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인데 하루에 5000원씩 주는 가정도 있다. 어떤 사람은 집이 매우 부자인데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수시로 용돈을 책상 서랍에 넣어줬고, 고등학생일 때는 심지어 100만원짜리 수표를 넣어주기도 했다니 용돈에 대해서는 일률적인 적정수준을 논하는 게 의미가 없을 듯하다.
모든 부모가 아이에게 용돈을 많이 주는 것은 아니며 상당히 잘 살면서도 용돈을 거의 주지 않는 부모도 있다. 특히 어려운 형편에서 자수성가한 사람 중에는 자녀의 용돈에 인색한 사람도 꽤 있다.
반대로 자신이 어렵게 자란 것을 아쉬워해 자식만큼은 풍족하게 지내게 해주고 싶어 용돈을 넉넉히 주는 부모도 있다. 때로는 부모의 자존심으로, 아이에게 경제력을 과시하려는 심리에서 용돈을 풍족하게 주는 경우도 있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외벌이보다 돈을 많이 벌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은 점이 미안해 용돈으로 보상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부자일수록 자식에게 후하게 용돈을 주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넉넉하지 않은 가정이면서도 아이에게 용돈을 꼬박꼬박 주는 부모들도 많다. 용돈이 적으면 아이가 주눅들까봐 형편 대비 넉넉하게 주는 경우다. 그러나 아이는 가정 경제가 어려울 때 어른인 부모가 느끼는 불행의 크기만큼 불행을 느끼지는 않는다. 돈에 대한 행복과 불행의 감정은 어른에 비해 아이들이 훨씬 덜 민감하다.
조나단 브래드쇼 요크대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용돈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 아동의 정신적 행복을 결정짓는 핵심요소는 부모와 또래집단과의 관계이지 가족의 소득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가정에서 아이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돈보다는 부모와 어떻게 관계를 가지는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필자가 잘 아는 한 가정의 경우 비슷한 경제수준의 다른 집들에 비해 아이 용돈을 절제해서 주는 편이다. 아이가 경제관념을 충분히 가지기 전까지는 개별 용돈을 주지 않고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부모가 직접 사주거나, 아이가 무엇을 살지 목표가 서있는 경우에만 해당금액을 주는 방식이다.
그 가정은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거의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용돈을 지급했다. 하교 길에 친구가 군것질 거리를 사서 나눠주면 "얻어만 먹으면 안되니까 너도 사주라"며 그 용도만큼의 돈을 추가로 주는 식이다.
그래도 그 아이는 학교 가는 것이 행복했다고 말한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불행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용돈 문제에 유일한 정답은 없다. "용돈도 경제교육이며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시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 더 좋은 경우도 있다. 경제적 성향이 태어날 때부터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가 가르치고 유도하지 않아도 아끼는 성향의 아이들도 있고, 선천적으로 돈 쓰는 인심이 후하고 헤픈 성향의 아이들도 있다. 따라서 다른 가정의 용돈 지급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면 내 아이도 그렇게 되리라고 속단해서는 곤란하다. 전자에 해당하는 아이 중에는 용돈을 가급적 절약하고 저축해 모으기도 한다. 모아진 돈으로 평소 갖고 싶었던 것을 스스로 구입하거나 부모 생일에 간단한 선물을 하기도 한다.
반면 후자에 해당하는 아이에게는 돈을 준 뒤 가르치고 훈련시켜서 규모 있고 효율성 있게 쓰도록 만들겠다는 생각이 부모의 희망사항에 그치기 쉽다. 돈을 가치 있게 쓰는 것에 대한 의미를 이성적·논리적으로 충분히 소화하고 받아들여 실천하기에는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상당수가 그러한데 성장과정에 있는 아이는 오죽하겠는가.
돈이 늘 수중에 있다 보면 인내심이 부족해지고 경제관념 역시 부모의 뜻과는 다르게 잘못 형성될 수도 있다. 특히 요즘에는 과거와 달리 경제관념이 아직 확고히 갖춰지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성행하는 추세다.
아이가 현찰을 가지고 있다 보면 아무래도 감성에 이끌리거나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돈을 쓰게 되기 쉽다. 따라서 어려서 용돈을 잘 쓰는 훈련을 하기에 앞서 가급적 안 쓰며 사는 습관이 들도록 해주는 것도 경제교육이라 할 수 있다.
◆용돈 넉넉하면 경제적 자립 방해할 수도
소비란 기본적으로 자신이 건전하게 직접 번 돈에 기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고방식과 습관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돈과 관련한 범죄자의 경우 사고방식이 이런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사람들로서, 어려서부터 경제관념이 어떻게 형성돼 왔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용돈은 자신이 직접 일해 번 돈이 아니고 공짜로 타는 돈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아이에 따라 용돈이 넉넉하면 경제적 자립심을 키워가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공짜 심리와 의타심이 많아지면 어른이 된 후 독립된 경제주체자로 살아갈 때 근로정신이 희박하고 하류계층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면서 주변인과 세상에 대한 불평이 늘어간다. 그런 사람과 결혼하면 남편이나 아내에 대한 경제적 의타심으로 인해 부부 사이에 심한 갈등을 겪게 된다.
아이가 용돈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부모와 사이가 나빠지지는 않는다. 용돈 이외에 모든 것을 일일이 다 억제하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면 단순히 용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모를 싫어하거나 잘못된 길로 가지는 않는다.
가수로서, 사업가로서 크게 성공했고 현재는 주식·부동산부자가 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어렸을 때 철물점을 하는 가난한 부모를 도와 석가탄신일이 되면 종로 1가부터 5가까지 불교 전등을 다는 작업을 했고 그것이 자신의 부수입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식들을 위해 고생하면서 열심히 사는 부모를 보면서 삐뚤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아이가 부모를 좋아하는 마음과 부모를 존경하는 마음은 부모의 경제력과 용돈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