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저축은행의 검찰 수사가 계속될수록 양파껍질처럼 비리가 속속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의 수사결과 부실대출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4개 저축은행이 과연 매력적인 매물일까 싶지만, 지난 6월14일 이들 저축은행의 계약 이전을 위한 인수의향서(LOI) 접수 결과 모두 유효경쟁요건이 성립됐다. 솔로몬 2개, 한국 3개, 미래 3개, 한주 2개의 인수의향서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외에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이 참여했다. 이를 두고 금융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지주사를 상대로 손목 비틀기를 한 결과 이 같은 명단이 꾸려졌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저축은행 입찰의 유효경쟁을 위한 들러리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 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 저축은행, 정말 매력적인 매물?

금융당국의 부실 저축은행 떠넘기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초부터 부실로 정리된 저축은행은 대부분 금융지주의 몫이 됐다. 4대 금융지주인 KB, 신한, 우리, 하나금융은 이미 한개 이상씩 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사실 저축은행은 금융지주사가 눈독을 들일 만큼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었다. 부실금융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사의 필요보다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의한 인수였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인수 부담이 다시 금융지주의 몫으로 돌아가자 금융지주 회장들은 서둘러 "저축은행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처럼 시장에서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지난해 정리된 15개사의 평균 계약이전 규모를 토대로 계약이전 예상규모를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예보에 따르면 업계 1위였던 4조9378억원 규모의 솔로몬저축은행 자산은 계약이전 예상규모가 1조3435억원에 불과하다. 한국, 미래, 한주저축은행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실을 털어내면 실상은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하홍윤 예보 저축은행정상화 팀장은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이 실제로는 그리 비싸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규모가 작아져 금융지주가 인수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역시 정부 재정을 투여하기보다는 금융지주가 나서주길 바라는 눈치다. 심지어 금융위원회는 인수의향서 마감 이틀 전인 6월12일, 금융지주 임원들을 불러 영업정지 저축은행 인수 시 은행과 연계영업 허용 등에 대한 규제완화 방안을 제시하면서 영업정지 저축은행 인수를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각각 미래와 한국저축은행에, 우리금융이 솔로몬과 미래저축은행에, 하나금융이 솔로몬과 한국저축은행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부정적이다. 홍원표 KTB증권 연구원은 "금융지주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더라도 상황이 급격히 좋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부동산 PF대출 등의 문제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책은행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에 자금지원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부가 급하다고 해서 시중은행을 끌어들이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정부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며 "현재 예보 역시 부실 금융기관을 회생시킬 만한 자금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 금융지주에 안긴 저축은행, 성과 날까

문제는 금융지주가 부실을 털고 난 저축은행을 인수하더라도 그 성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지난해 영업정지된 후 금융지주로 인수된 저축은행들 역시 고전하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이 더욱 어둡다.

지난해 금융지주사가 인수했던 저축은행들은 올 1분기 대부분 당기순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KB저축은행(옛 제일저축은행)은 40억원, 신한저축은행(옛 토마토저축은행)은 60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나저축은행(옛 제일2·에이스저축은행)은 더 심각하다. 지난 1분기 317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낙제점을 받았다. 그나마 우리금융저축은행(옛 삼화저축은행)만이 간신히 2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거뒀을 뿐이다. 

더욱이 금융지주가 인수한 저축은행은 정상궤도 안착이라는 금융당국의 바람과는 달리 여러 딜레마를 안고 있다. 안정을 꾀하는 단계에서 수신율을 전처럼 높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높은 수신금리가 장점이던 저축은행이 이마저도 없으니 일반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점이 없어진 것이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금융당국이 연계영업을 허용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점이다. 또다시 저축은행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저축은행과의 연계영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며 "예전 같으면 지주사와 거래할 수 없는 저신용자도 끌어들여 고객 기반을 확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앞으로도 계속 금융지주?

금융당국은 앞으로 지금과 같은 대규모의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일부 저축은행들의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앞으로 강도만 약할 뿐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생각하는 (금융당국의 기준에 부합하는) 적정한 저축은행은 50개 미만"이라며 "앞으로 30개 이상의 저축은행은 계속 가지치기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이후에도 부실저축은행은 계속 금융지주가 떠맡아야 할까. 이에 대해 금융노조 측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인수의향서 마감일인 지난 6월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은행으로 부실을 전가시킴으로써 주주 및 고객의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정부가 나서서 시중은행에 배임을 강요한다는 측면에서 이는 초법적 행위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한 금융 전문가는 "저축은행 청산 과정은 금융당국의 무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전문가는 "가계부채나 부동산PF 등의 문제에서 방파제 역할을 정부가 아니라 개별 은행이 하고 있다"며 "전세계적인 재정위기 상황에서 정부나 공기업의 재정상태가 크게 악화됐다는 단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