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신문고일까, 교묘한 술수일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활발한 트위터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2월9일 첫 선을 보인 정 부회장의 트위터는 개설 71일만에 팔로워 7000명에 돌파했고 10월 현재까지 6만명선을 육박하고 있다. 

먼저 트위터를 시작해 유명세를 탄 두산의 박용만 회장이 지난해 7월 트위터를 개설한 이후 현재 7만9000명선인 점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수치다.

정 부회장의 트위터가 ‘히트상품’이 된 데에는 여타 재벌총수가 외부와의 접촉을 기피했던 것과 달리 정 부회장이 소비자 개개인과 거리낌없이 소통했던 점이 크다. 또 소비자의 불만과 질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트위터를 사적인 공간 외에 업무적인 영역으로 활용했던 점도 주효했다.


열애설에서부터 발선풍기까지…이슈는 이슈

지난 8월6일, 정 부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익살스런 글귀를 올렸다.
“오늘 팔로어 좀 늘겠군...네이버 검색 2위!!!”

그리고는 몇분 후 추가 글을 게재했다.
“구정에 한번, 그리고 가정의 달, 그리고 추석에 한번... 추석이 가까워졌나~~~”

한 월간지가 정 부회장과 플루티스트 한지희(30)씨가 열애 중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자신의 심기를 애둘러 표현한 말이다.

당시 정 부회장의 이 말은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정용진’ ‘한지희’를 상위에 랭크시키며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처럼 정 부회장은 트위터 속에 사적으로 솔직담백한 표현을 담기도 하지만 공적인 업무와 관련해서도 팔로워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한다.

7월초 해외 출장길에 올랐던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 출장 일정을 실시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정 부회장은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 유기농 식품 매장인 웨그먼스와 미국 내 한국 제품 마켓인 H마트를 둘러보고 머내서스에서 의류업체 TJ 맥스를 방문한 사실을 현지 위치와 함께 트위터에 ‘속보’로 전했다.

앞서 5월초에도 중국 상하이에 엑스포 일로 출장갔을 당시 현지 일정을 트위터로 일일이 공개해 화제를 낳았다.

이 외에도 정 부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얼리 어답터'다운 면모를 과시해 많은 ‘팔로우’를 양산하고 있다. 

지난 5일 “오늘 갤탭을 살짝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초강력”이란 글과 함께 삼성전자 갤럭시S와 아이패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것을 비롯해, 지난 8월에는 발을 올려두면 저절로 작동이 되고 발을 내려놓으면 꺼지는 '발 선풍기'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신세계백화점, 트위터 개설 2주만 2만명 돌파…‘정용진 효과’

인기스타가 자신을 옹호하는 팬과 그렇지 못한 팬을 동시에 껴안고 활동하듯, 정 부회장의 활발한 트위터 행보 속에서도 득과 실은  확연히 존재한다. 

우선 정 부회장의 부지런한 ‘트위터질’은 자신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기업을 소비자들과 스킨십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유도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은 정 부회장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신세계백화점 트위터 주소를 알리고 관련내용을 트윗하는 등 홍보에 적극성을 보이자 ‘정용진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 7월30일 개설된 전국 8개 신세계백화점의 트위터가 개설 2주만에 팔로워 2만명을 확보하며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여기에 트위터를 통해 소비자 불만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대책 마련을 약속해 네티즌들로부터 “쿨하다”는 호응을 이끌어 낸 것도 정 부회장에겐 ‘긍정적인 후폭풍’으로 꼽힌다. 

지난 7월28일 오전 한 팔로워가 "이마트에서 가짜 한우 팔려다 적발됐다고 합니다. 정용진 부회장의 답변이 정말 궁금합니다“라고  하자 그는 오후 2시께 "소고기 건으로 심려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라고 즉각 사과해 CEO로서 일차적인 ‘진화’에 충실했다. 

앞서 6월16일에도 한 트위터 이용자가 서울 중구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화재를 언급하자 "조리사가 프라이팬을 불 위에 올려놓고 자리를 비웠답니다"라며 화인에 대해 설명했고 이어 "안전 불감증이죠. 안전교육 챙겨봐야겠습니다"라고 적극 해명했다.

‘트위터 사용자 = 전 소비자’로 착각…이념적 소비논쟁 ‘곤혹’

정 부회장의 트위터가 인기를 끄는 사이, 일각에서는 그의 트위터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지난 9월 일부 팔로워들과 이마트 피자를 놓고 ‘이념적 소비’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한 팔로워는 "장사하시는 분들은 가맹비, 임대료 빚 내서 힘들게 운영하는데 마트에서 피자까지 팔면 힘들지 않냐"고 이마트의  피자판매를 지적했고, 이에 정 부회장은 "요즘 마트 가면 떡볶이, 오뎅, 국수, 튀김 안파는 게 없는데 특히 피자가 문제가 되느냐"며  "빵도 팔고 순대에 족발도 파는데.."라는 멘션을 남겼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네티즌이 “동네슈퍼와 대형마트의 생태계는 달라야 한다. 독점 자본의 잠입은 옳지 못하다”라고 다시 지적하자  그는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네요”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이념적 소비’라는 표현에 적지않은 영세 상인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가맹점 형태로 기업형슈퍼마켓(SSM)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동네 분식집이나 피자집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것이냐”며 발끈했다.  

한편에서는 정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의 트위터 활동 자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공간에서 대중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는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을 소비자 전체에게 공식 해명하거나 사과하는 게 아니라 고객 중 일부에 불과한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알리는 것으로 대체해 소비자와의 넓은 채널을 오히려 좁히고 있다는 관점이다.

정 부회장이 '가짜 한우' 판매와 백화점 화재 사건 당시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공식 해명하거나 사과하는 대신 자신의 팔로어들만 볼 수 있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것으로 그친 데 대해 적절치 않았다는 여론이 많았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정용진의 트위터 속 말말말>

● “추석이 가까워졌나” : 때만 되면 자신을 둘러싼 열애설이 터지는 것에 대해 또 그 시기가 왔냐며.
●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시네요” : 한 팔로워가 “동네 슈퍼와 대형마트의 생태계는 달라야 한다. 독점 자본의 잠입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하자.
● “발에 땀 많이 나는 분께 좋다” : 발을 올려두면 저절로 작동이 되고 발을 내려놓으면 꺼지는 '발 선풍기'에 대해 소개하며.
●“제가 매장에 가도 더운 정도가 인내심을 위협할 정도네요” : 지난 7월 한 네티즌이 ‘백화점(신세계)과 대형마트(이마트) 실내가 너무 덥다’고 불만을 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