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37) 교보문고 과장의 외모를 보면 평범한 직장인 같지는 않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딱부러진 몸매는 사무실에서 형광등 조명만 받고 지내는 회사원의 '때깔'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동민 과장의 전직을 알고 나면 이런 외모가 이해된다. 김 과장은 프로야구 LG트윈스의 전도유망한 투수 출신이다.

김 과장은 그러나 프로 1년차이던 1998년 선수생활을 접었다. 아마추어 시절 어깨를 너무 혹사시킨 탓에 병원에서 선수생활을 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것. 야구밖에 모르던 김 과장에게는 청천벽력 같던 소식이다.

"병원에서 나올 때는 맑은 하늘이 다 노랗게 보이더라구요. 이제 내 인생은 끝났구나 생각했죠."
 
과거 운동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김 과장도 공부는 단연 뒷전이었다. 인생의 전부였던 야구를 내려놓아야 했을 때, 그는 구심점을 잃고 한동안 방황했다.
 
낙이었던 야구가 밉게만 보였다. 집이 잠실이었는데도 잠실야구장을 보지 않기 위해 일부러 먼 거리를 돌아서 다녔다. 부모님도 마음 상해 할까봐 야구얘기는 입 밖에도 꺼내지 않았다.

한동안의 방황하던 차에 야구 선후배들의 모임은 그에게 새 삶을 시작하게 해 줬다. 야구를 접은 선후배들의 삶은 둘로 양분됐다.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패자의 삶을 사는 부류와 성공적인 전향으로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사는 부류다.

"물론 당시 야구를 바로 그만둔 것 지금도 아쉬워요. 조금 돌아가더라도 그때 타자로 전향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제는 훌훌 털어냈습니다."

'다시 사회에 정착하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남보다 배의 노력을 들였다. 선수 시절 부모님께서 틈틈이 영어, 한자공부를 시키고 <삼국지>를 읽게 해 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교보생명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한 김 과장은 처음에 복사기도 다룰 줄 몰랐다. 그러나 현재는 교보문고로 옮겨 기업 교육 프로그램의 수석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각 기업 역량 개발에 맞는 책을 추천하고, 토론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현업에 접목시키는 게 그의 업무다.

그는 송파구청 기업교육을 맡은 후 표창장을 받는 등 기업 컨설턴트로서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김 과장이 이처럼 성공적인 전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운동선수의 근성이 뒷받침이 됐다.

"운동선수에게는 집요한 구석이 있어요. 운동장을 매일 60~70바퀴 도는 지구력이 있거든요. 컨설팅, 교육 관련 책을 수십권 독파하면서 체득했죠."
 
김 과장이 타고난 운동선수 기질은 숨길 수 없다. 야구글로브는 내려 놨지만 대신 골프채를 들었다. 2006년엔 KPGA 프로 자격증까지 땄다. 최근엔 골프도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책을 펴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김동주가 제 고등학교 동기예요. 가끔 동기들을 만나면 달라진 제 모습에 흠칫 놀라죠. 저도 제 인생이 이렇게 바뀔 줄 알기나 했겠어요?"

야구장의 함성을 떠나 힘겹게 돌아온 그. 각고의 노력으로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검게 그을린 피부는 근성의 상징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