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음식점 메뉴가 아니라 퇴직 후 백수들의 등급이란다.
▶ 최상위 등급: 화백
화려한 백수의 준말이다. 퇴직 후 3개월간은 저녁식사 시간 스케줄이 빡빡하게 잡힌 화려한 백수다.
▶ 중간 등급: 불백
불쌍한 백수를 이른다. 친구들과의 약속이 감소하기 시작하며 휴대폰마저도 캔디폰이 돼버린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굴욕'의 최하위 등급은 마포불백
마누라까지 포기한 불쌍한 백수란다. 이 등급은 특히 아파트 분리수거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마누라가 분리수거 시 내놓을지 모른다는….
유머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명예퇴직 혹은 조기퇴직 바람이 거센 현실에서 힘들고 어려운 세태를 엿보게 한다. 민붕규 메트라이프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는 "요즘 취직은 어렵고 퇴직은 빨라져 25년 벌어 최소 25년 이상은 먹고 살아야 하는 위험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공포의 대상이 된 노후생활. 멋드러진 축복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 은퇴자금,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
노후 생활을 빵빵하게 보내려면 적어도 기본적인 실탄(자금)은 비축해야 한다. 과연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
피델리티자산운용이 지난달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와 함께 발표한 '2010 피델리티 은퇴준비지수'에 따르면, 근로자들이 은퇴까지 모을 수 있는 평균 금액은 5억5000만원. 은퇴 이후 요구되는 금융자산은 8억5000만원으로 3억원가량의 격차가 있었다.
"5억원도 입이 벌어질 지경인데 8억원이나?" 조사결과를 얼핏 보면 놀랄 수 있지만, 이 금액은 공적연금과 퇴직(연)금 등을 포함한 금액이므로, 실제 개인이 준비할 금액은 이 수치의 절반 정도라는 게 피델리티 측의 설명이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은퇴준비에 가장 적극적인 연령대는 30대. 가장 취약한 세대는 은퇴 직전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아니라 20대라는 결과도 나왔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20대는 증가한 실업률과 높아진 소비생활 욕구를 고려할 때 은퇴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 젊다고 은퇴준비에 게을리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충고다.
그렇다면 과연 나의 은퇴준비 점수는? 얼마나 준비해야 노후에 다리 뻗고 잘 수 있을까?
정찬교 피델리티자산운용 부장은 "어떤 이는 월 200만원이면 노후자금으로 충분하다고 보지만, 여유있게 살아온 경우는 월 500만원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생활수준에 따라 계산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보자. 희망 은퇴생활비로 월 200만원(현재 가치)을 원하는 신혼부부(남편 30세, 아내 27세)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들 부부가 평균 수명인 남편 77세, 아내 83세까지 산다고 했을 때 남편의 은퇴시점(60세)에 필요한 자금은 17억6042억원(물가상승률 4%, 간병비 사망 전 2년간 월 50만원 필요하다고 가정). 도대체 매월 얼마를 준비해야 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만일 부부가 국민연금으로 월 90만원을 수령한다고 하면, 노후 기간 받을(준비된 자금)은 6억6384만원. 부족 자금은 10억9658만원이다. 이 또한 상당한 금액이지만 지레 겁 먹을 필요는 없다. 민붕규 메트라이프 공인재무설계사는 "지금부터 은퇴시점까지 매월 67만원을 저축(투자)하면 8% 수익 가정 시 부족자금 약 11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시작하라' 민 재무설계사는 최대한 빨리 시작해 복리의 효과를 충분히 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혹 서비스직과 판매직에 종사하고 있다면 은퇴준비에 보다 경각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 피델리티 직업군별 은퇴준비지수에 따르면, 판매직과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다른 직업군(전문·관리직, 사무직, 생산직 등)에 비해 은퇴준비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찬교 피델리티자산운용 부장은 "판매직과 서비스직처럼 장기 근속년수가 짧은 고용형태를 가지고 있는 경우
은퇴준비 교육 및 퇴직연금혜택 부실에 따른 사회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노후자금 적립의 주요한 걸림돌은 퇴직금 중간정산과 잦은 이직 등. 이러한 경우 국내의 경우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개인퇴직계좌(IRA)의 적극적인 활용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 개인퇴직계좌(IRA)란?
근로자가 이직이나 퇴직할 때 받은 퇴직일시금을 은퇴시점까지 적립했다가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 중도인출이 까다로워 무엇보다 퇴직금을 쓰고자 하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고 퇴직소득세 납부시점이 IRA적립금 수령시점으로 연기돼 절세 효과도 있다.
◆ 돈보다 중요한 행복한 노후의 조건은?
"옛날에는 흔들의자에 앉아서 손주 재롱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죠. 하지만 이제 그렇게 보내기에 30년이란 시간은 너무 길죠."
요즘 우스갯소리로 목사(목적 없는 사람)나 지공선사(지하철 공짜로 타고 앉아 참선하고 있는 사람)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민붕규 재무설계사는 "매년 3박4일로 떠나는 여름휴가는 3~4개월 전부터 어디로 놀러갈지, 교통편, 숙박, 여행코스등등 부산하게 준비하고 예약하는 반면, 20~30년을 차지하는 자신들의 노후준비는 정작 준비하고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은퇴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웅식 전 아메리칸스탠다드코리아 회장은 어린 시절 화가가 꿈이었지만 '환쟁이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부모의 만류에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해 경영자가 됐다. 그러나 지난 2006년 은퇴한 이후 그는 더 바빠졌다. 50대에 백화점 문화센터를 통해 그림을 배우면서 다시 화가의 꿈을 찾은 그는 은퇴 후 전시회도 열면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민 재무설계사는 "돈이 많은 노인들이 외로움에 자살하는 뉴스를 보면 노후에 돈만 많다고 결코 행복한 노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며 "강 전 회장처럼 행복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는다든지, 뜻이 맞는 친구나 모임을 만들어두는 것도 중요한 은퇴준비"라고 말했다.
☞ 은퇴설계 5계명
1. 희망하는 은퇴 후의 모습을 그려보자.
2. 노후준비는 한살이라도 젊을 때 시작하자.
3. 생활비는 연금으로 준비하라.
4. 의료비 지출은 별도로 준비하라.
5. 부부가 함께 준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