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화두로 그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을 내세웠다. 전략적 결정은 호랑이의 눈처럼 매섭고 신중하게 내리되 일단 실행하기 시작하면 좌우를 살피는 것 없이 소처럼 우직하게 목표점까지 걸어간다는 뜻으로, 고 사장은 이를 통해 혁신을 실천하고자 힘써왔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취임 100일이 지나면서 '고재호 표' 대우조선해양의 모습도 제법 갖춰가고 있다.
우선 취임 이후의 수주실적이 좋다는 점에서 고 사장의 '100일 성적표'는 우수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로 신규 선박 발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대부분의 조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은 비교적 선방했다.
◆상반기 59억 달러 수주…올 목표 절반 달성
대우조선해양의 상반기 수주실적은 총 17척, 59억달러로 올해 수주목표액인 110억달러의 절반 이상을 상반기에 이미 채웠다. 특히 지난 5월까지 일반선박 수주는 7척으로 9억6000만달러, 특수선은 4척에 7억1000만달러, 해양플랜트 4기에 33억달러 등 총 15척, 약 50억달러의 수주 성과를 거둔 게 컸다. 최근 해외 수주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실적이 단연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를 발판으로 대우조선해양은 하반기에도 20억달러 이상의 초대형 해양플랜트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고 사장의 '100일'이 호평받는 또 다른 부분은 바로 현장경영과 소통경영이다. 그는 취임 후 줄곧 현장경영을 통한 내실과 소통경영에 중점을 둬 100일의 절반을 서울사무소가 아닌 거제시 옥포조선소로 출근하며 해외수주와 내실강화를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다. 현장경영은 일찍이 1980년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조선에 입사한 후 32년간 선박과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실무경험을 쌓아온 전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발빠른 현장경영과 함께 고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 '노동조합과 화합하는 모범적인 기업' 색깔을 입혀가고 있다. 지난 3년간 옥포조선소 인사·총무팀을 담당하면서 노조와의 관계를 돈독히 해왔던 그는 경영자의 위치에서도 노사간 소통을 중시하며 이전에는 없었던 '노사간 경영회의'를 만들어 소통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노조가 분기별로 경영회의에 참여해 영업, 재무 등 회사사정을 공유하는 게 이 경영회의의 주목적이다.
◆노조화합·조직문화 개선에 박차
아울러 고 사장은 수주 계약식 등 주요 행사에 노조위원장을 수차례 동석시키며 노조와 함께 호흡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4월 그리스에서 열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계약식과 최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 해양박람회에 성만호 노조위원장을 참석시키며 혁혁한 수주 성과를 이끌어 낸 게 대표적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노사화합의 분위기가 중요한 것은 외국 선주들에게 신뢰감을 높인다는 점과 관계가 깊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의 소통경영은 바쁜 일정 속에서 야간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자회사를 방문, 일선에 투입된 직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도 일정부분 비춰진다.
보수적이고 딱딱한 조선회사의 문화와 이미지를 바꾸는 데도 그는 '100일'을 사용했다. 휴가문화를 개선해 최장 2주간의 휴가를 다녀올 것을 권고한 것이나 '스마트십 빌딩'을 통해 불필요한 서류보고 대신 전자결재, 모바일 문서관리 등으로 대체하도록 지시한 것 등이 그렇다.
이처럼 노사 화합에 '부드러움'을 드러냈던 고 사장이지만 주력사업의 내실을 다지는데 있어서 만큼은 '호시우행'의 의지를 드러내며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그동안 활발히 진행했던 인수합병(M&A)을 중단하고 국내외 부실 자회사 처리작업을 본격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실 공적자금을 받아 회생한 대우조선해양이 주력사업과 관련없는 계열사를 방만하게 늘려왔다는 지적은 그동안 계속 '꼬리'를 물어왔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분 51%를 보유한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의 경우만 해도 지난 2008년 이후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수주를 못해 손실만 늘고 있는 처지다. 현재로선 자본잠식 상태다.
◆자회사 '헤쳐 모여' 통해 군살빼기
위탁경영 중인 대한조선의 선박부품제조 자회사인 대한중공업의 경영상태도 망갈리아조선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이 영업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까지 했지만 이 회사 역시 자본금을 털어먹었다.
최근엔 상조사업 진출을 꾀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기업이 손을 뻗친다는 곱지않은 시선을 견디지 못해 결국 사업철수를 선언했다. 따라서 고 사장은 지난 100일 동안 16개 자회사들의 성장성을 따진 후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직관리에 있어 철저히 효율적인 면을 추구했다는 점도 고 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후 달라진 대우조선해양의 한 단면이다. 우선 그는 취임 직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해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기존 옥포조선소장 자리를 없애는 대신 6개 총괄체제를 도입, '6총괄 2실 체제'로 변경하고 각 총괄장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또한 고 사장은 각 부서에서 보고 체계를 무시한 채 본인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을 철저히 금지토록 지시했다. 부적절한 인사청탁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주요 안건들은 반드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결재를 받도록 했다.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지 100일을 맞은 대우조선해양호. '선장' 고재호의 대우조선해양이 어떤 혁신과 성과물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