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50대 P씨는 은퇴 후 예상연금액이 200만원(국민연금 110만원, 퇴직연금 90만원)에 달하는 ‘연금맨’이다. 그동안 모은 재산도 3억원 정도 된다. 주 1회 정도 음주를 즐기고 흡연을 하고 있지만, 특별히 앓고 있는 질병 없이 건강도 양호한 편이다.
대체로 평범해 보이는 P씨의 사례에 대해 ‘은퇴준비 성적’을 매긴다면 과연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아마도 ‘예상 이하’일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노후준비 지표를 시범적용한 결과를 보면 P씨의 (4개 영역) 평균점수는 54.35점이다(사회적 관계 55.5점, 건강한 생활습관 53.5점, 소득과 자산 72.4점, 여가 활동 36점). 이를 상, 중, 하로 다시 적용시켜보면 대부분이 중~하단계에 머무른다.
은퇴준비가 미흡한 것은 비단 P씨뿐만의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국민연금공단 내방객 1092명을 대상으로 한 시범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을수록 노후준비는 더욱 취약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베이비붐 전 세대(만 57~66세)는 60.9점, 베이비붐 세대(만 48~56세) 64.8점, 베이비붐 후 세대(만 39~47세) 65점을 기록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와 같이 “국민들의 미흡한 노후준비 수준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사회 대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노후준비 수준을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2050년엔 인구 10명 중 4명은 '노인'
"한국의 고령화는 거의 혁명과 같다"(존 헨드릭스 미국 노인학협회장)
실제 우리 사회는 국가도 개인도 충분히 대비할 시간 없이 고령화에 직면했다. 과거 부모 세대보다 지금의 중장년층에게 노후준비가 더 절실해진 이유다.
통계청이 예측한 2050년의 모습은 완전한 역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인구도 4200만명으로 줄어들어있다. 80세 이상의 노인층이 아주 두텁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50년엔 무려 38.2%다.
그런데 이들은 누가 부양할까. 노년부양비를 보면 2010년 15명이다. 15세에서 64세 인구 100명이 65세 이상 15명을 부양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노년부양비가 상승하는 기울기가 심상치 않다. 세계 평균이나 선진국, 개발도상국의 상승 곡선을 뚫고 올라온다. 2050년엔 15세부터 64세 인구 100명당 65세 인구는 72명까지 치솟는다. 나이가 들면 국가든 자식이든 부양해주리라는 막연한 기대는 내려놓는 것이 좋을 듯하다.
부모의 부양을 중시했던 전통적인 효의 개념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한국인구학회의 논문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이 1% 높아지면 부모와 자녀가 주 1회 이상 대면할 가능성은 2.07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에 자녀 얼굴 한번이라도 더 보려면 돈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는 속설을 확인해주는 셈이다. '유전유효 무전무효(有錢有孝 無錢無孝)'의 씁쓸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노년에도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 요즘 60대 70대 모두 정정하다. 일자리만 있으면 건강도 챙기면서 활발하게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령자의 취업현실은 그리 녹록지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고용한파 지속'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0대와 60대의 실업자는 18만7000명이었지만 구직 단념자 등사실상 실업상태에 놓인 자는 98만40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퇴직 후에도 새로운 직장에서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50대 이상 중고령층이 취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고용한파가 가장 심한 연령대가 50대와 60대"라고 말했다.
이는 이른바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의 취업 문제나 '사오정'이라고 불리는 중년층의 퇴직의 문제 이상을 담고 있다.
누군들 빛나는 노후를 꿈꾸지 않을까. 그러나 삶의 무게에 눌려 준비 없이 냉혹한 은퇴의 벽에 부딪히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장수 리스크'란 말이 나올 정도로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닌 위험이 된 시대. '행복한 100세'를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55~65세, 은퇴 후 제1라운드' 당신은 준비됐습니까?
노후전문가들은 정년퇴직 나이인 55세부터 국민연금이 시작되는 65세까지의 10년을 '마(魔)의 10년'이라고 일컫는다. 우선 정년퇴직으로 직장에서의 소득이 끊기지만 공적연금은 받지 못하면서 '소득 리스크'에 처하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득은 감소하는데 자녀와 관련된 지출은 증가하는 시기라는 것. 자녀 교육비와 결혼자금이 지출되는 때이며 아울러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도 지게 된다. 따라서 '은퇴생활'의 포문을 여는 55~65세는 은퇴생활의 첫 관문이자 기근이 심한 보릿고개일 수 있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의 자료를 통해 과연 보릿고개를 넘은 준비가 됐는지 스스로 체크해보자.
1. 국민연금 외에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을 갖고 있다.
2. 퇴직할 때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할 여유자금이 있다.
3. 자녀의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매달 일정금액을 저축하고 있다.
4. 출퇴근할 때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5. 부모의 노후 생활비와 의료비 마련을 위해 별도의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6.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퇴직해도 곧바로 재취업할 수 있는 주특기가 있다.
7. 본인과 가족의 의료비 마련을 위한 보험을 갖고 있다.
8. 정년 후 취업을 위해 학교에 다니거나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9. 회사에서 벗어나 별도의 동호회 또는 취미활동을 하고 있다.
10. 부부 각자가 자신의 명의로 된 국민연금이나 연금보험을 갖고 있다.
☞ 자신에게 해당하는 문항을 체크해보면, '55~65세 기간'에 대한 준비 정도를 알 수 있다.
8개 이상 : 이미 노후전문가! 본인의 방식대로 차근차근 준비.
5~8개 : 조금 더 보완 필요.
3~5개 : 적극적인 준비 필요.
3개 미만 : 이 상태라면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