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지속하고 외국인이 주식과 채권을 순매수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이 지속됐다. 4월 들어서는 지난 5년 동안 유지되던 지지선 마저 붕괴되고 1050원을 하향 돌파하면서 '기러기 아빠'들이 웃음 짓는 상황이 됐다. 원화강세의 유불리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입장에 따라 다르다.
달러 대비 자국통화의 강세는 한국만이 아니라 신흥국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선진국에 몰렸던 자금이 지난 2월 이후 신흥국으로 이동하면서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신흥국 통화가 강세로 전환된 것이다.
브라질의 헤알화, 남아공의 랜드화,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터키의 리라화 등의 통화가치는 최대 8~10%까지 상승했다. 한국의 원화강세가 특별히 심하다고 할 수는 없으며 다른 신흥국의 통화강세 현상을 뒤늦게 쫓아갔다고 볼 수도 있다. 반작용에 의한 반등이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전망보다는 단기적인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다.
원화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로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 지연 가능성 ▲주요 중앙은행들의 추가 완화정책의 기대감 약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안전선호를 확대시키는 변수들의 약화 등이 거론된다.
투자의 대상이 되는 것들의 가격변화는 기대 심리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원화강세를 전망한다면 달러예금을 줄이면서 달러를 원화로 바꾸고 달러선물은 매도해 원화강세로 인한 위험을 피하려 한다.
이런 행동을 야기하는 원화강세 심리가 확산될 경우 환율 하락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으며 1000원을 하회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원화강세에 기러기 아빠들은 웃지만 주식투자자들은 울어야할까, 웃어야할까.
◆환율보다 중요한 건 경기에 대한 판단
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는 주식시장에도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이 많이 상장돼 원화강세가 주식시장에 불리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원화강세 국면에서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는 한국 외환시장에 달러가 충분히 공급되고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해 수출에 유리함에도 주식시장은 하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 원화가 강세인 배경에도 한국경제의 재정건전성이 탄탄하고 경기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있음을 고려할 때 부정적 시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원화의 절상이 다른 신흥국 통화에 비해 뒤늦게 이뤄졌고 수출경쟁국인 일본이 흔들리면서 원화가격이 오르는 것이므로 부담이 적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환율의 수준보다는 변동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환율이 우리 수출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줄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식투자에서는 환율보다 중요한 것이 경기에 대한 판단이다. 최근의 달러 대비 원화강세 현상은 국가경제가 흑자를 지속하면서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므로 경기민감 대형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아진다는 의미도 된다.
글로벌경기 개선으로 수출품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수출주에 도움이 된다. 더욱이 주요 수출기업들은 해외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환 리스크를 적절히 통제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보다는 줄었다.
외국인은 지난 3월26일 이후 주식시장에서 3조원 이상 순매수했고 채권시장에서는 그보다 앞서 3월 한달간 1조2000억원 순투자로 돌아섰다. 원화가치 상승은 외국인 입장에선 주가상승에 따른 수익에 덧붙여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금유입 효과가 있다.
◆원화강세 수혜업종은 어디?
원/달러 환율 하락의 직접적인 효과는 유통과 같은 내수주, 은행주, 여행주, 운송주에 긍정적으로 나타난다. 유통업체의 주가는 환율과 역상관관계를 갖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6월25일 이후 환율이 8.6% 하락하는 동안 유통지수는 17.5% 상승해 코스피지수의 상승률을 웃돌았다. 여행업계의 경우 원화가치가 오르면 수요증가 효과가 나타난다. 해외여행객이 원화를 더 많은 달러로 환전해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어서다.
운송주도 원화가 강세일 때 영업이익과 순이익 측면에서 수혜를 입는다. 항공업은 유류비, 공항사용료 수수료 등 영업을 위한 결제가 미국 달러 기반으로 이뤄져 원/달러 환율 하락 시 비용이 줄어든다.
해운업 역시 원화강세 시 유류비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외화부채 차입 비중이 높으면 원화강세 시 영업외손익에서 이익이 증가한다. 항공사들은 통상 달러 부채를 통해 비싼 항공기를 구입하거나 대여료를 지급하고 운항을 한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구입으로 76억달러 수준의 달러금융 부채를 갖고 있어 원화 환율이 10원 내려가면 760억원의 외화평가이익을 얻는다. 또 항공유 도입가격 하락으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는 406억여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를 대부분 빌려 운항하는데 원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금융비용이 약 130억원, 항공유 지출비용이 약 16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로 결제해 수입하는 중간재 및 소재의 비중이 높은 전기가스, 정유, 철강, 음식료의 경우 원화로 투입되는 원가가 낮아지면서 이익이 증가한다. 이들 업종에서는 총산출(투입)에서 수입중간재 비율이 수출비율을 압도해 원화강세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를 상쇄하고도 남는 것이다.
전기가스업종은 원재료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반면 매출은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어 원재료 구입비용 감소로 인한 이익증가 효과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전력은 환율 10원 하락 시마다 약 240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나타난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은 천연가스, 원유, 석탄 등을 수입할뿐더러 달러표시 순외화 부채도 많이 갖고 있어 영업외손익이 유리해진다.
과거 환율이 지지선을 하회한 후 3개월간 코스피 상승률을 초과한 업종도 이와 같은 분야에서 나타났다. 특히 주가가 가장 크게 상승했던 업종은 철강금속이다. 철강업종은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재료비가 매출액 대비 높은 비중을 차지하므로 환율이 낮아질수록 원재료 구입비용이 크게 줄어들고, 철강재 특성상 제품의 수출비중은 낮은 편이다.
또 달러표시 순외화 부채가 많은 철강회사들은 영업외수지가 개선된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포스코, 동국제강, INI스틸은 각각 240억원, 100억원, 90억원의 순환차익이 발생한다. 다만 원/달러 환율 하락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철강재료가 들어가는 국산 수출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약화되고 수입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입 철강재의 국내 유입이 늘어나면서 부정적인 영향으로 바뀔 수도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