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돌아왔다. 약 2년 전 돌연 ‘방학’이라며 우리 곁을 떠난 ‘효자동레서피’다. 임신과 출산을 핑계 삼아 기약 없이 긴 휴식을 선언하고 홀연히 떠난 그녀가 한편으로는 야속했다. 5년여간 동네사람들 뿐만 아니라 오가며 잠시 들린 방문객에게도 사랑방의 역할을 톡톡히 하던 곳이 아니던가.
 
그 ‘효자동레서피’가 올 10월 새로운 시즌을 시작했다. 2년이란 시간이 무색할 만큼 모든 것이 그대로다. 오래된 한옥을 직접 하나하나 정성들여 개조해 만든 아늑한 분위기도 비슷하고 담백한 그녀의 손맛도 여전하다. 



이웃한 삼청동에 비해 아직 여유로움과 한가로움이 느껴지는 창성동. 그 곳에서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외진 골목을 따라가면 효자동레서피를 만날 수 있다. 지리적 위치 때문인지 이곳을 찾는 고객은 대부분 단골이다. 
 
한옥 공간은 ‘ㄱ’자 모양의 내부공간과 마루, 그리고 작은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테이블 수가 적어 18명 정도 빙 둘러 앉으면 가득 차는 내부공간은 주방과 테이블의 경계가 없이 완전히 오픈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친한 친구 집에 초대 받아 온 듯 음식을 기다리면서 주인장과 스텝들이 능숙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바닥과 테이블 등의 가구들은 주로 밝은 원목톤의 나무 소재를 사용하고 최소한의 소품으로 깔끔하고 편안하게 꾸몄다. 나무마루나 서까래 등의 고풍스러운 요소와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주방이나 음향시설 등을 잘 조화시켜 어색함이 없이 세련된 느낌이다.

메뉴를 보니 오징어새우그린파스타나 새우고추냉이샌드위치, 훈제연어 감자샐러드 같은 반가운 메뉴들이 먼저 눈에 띈다. 종전과 큰 변화 없이 고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베스트 메뉴와 주인장이 가장 자신 있는 메뉴 위주로 구성했다.
 
지금은 옛 단골들에게 선보이는 기간이라 기존 메뉴 위주로 하고 있지만 조만간 코스중심의 새로운 메뉴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코스메뉴는 특별히 고정된 메뉴 없이  그 철에 나는 신선한 재료 위주로 2~3주 단위로 꾸준히 교체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사과가 맛있는 겨울철엔 사과와 몸에 좋은 당근을 함께 갈아 스프를 끓이고 겨울향기가 물씬 나는 시나몬 폼을 올려내는 식이다. 물론 이 조차도 당일 사과나 당근이 좋지 않으면 다른 요리로 과감히 바꾼다고 한다.
 
아무리 피곤해도 매번 손수 장을 보러 다니고 시장에서 제철에 맞는 가장 신선한 재료를 찾아 속임 없이 정석대로 만들어 낸 음식들은 마치 엄마가 집에서 정성 들여 차려준 밥을 먹는 듯한 느낌이다.


레서피의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고객들과의 소통이다. 레서피의 고정메뉴 외에도 고객이 원하는 재료나 메뉴가 있으면 미리 상의해서 변경할 수 있다. 기존 메뉴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서로 의견을 나누고, 적극 반영하기도 한다.
 
단순히 먹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주인의 소박한 바램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워낙 고정팬이 두터운 곳이라 12월까지는 주로 단골위주의 예약제로 운영하고 1월까지는 주말영업도 쉰다고 하니 그녀를 만나려면 조금 서둘러야 겠다.

위치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출구에서 자하문 방면 도보15분 직진 성원정육점 골목 우회전
영업시간 : 11:30~21:00(브레이크타임15:00~17:00)
연락처 : 02)736-7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