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체크카드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신용카드 발급에 대해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카드사들이 그동안 소외시한 체크카드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카드사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체크카드에 뛰어들면서 이 시장이 카드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게 됐다. 체크카드시장은 아직까지 신용카드만큼 성장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카드사로서는 개척의 여지가 많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 등으로 인해 앞으로 신용카드로 성장하기는 어려워졌다"며 "체크카드가 신용카드의 완전한 대안은 아니지만 가능성 있는 시장으로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 역시 "정부에서 강력한 카드규제 가이드라인이 나온 만큼 앞으로 신용카드의 신규발급이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체크카드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현재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총공제한도를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용카드 공제한도는 200만원으로 줄이는 대신 체크카드의 환급액의 많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소득 6000만원인 사람이 신용카드로만 4000만원을 사용하면 현재는 72만원을 받게 되지만 개정 후에는 48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반면 체크카드만 사용하면 현재 72만원에서 96만원으로 소득공제액 늘어나 신용카드를 사용했을 때보다 2배 높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체크카드가 합리적인 소비를 가져다준다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한몫 했다. 이런 분위기를 설명하듯 지난해 체크카드의 일평균 이용건수가 500만건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11년 중 지급결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카드 이용건수가 2341만건으로 전년 대비 17.1% 증가했다. 그중 체크카드 이용 건수가 34%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일평균 이용금액 역시 1419억원에서 190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체크카드계 빅3, NH농협·KB국민·신한
 
현재 체크카드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NH농협, KB국민, 신한카드 순이다. 주된 이유는 역시 은행을 기반으로 탄탄한 영업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들 카드사의 지난해 성적을 보면 NH농협카드의 이용금액은 13조4000억원으로, KB국민카드(12조5700억원)와 신한카드(12조5113억원)를 제쳤다.
 
우선 NH농협카드는 은행 산하 점포가 1172곳으로 점포수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1173)과 비슷한 수준이다. NH농협카드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은행과의 시너지 상품"이라며 "은행이 없는 전업계 카드사는 발급 비용이 똑같으면서도 서비스가 적고 부가적인 수입이 적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계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은 결제도 같은 은행에서 해 결제 평잔을 누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KB국민카드는 체크카드에 대한 포부가 남다르다. KB국민노리체크카드, 울랄라체크카드 등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며 시장에 안착시켰다. 지난해 3월 분사 당시 최기의 사장의 "체크카드시장에서 1위를 하겠다"는 공언이 전업계카드사 내에서 이뤄진 셈이다. 

◆체크카드, 젊은층에서 중장년층으로 확대
 
체크카드에 대한 이미지는 결제잔고가 한정돼 제약이 있기 때문에 젊은층만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 카드사들은 체크카드를 중장년층까지 넓히기 위해 신용카드 수준의 서비스를 탑재하고, 다양한 혜택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KB국민카드는 소득공제에 포인트를 계획하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실제 상품은 나와 봐야 알지만 10~20대 중심에서 벗어나 소득공제를 기본으로 한 체크카드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카드는 기존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S20이나 러브체크카드 등 주력상품과 연관된 체크카드를 선보여 왔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아무래도 젊은층이 체크카드를 많이 쓰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이를 겨냥한 상품이 주를 이뤘다"며 "이제는 30~50대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곧 출시될 하이브리드카드를 이용해 고객들을 점차 체크카드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이브리드카드는 신용카드과 체크카드의 겸용카드로 소비자가 설정한 결제 금액 내에서는 체크카드로, 그 이상은 신용카드로 결제되도록 한 카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쓰던 사람들이 통장 잔고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체크카드로 전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징검다리 격으로 하이브리드카드를 이용해 '체크카드에는 이런 장점이 있구나'하고 인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카드는 지난해 대학생을 겨냥해 '채움 글로벌체크카드'를 선보인 이후 올해는 '뉴농촌사랑체크카드'로 체크카드시장 확대를 노린다. 이 카드는 일반적인 체크카드의 서비스가 정해져 있는 것과 달리 카드 사용자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예컨대 신용카드에 특정 서비스를 부여하듯 체크카드에도 포인트팩, 조이팩, 오토팩 등을 적용해 소비자 편의를 높였다.


■신용카드 부럽지 않은 체크카드 혜택
 
NH농협카드의 'NH채움카드'는 농협판매장 이용액의 5%를 할인해 주는 것과 주유 할인이 특징이다. 또 '채움글로벌체크카드'는 해외연수나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카드로 비자·마스타 로고가 있는 해외 신용카드 가맹점이면 세계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신한 S20 체크카드'는 대중교통비를 최고 10%(월 최대 7000원)까지 캐시백해 준다.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에서 20%(최대 월 3회, 3000원)를 캐시백해 준다.

KB국민카드의 'KB국민노리(nori)체크카드'는 대중교통 요금 10% 할인(월 최대 2000원), 이동통신요금 월 2500원 정액 할인(5만원 이상 자동이체 조건)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이외에도 CGV영화, 아웃백, 스타벅스 등 여가 활동 관련 가맹점에서도 다양한 할인 서비스가 제공된다.

'우리V체크카드'는 영화 할인에서 패밀리레스토랑, 놀이공원 할인 등 신용카드 수준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월 실적이 20만원 이상이면 서점, 영화관, 외식업체 등에서 5~35% 할인 받을 수 있다. 또 예스24·교보문고·영풍문고 등에서 3만원 이상 결제 시 3000원,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등 영화관에서는 최대 6000원까지 할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