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영 MTN 전문위원과 백선아 MTN 앵커가 만나 핫한 트렌드의 맥을 짚어 드립니다. 센스 있게 흐름을 읽어주는 미녀 앵커와 시크하게 경제 포인트를 짚어주는 훈남 전문가가 경제 이야기를 부드럽게 풀어냅니다. 세상 흐름 속 숨어있는 경제이야기를 함께 하시죠.

 
어린이들이 상상력으로 글짓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 꼭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로봇이다. 청소하는 로봇, 요리하는 로봇, 운전하는 로봇 등 내 할일을 대체해주는 각종 로봇이 등장한다. 이미 상상 속 로봇들이 실제로 개발되고 있는데, 단순히 입력된 동작을 행하는 로봇에서 더 나아가 열이나 온도, 장애물 등을 감지해 스스로 할일을 판단하는 지능형 로봇으로 진화했다. 로봇을 현대식으로 풀어낸 '자동화 전자기기'들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도 들어와 있다.

로봇청소기·식기세척기 등 집안 살림을 편하게 해주는 자동화 전자기기들은 출시되자마자 큰 관심을 받았지만 아직은 한계도 분명하다. 식기세척기는 깨끗이 닦이지 않는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직접 손으로 설거지할 때는 그릇의 모양대로 솔을 사용할 수 있지만 식기세척기는 모양이 다른 그릇들을 천편일률적으로 헹군다는 것. 게다가 엄청난 양의 물과 전기를 소모할 것이라는 부담감에 식기세척기를 기피하는 주부가 많다.


◆아직 부족한 로봇청소기, '현재 진화 중'

식기세척기보다 정밀한 지능형 기능을 요하는 로봇청소기에 대한 의견은 더욱 분분하다.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선물 1위 품목으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지만 단순히 먼지만 제거할 뿐 실제 사람이 직접 청소하는 정도의 깨끗함을 기대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넓은 평면에 있는 먼지는 그나마 흡입하지만 구석의 먼지는 아직 속 시원히 빼내지 못하기도 한다. 게다가 문턱이나 장애물, 낭떠러지 등을 감지하는 센서가 덜 발달돼 로봇청소기가 가출했다거나 아래층으로 떨어졌다는 제보도 심심찮게 들린다.

물론 로봇청소기의 센서가 점차 발달하면서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있지만 아직 장애물과 먼지를 구분하는 능력은 한참 떨어진다. 바닥에 떨어진 휴지나 큰 종이 뭉치 등을 쓰레기로 인식하고 빨아들이다가 흡입구가 막히거나 바퀴가 자주 꼬이기도 한다. 필자는 강아지를 키우는 애견인으로서 이 문제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 로봇청소기가 애견의 분뇨를 먼지로 인식하고 흡입한 후 짓이겨 온 집안을 '똥칠' 해놓은 적도 있었다.

이런 불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로봇청소기는 진화하고 있다. 먼지 흡입과 걸레질을 동시에 하는 기능은 이미 시중에 판매 중이고, 미세먼지의 공포가 커진 심리를 이용해 미세먼지까지 흡입하는 로봇청소기도 출시됐다. 하지만, 걸레질이 가능한 로봇청소기의 경우 한번 집을 도는 동안 두세번가량 걸레에 물을 묻히는 과정을 반복해야 해 '차라리 내가 직접 청소하고 말지'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급 자동화기기에 대한 의문은 해외에서도 꾸준히 제기됐다. 1970년대 초반, 미국에 식기세척기가 처음 등장했는데 요즘 말로 '쓸고퀄'(쓸데없이 고(高)퀄러티) 같은 존재였다. 손으로 설거지하는 일이 크게 어렵지도 않은데 비싼 돈과 전기료를 지불하면서 식기세척기를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고급주택에 설치를 늘린 메이커들의 전략적인 마케팅과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식기세척기는 미 전역으로 보급됐다.

모든 가정에 필수품이 된 세탁기도 사정은 같다. 20년 전만 해도 어머니들은 세탁기로 빨래하면 깨끗하지 않을 것 같다며 탐탁찮아 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의문을 제기하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라며 핀잔을 듣기 일쑤다.

◆로봇청소기, 사물인터넷시대 기폭제 될 것

따라서 아직 도입초기에 불과한 로봇청소기에 대해 일반소비자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세상에 처음으로 로봇청소기가 선보인 것은 최근이 아니다. 생각보다 꽤 오래 전에 개발된 제품이다. 최초의 로봇청소기는 1997년 '미래의 세상'이라는 BBC 방송에 출품됐던 스웨덴의 Electrolux제품이다. 그 후 2002년 미국 아이로봇에서 '룸바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처럼 로봇청소기가 등장한 지 17년이 넘어가지만 전세계 시장규모는 아직도 형편없다. 10억달러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 국내시장 역시 고성장 하고 있지만 판매량은 연간 13만∼15만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로봇청소기가 스스로 더러운 곳을 감지해 청소하고 구석구석 잘 닦는 날이 결코 머지않았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런 작은 움직임이 결국은 스마트 홈의 기본구성 중 하나이자, 크게는 사물인터넷시대로 성큼 다가가는 기폭제가 된다는 점이다.

사물인터넷. 어렵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지만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사람과 사물은 물론 사물과 사물이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사물인터넷시대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빠르면 올 하반기에 일반고객들에게도 판매될 '구글 글래스'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구글 글래스를 통하면 전자기기를 부팅하기 위한 기본적인 동작인 클릭을 할 필요가 없다. 얼굴만 치켜들면 스스로 켜지고 윙크를 한번 하면 사진을 자동으로 찍는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업로드하라고 말만 하면 자동으로 SNS와 소통까지 한다. 각종 시스템을 연결하는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흐름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대한민국의 사물인터넷 시장규모가 현재의 2조원에서 2020년에는 30조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시스코는 사물인터넷시장의 글로벌 규모가 무려 19조달러(한화 2경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사물인터넷이 최대 테마로 부각된 지도 꽤 됐다. 물론 아직은 실제 매출이 없는 과열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필자도 일정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이 대한민국을 이끌 차세대 먹거리인 점만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의 30조원 시장예측은 오히려 소박하다는 판단이 든다. 로봇청소기의 효용성이나 가격에 대한 논란은 일반소비자의 몫이다. 하지만 진정한 투자자라라면 그 이상을 봐야 한다. 즉, 2020년 첨단 과학시대를 미리 준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