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 향상, 지갑 ‘활짝’… 한국기업, 중국여심 ‘中心’ 잡아야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여성 드라마 <섹스앤더시티>가 끝난지도 벌써 10년이 흘렀다.
1990년대 말 혜성처럼 나타나 전세계 여성들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바이블이라고도 불렸던 <섹스앤더시티>. 칼럼니스트 캐리를 중심으로 변호사인 미란다, 큐레이터인 샬롯, 홍보회사 이사인 사만다가 주말 아침 브런치를 즐기며 나누는 수다 속에는 마놀로 블라닉, 프라다, 샤넬 등의 패션 아이템부터 시작해 코스모폴리탄 잡지, 브런치 문화, 테이크아웃 커피, 동성애자 이야기까지 그야말로 90년대 말 2000년대 초 세계 여성들의 관심과 문화상이 그대로 담겼다.
많은 여성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패션트렌드를 알게 되고 새로운 음식문화를 받아들이며 자신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이는 소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성들은 더 이상 명품을 사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브런치 문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혹자는 이 드라마를 미국의 '된장녀들이 돈 쓰는 이야기'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90년대부터 시작된 여성의 정치·사회·경제적 지위의 향상과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변화 및 효과, 영향력을 보여준 사회적 드라마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섹스앤더시티>는 6번째 시즌에 이르기까지 에미상 후보에 50번, 골든글로브시상식 후보에 24번 올랐고 각 시상식에서 7개와 8개의 트로피를 가져가면서 그야말로 전설이 됐다.
이후 이 전설은 스크린으로도 이어져 2008년, 2010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캐리와 미란다, 샬롯, 사만다의 이야기는 여전히 흥미로웠고 그녀들의 패션은 '핫'했지만 안타깝게도 TV에서 누렸던 인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섹스앤더시티>의 영광은 과거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부활의 조짐이 포착됐다. <캐리다이어리>라는 드라마가 등장한 것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캐리의 고등학교 시절을 담은 이야기로 <섹스앤더시티>의 프리퀄 드라마다. 벌써 시즌2까지 나왔는데 칼럼니스트로 성공하기 전까지 뉴욕에서 고군분투하는 캐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과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캐리에게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패션과 뉴욕의 맛집 소개 등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더불어 이를 즐겨보는 젊은 여성의 지갑도 자극하고 있다. 올 초 끝난 시즌2에서는 캐리와 함께 어린 시절의 사만다가 등장하며 <섹스앤더시티>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는데 향후 시즌3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물론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미드가 <섹스앤더시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4년 여왕이 물러난 자리에 <그레이 아나토미>, <위기의 주부들>, <가쉽걸> 등의 드라마가 들어섰고 나름 시즌에 시즌을 거듭하며 오늘날까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젊은 여성을 주제로 한 트렌디한 드라마가 끊임없이 제작되고 소비되는 것일까. 그 답은 너무나 명백하다. 여성이 소비의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을 예로 들자면 2011년 기준 일본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비율은 약 62%로 매년 증가추세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남성만큼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육식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는데 이런 현상을 예상이라도 하듯 이미 10여년 전인 2005년에 골드만삭스가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일본 여성의 경제력 강화와 생활방식 변화로 혜택을 받을 115개 기업의 목록을 제시했다.
"일본 여성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미용제품이나 패션의류, 여행 등 여성관련 상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혜택을 받게 되며 독립적인 삶을 사는 직장여성을 위한 서비스사업이 번창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경제력을 갖춘 젊은 여성이 늘어나면서 미혼인구가 증가하고 이들의 적극적인 소비생활로 인해 여성친화적인 기업의 주가상승률이 과거 10년 동안 압도적으로 이뤄졌으며 그 배경에는 일본 여성의 지위가 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일본 여성의 경제적 능력이 커짐에 따라 결혼정보회사부터 여성 친화적 은행에 이르기까지 여성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주가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갈수록 결혼연령이 늦춰지고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양상이 일본의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
특히 중국의 경우 부인보다는 남편이 대부분 가사일을 도맡아한다. 따라서 다소 거칠긴 하지만 경제력이 풍부한 소공녀들이 더 활발한 사회활동을 할 것이고 더 소비 지향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올해 대한민국은 비즈니스를 하든 주식투자를 하든 중국 여성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느냐 못하느냐가 성공의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중심의 중심'은 '2030 여심'
한국과 중국의 인구구조 사이클은 비슷하다. 2015년을 기준으로 25∼29세의 생산연령 인구는 줄어들지만 소비연령 인구는 2030년 이후로도 계속 증가하는 걸로 나타났다. 한국과 중국에 앞서 고령화를 먼저 맞은 일본을 통해 한가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일본은 생산연령 인구의 피크와 함께 '잃어버린 20년'이 진행됐지만 마지막까지 소비를 지속한 것은 20~30대 여성들이었다.
앞으로 한국과 중국도 20~30대 여성들의 소비가 향후 30년 이상을 주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을 여행할 20~30대 중국 여성을 생각해보자. 면세점의 화장품 코너는 지금처럼 중국 여성들로 넘쳐날 것이고 면세점을 휩쓴 이들은 곧이어 로컬백화점으로 진출할 것이다. 백화점 1층에서 일하는 점원들은 과거 일본어를 유창하게 했던 것처럼 중국어를 하게 될 것이고 백화점, 거리의 인포메이션은 영어와 함께 중국어를 병기하게 될 것이다. 화장품, 의류, 가방, 액세서리 분야에서 기회가 지속적으로 창출될 것이고 국내기업에서 제2의 로레알과 샤넬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 화장품 분야에선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를, 의류 분야에선 한섬을 주목하길 권한다.
'연하남' '골드미스' 그리고 '샤넬'
동부증권의 빅데이터 분석툴인 DOMA로 <캐리다이어리>에 대한 대중들의 시각을 확인해봤다. 젊은 여성의 반응이 절대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이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라면 <섹스앤더시티>의 프리퀄임을 알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주인공역인 캐리 브래디쇼와 골드미스, 연하남도 보인다. 시대적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샤넬, 프라다가 보이는 건 대한민국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명품브랜드이기 때문인 듯하다. 안젤리나 졸리는 아마도 수입이 가장 많은 여배우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지금까지 '이항영의 빅머니'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동영상으로 보는 [이항영의 빅머니] '캐리다이어리' 편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