육·해·공군에 소규모 연구개발(R&D) 권한을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인재 육성 방안도 여러 갈래로 제시됐다. 이상언 동행미디어 시대 편집국장은 이공계 인재를 국방기술 연구부대에 '집적'하는 병역특례 제도를 제안했다. 지금의 각개전투식 분산 대신 군 복무 중 한데 모여 R&D에 집중하고 전역 뒤 기술과 경험을 살려 창업으로 이어지게 하자는 취지다.

이 국장은 "현재의 병역특례 제도는 집적의 효과가 나기 힘든 구조로, 병역특례 인력들이 일반 기업의 노동력일 뿐 국방 기술 전력이라고 볼 수 없다"며 "대체복무 인원 중 방산 분야에 배정된 인력은 1% 미만으로 이마저도 88개 업체와 연구기관에 분산되면서 기술 축적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8200부대와 맘람, 탈피오트가 그 증거"라며 병역특례를 넘어 기술부대 양성 구조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장은 과학기술전문사관과 과학기술병, 전문연구요원 등 기존 국방과학 인력을 효율적으로 조직하고 2028년 개교 예정인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 등과 연계해 '10만 국방과학 인재'를 육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국방과학연구소가 대전의 경치 좋은 산속에 있다"며 "젊은 세대한테 거기서 근무하라고 하는데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라며 처우 개선의 시급성을 짚었다.

"방산 마일리지 제도 만들자"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과 오병상 동행미디어 시대 대표 등 내빈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방산 스케일업 과제 : 기술인재 활용과 패키지 지원'을 주제로 열린 시대포럼 제2차 숙의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이경훈 방위사업청 방산중소기업지원과장,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 이광형 전 카이스트 총장, 김 의원, 오 대표, 이준곤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교수, 이상언 동행미디어 시대 편집국장, 이무영 동행미디어 시대 제도혁신연구소 부소장. 이날 열린 토론회는 동행미디어 시대와 김병주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 사진=조현호 기자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산업의 미래는 돈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곳에 있다"며 "돈은 만들어낼 수 있어도 사람은 만들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중소 방산기업 근무 경력을 대기업 취업 때 인정해주는 '방산 마일리지 제도' 도입도 제안하며 "이분들이 대기업에 취업할 때 그 마일리지를 인정해주면 사다리가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다리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필요성도 제기됐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방산 수출은 일반적인 상품을 수출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며 "방산 수입국이 직면한 안보 위협과 군사전략 및 동맹 관계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연구위원은 "주요 무기체계를 도입하면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 운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부품을 공급하거나 정비 교육 훈련이나 성능개량과 같은 후속 지원과 관련된 협력이 필요하다"며 후속지원 체계 강화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방산 현지화와 M&A(인수합병) 전략도 K방산의 성장 방정식으로 꼽혔다. 이준곤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교수는 "이제는 무기를 팔고 국내에서 생산해 보내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생산과 기술이전, 유지·보수·정비(MRO)까지 현지에 들어가 국가와 지역에 묻어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방산기업들이 신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M&A를 통해 기술과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며 우리도 전략적 M&A를 서둘러 검토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경훈 방위사업청 방산중소기업지원과장은 방산 중소기업 제품이 군 실증을 거쳐 곧바로 납품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군에 바로 납품할 수 있도록 방산 중소기업들이 (군 실증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매출을 향상시킬 수 있게 하겠다"며 "실증을 기반으로 기업들이 군에 제품을 소개하고 군은 민간 제품을 직접 써볼 수 있어 양 측의 니즈(요구)를 충족시키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이광형 전 카이스트 총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방산 스케일업 과제 : 기술인재 활용과 패키지 지원'을 주제로 열린 시대포럼 제2차 숙의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로 나서고 있다. 이날 열린 토론회는 동행미디어 시대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 사진=조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