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뭐 있어! 일단 지르고 봐!" "남자는 거리야! 거리!" 티박스에서의 '지르기'에 대해 대한민국 골퍼들이 가지고 있는 로망, 이해한다. 또 잘 맞아주었을 경우의 행복감의 크기도 굉장하다. 인정한다.

그 짜릿한 손맛과 주변의 부러운 시선, 그로 인해 감추려 해도 도저히 감출 수 없이 밀려오는 뿌듯한 행복감을 작다거나 별 것 아니라 하면 우선 대화가 안 된다. 티샷이 날아가는 거리별로 남자의 힘과 용기가 서열화되는 듯한 묘한 분위기도 무모한 경쟁심이라 일축하기에는 뿌리의 깊이가 녹록치 않다.

그런 요소, 즉 수컷들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골프라는 게임의 한축을 이루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인정할 뿐 아니라 나도 무척이나 사랑한다. 제자들에게는 끊임없이 자제하라고 각서까지 받고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지만 필드에 서면 어느새 헐크가 돼 있는 내 자신이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만이냐 아니냐'에서 골프의 행복이 확연하게 나뉜다는 데 있다. 18홀을 돌면서 14번의 티샷을 하는데 그것의 성패로만 골프를 바라본다면 골프는 너무 비싸고 시간도 많이 차지하는 운동이다. 거리가 날수록 위험요소를 많이 담보하게 되기 때문에 티샷의 행복감에 의존도가 높은 골퍼일수록 총체적 골프 행복감이 낮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증명이 돼 있다. 사실 코스디자이너가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당신 같으면 '멀리 간 놈이 무조건 유리하게' 그렇게 디자인 하겠나?

골프에 있어 '다른 행복'에 눈을 돌려야 한다.

낚시꾼이 낚싯대를 가다듬는 심정으로 장비를 다듬는 재미, 전쟁을 준비하듯 코스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작전을 짜는 재미, 공에 그림을 그려 넣으며 행운을 비는 재미, 패션으로 새로운 연출을 할 궁리, 함께 할 동반자들과 나눌 축제와 웃음을 준비하는 재미, 못난 샷들을 모아 스코어를 만들어 가는 재미, 일상 속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몰입의 즐거움, 타인을 관찰하는 즐거움, 나 자신의 쌩뚱맞은 내면의 모습을 대면하는 행복(?)…. 숨 차다.

골프의 행복이란 이루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많다. 그만큼 골프는 큰 운동이고 드라마틱한 운동이다. 게다가 게임 그 자체만이 아니고 사진이든 그림이든 글쓰기든 자신의 다른 취미와 골프를 결합하든지, 자신의 직업적인 전문성과 골프를 연관 짓는 것도 멋지다. 게다가 연습이라는 측면을 보더라도 그 과정에서 큰 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 영역이다.

골프를 바라보는 상상력과 지평을 '확' 넓혀야 한다. 그 많은 행복의 요소들을 무시하고 오로지 멀리 지르는 것과 스코어만을 놓고 행과 불행을 이분법적으로 가늠하려 들면 골프는 골프대로 천박하고 허접해지면서 시간과 돈이 정말 아까운 꼴불견 놀이가 되고 만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골프를 잘 치는 꼴, 참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