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BM특허가 활발하게 된 이유는 전자상거래의 발달과도 연결돼 있다.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폰뱅킹 거래가 확산되면서 이를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고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날로 치열해지는 금융환경 속에서 시장선점을 위한 특허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지_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 특허활동 현황은?
국민은행은 지난 3일 포인트를 금으로 전환해주는 '포인트리 골드전환서비스'의 시행을 알렸다. 소비자들이 인지하지 못해 소멸되는 포인트를 금으로 전환해주는 것인데 국민은행은 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동시에 특허를 냈다.
특허출원 이면에는 시장선점을 위한 계획이 깔려 있다. 현재 골드뱅킹을 할 수 있는 은행은 국내에서 신한, 국민, 우리은행 등 단 3곳. 이중 골드뱅킹 거래 1위인 신한은행과 2위인 국민은행은 잔액에서 13배나 차이가 난다. 국민은행으로서는 이번 서비스로 골드뱅킹의 잔액을 늘리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동규 국민은행 트레이딩부 과장은 "이번 서비스로 소액으로도 금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고객 입장에서도 KB국민카드의 1240억원에 달하는 포인트리를 장기보유해서 소멸시키는 것보다 현금화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의 최소 거래량은 0.01g(약 650원)에 불과하다. 신용카드 포인트로 금을 사도 충분한 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과장은 "괜찮은 비즈니스모델이라고 생각했고, 변리사를 만나서 따져보니까 특허도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국민은행이 특허를 획득하면 타 은행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대신 은행이 없는 전업계카드사인 삼성, 현대, 롯데카드 등과 제휴해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OK캐쉬백과도 이미 상당부분 논의가 진행됐다.
◆ 사내 특허 독려 분위기 '활발'
이러한 특허출원 분위기는 회사 측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준 데 따른 것이다. 위의 사례처럼 국민은행은 특허를 출원하기 위해 직무반영심의위원회를 두고 직원의 아이디어를 심사한다. 2007년 이 위원회가 도입된 이후 본격적으로 직원의 아이디어를 관리하고 있다. 이번 포인트리 골드전환서비스 역시 심사를 통해 이동규 과장의 아이디어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 특허를 출원하게 됐다.
국민은행은 이밖에 '드림톡적금' 'KB말하는 적금' 등도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의 특허는 적극적으로 소송을 걸기보다 만약을 대비해서 출원하는 방어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앞으로도 신개념의 상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특허출원을 할 예정이다.
외환은행은 윤용로 행장이 직접 나서 직원들의 특허출원을 독려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게 바로 '외환2X카드'다. 오래 사용한 사용자에게 혜택이 두배나 돌아간다는 카드의 콘셉트는 이미 특허청에 BM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카드를 만든 임현빈 카드마케팅부 카드상품팀 차장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특허를 신청하는 분위기"라며 "사내에서 특허출원 비용을 지원해준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아예 변리사를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변리사를 통해 전문적으로 특허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그 덕분인지 신한은행이 200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출원한 특허는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1006건에 이른다. 신한은행이 특허출원 중인 상품으로는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이 상해로 사망하거나 후유장애를 당하면 보험금으로 대출금액을 상환해주는 '내 집 안심 프로그램' ▲미션을 성취하면 금리를 더 주는 '미션플러스 적금' ▲매달 자투리 금액을 저축해 4%의 금리를 주는 '한달愛저금통' 등이 있다.
이러한 특허출원 상품은 소비자의 호응도 역시 높다. 국민은행이 지난 8월 출시한 'KB말하는 적금'은 출시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8484좌(18억원어치)를 팔았다. 아이폰 앱스토어에도 금융부문 판매 10위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의 '내 집 안심프로그램'은 2010년 5월 첫 출시 이후 높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4월 '내 집 안심프로그램2'를 출시했다. 외환은행의 2X카드는 출시 두달 만에 30만장을 돌파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기발한 상품에 대한 관심이 상품판매로 연결되는 셈이다.
◆ 모호한 기준, 특허 상정 어려움
BM특허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특허이기 때문에 일반 기술특허보다 등록에 어려움이 많고 시일도 많이 소요된다. 보통 한건을 출원하면 등록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이 걸리기도 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BM특허의 경우 일반 기술특허보다 등록률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금융권에서 출원하는 특허가 하드웨어와 결합된 것이 아닌 단순 아이디어에만 치중되는 등 맹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M특허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아이디어만이 아닌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기술적인 요인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허에 필요한 요건은 ▲진보성 ▲신규성 ▲상품 적용 가능성 등이다. 이 요건에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특허가 거절된다. 특허청 관계자는 "최초의 상품인지를 판단하는 신규성은 판단이 쉽지만 진보성은 업계에서 특허 받을만한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