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을 채운 건 국내 소비자만이 아니었다. '중국 특수'라는 말이 실감났다. 한류 관광객 1세대 일본인에 이어 중국인 관광객이 북적였다. 한류스타가 모델로 나선 고급의류를 거침없이 사가는 '큰손' 관광객이 적잖다고 한다.
업계에선 국내 패션업계의 중흥이라는 말이 나온다. 1970년대 수출 1위 산업으로 경제발전을 이끌다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에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40여년 만에 다시 '패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얘기다.
수출산업에서 내수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한류를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에 힘입어 '수출산업' 대열에 화려하게 복귀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훈훈한 분위기는 주식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의류주는 더 이상 투자의 변방이 아니다. 지난해 증시 상승세를 이끌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지난 5월 이후 주춤한 사이 빈자리를 꿰찼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 들어 수익률 20~40%…차·화·정 빈자리 메워
올해 들어 의류업종지수는 11.1% 올랐다. 종목별로 한섬의 역주가 두드러진다. 연초 이후 40% 넘게 올랐다. 베이직하우스와 LG패션도 각각 30%, 2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폭은 1.0%에 그친다.
의류주 동반 상승세는 앞서 밝힌 대로 실적 개선세가 바탕이 됐다. 지난 4월 백화점 의류 매출 증가세만 해도 눈부시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4월 백화점 의류 매출 가운데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2% 늘었다. 아동·스포츠(19.9%), 여성캐주얼(12.6%), 남성복(13.2%) 등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여성의류업체 한섬만 떼놓고 보면 타임(TIME)과 시스템(SYSTEM), 마인(MINE) 등 자체 여성복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독점 수입을 계약한 셀린느를 비롯해 끌로에, 발렌시아 등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1분기 매출액은 11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30% 이상 늘었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하 영업이익률)은 18.4%로 유가증권시장 전체 상장사 가운데 영업이익률 상위 20개사에 이름을 올렸다.
의류 1만원어치를 팔았다고 하면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거나 교육을 시키고 매장 대여료, 광고비를 빼고도 1840원이 남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개별재무제표 기준 13.30%)보다 높다. 여기에 인수·합병(M&A) 이슈도 걸려 있어 성사에 따라 주가 재평가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의류주가 유통주 등 다른 내수주보다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주가 상승에 힘을 싣고 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의류주가 급등했지만 업종 주가수익비율(PER)이 8.3배에 불과하다"며 "시장 평균(10.5배)과 소비재 업종 평균(11.4배)에 비해 할인돼 있다"고 밝혔다.
◆주가 재평가 가능할까
이 같은 상승세는 중산층의 소비 증가에 따라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다수다. 통계청 설문조사 결과 가계부채 상환 부담 등에도 의류 구입비 등은 크게 줄이지 않겠다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손효주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 성장에 따라 소득이 증가하면서 고가제품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며 "이런 트렌드에 따라 의류업계에서도 고가 브랜드 판매 호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망종목으로는 ▲내수경기 호조 ▲해외 진출 성장성 ▲저평가 매력을 두루 갖춘 업체가 복수로 추천된다. LG패션, 한섬, 휠라코리아 등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의류주 강세가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차·화·정의 부진을 틈탄 '이삭줍기'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시가 미국과 유럽 등 외부 지표에 따라 출렁이면서 투자자들이 그동안 많이 오른 차·화·정을 덜어내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의류주를 담았다는 얘기다.
한 중형사 주식운용 관계자는 "차·화·정이 주가 피로감을 보이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투자전략에 큰 변화는 없다"며 "일부 여유자금이 있는 곳에서 내수주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의류주 등 내수주의 최근 활약이 부진한 증시에 일시적인 활력소 역할을 하는 선에서 끝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황 호조에 예비상장사도 줄대기
의류업황의 전반적인 호조 속에 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패션 관련 업체도 속속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지난해 9월 휠라코리아가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자신감이 커진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상장을 코앞에 둔 예비상장사는 버커루, TBJ, Andew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캐주얼 전문 의류업체 엠케이트렌드다. 오는 21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9일 공모주 청약에서 3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09년 기준 매출액은 1750억원으로 전년 대비 9.6%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르면 다음달 상장할 예정이다. 1996년 신세계의 해외사업부를 분할해 설립, 패션브랜드 29개와 멀티숍브랜드 3개를 보유하고 있다. 2009년 매출액은 439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2%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상품 원가율 증가로 영업이익률은 6.5%로 다소 축소된 상태다.
이밖에 독일 잡화 브랜드 MCM을 인수한 성주디앤디, 프랑스 핸드백 브랜드 루이까도즈를 인수한 태진인터내셔날 등도 올해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박수민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장 패션 관련 업체 대부분이 의류 전문 업체나 주문자상표에 의한 생산수출방식(OEM) 업체라는 점에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잡화 전문 패션업체 등이 상장 패션업체의 다변화를 이끌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