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영 MTN 전문위원과 백선아 MTN 앵커가 만나 핫한 트렌드의 맥을 짚어 드립니다. 센스 있게 흐름을 읽어주는 미녀 앵커와 시크하게 경제 포인트를 짚어주는 훈남 전문가가 경제 이야기를 부드럽게 풀어냅니다. 세상 흐름 속 숨어있는 경제이야기를 함께 하시죠.


격이 있는 사람들의 캐주얼한 미팅은 커피숍에서 시작된다. 미국 드라마 <프렌즈>에서 주인공들은 항상 카페를 거점에 두고 교류한다. <프렌즈>가 퍼뜨린 '커피숍 교류'의 바람이 분 지 10년, 이제 커피숍은 발에 채는 흔한 만남의 장소가 됐다.

<프렌즈>에 이어 당대 가장 트렌디한 문화를 소개한 드라마로 <섹스 앤 더 시티>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드라마의 중심 장소는 흔한 카페가 아니라 브런치 레스토랑이다. 네명의 핫한 여자 주인공들은 브런치 타임을 통해 일과 사랑 이야기를 나누며 인생을 꾸민다. 그들을 따라 브런치를 즐기는 것은 결코 식사 한끼를 해결하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브런치문화를 소유함으로써 <섹스 앤 더 시티>의 그녀들처럼 일도 사랑도 모두 즐기는 인생을 누리고자 함이다.

◆주말 낮시간에 즐기는 브런치의 매력

그렇다면 '브런치'라는 이미지가 여성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브런치는 'Breakfast'(아침)와 'Lunch'(점심)를 합친 용어로, 밝은 햇빛과 함께한다. 한국어로는 아침과 점심을 합친 '아점'이다. 주말 오전의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이 선호하는 서구식 식사를 즐기는 타임이다. 브런치는 어두운 공간이나 시간대에 이뤄지지 않는다. 게다가 저녁식사용 레스토랑처럼 메뉴나 분위기가 무겁지도 않다. 너무 거추장스럽지 않은 식사지만 적당한 풍류와 격이 있다. 브런치는 마치 패션의 공식처럼 꾸몄지만 꾸미지 않은 듯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바쁜 현대인들의 저녁시간대는 언제나 벅차다. 회식으로 일의 연장선에 놓이기 일쑤고 각종 모임과 데이트도 퇴근 후 저녁시간대가 제격이기 때문에 약속이 꽉 차기 마련이다. 따라서 저녁엔 모임을 잡기도 힘들고 서로에게 부담이 된다.

하지만 주말 브런치 타임은 주로 낮잠을 위해 비워둔 시간이어서 다 같이 모여 수다를 떨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다. 하마터면 버려질 수 있는 '주말 낮시간'의 빈 공간도 브런치를 통해 여유롭게 소화될 수 있다. 이제 트렌디한 사람들의 만남은 '브런치 레스토랑'에서 이뤄진다.

5년 전만 해도 주말에 '브런치 약속'이 있는 사람이 멋져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한번쯤 먹어봤을 정도로 브런치는 보편적이다. 이젠 <섹스 앤 더 시티>를 꿈꾸는 여자들만의 비밀스러운 시간이 아니다. 남자들도 밤에 술집에서 만남을 갖기보다 브런치로 약속을 선회하는 경우가 꽤 많다. 그렇지 않은 남자들도 여자친구나 부인에게 이끌려 한번쯤은 브런치를 즐겨봤을 테다.

따라서 이제 브런치는 경쟁력을 상실했다. 대신 고유의 색깔을 가진 특색 있는 브런치 레스토랑이 대세다.

2006년 청담동에 처음 오픈한 '버터핑거팬케이크'는 미국식 브런치를 전파하며 정식 브런치 매장의 시작을 알렸다. 게다가 아침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오픈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브런치 메뉴 하나로 오전의 여유와 새벽의 운치까지 즐길 수 있다. 한국의 '서울러'로서 여유로운 브런치 타임을 즐길 수 있고 뉴욕시간대에도 '뉴요커'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것이 이곳만의 강점이다.

이처럼 브런치 레스토랑도 진화를 거듭해 각자의 고유한 특색을 뽐내는 시대가 됐다. 뷔페 스타일의 브런치도 더 이상은 호텔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반 브런치 레스토랑이 저렴한 가격으로 호텔 브런치 뷔페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청담동, 서래마을, 동대문, 홍대 등 핫한 동네에서는 브런치 뷔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섹스 앤 더 시티>

◆커지는 브런치시장, 특색 있는 메뉴 개발 필요

브런치로 개성의 정점을 찍는 곳이 또 있다. 올해 1월 싱가포르 고급 티 브랜드 TWG가 세계에서 29번째 매장을 한국에 오픈한 것. 서울매장은 단독건물로 1층은 800여종의 티를 파는 부티크, 2층은 차와 함께 음식 및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살롱으로 꾸몄다. 전세계 매장 중 한국 매장이 가장 큰 것도 특징이지만, 특유의 금빛을 활용한 건물의 인테리어는 럭셔리한 청담동에서도 눈이 부시다.

이곳에선 일반 브런치 메뉴도 즐길 수 있지만 티의 향연이 더 입맛을 사로잡는다. 물론 그만큼의 대가는 치러야 한다. 청담동 일대의 럭셔리 브런치 레스토랑을 가볍게 누르는 가격대라고나 할까. 그래도 여성고객들로 붐빈다. 이들이 기꺼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오로지 음식 때문만은 아닐 터. TWG의 티를 음미하는 값, 금빛 인테리어 속에 앉아 수다 떠는 값이 포함된 것이다.

역시나 브런치시장도 남들이 하는 수준에서 한발짝만 나가면 프리미엄시장을 형성해 더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다. 이처럼 뜨겁게 달아오르는 시장이다보니 국내 유수의 음식업종 관련 기업들이 브런치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밖에서 먹고 마시는 사업'의 전체 시장규모는 약 70조원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식당, 커피숍은 물론 각종 음식부자재 등이 포함되는데 전형적인 성숙기산업이다. 음식을 소비할 인구가 성장세를 멈춘 데다 노인인구비율이 높아지면서 경제활동인구가 정체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식당의 창업은 꾸준하다. 물론 폐업도 같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커지는 시장이 브런치를 포함한 소위 '아침먹거리시장'이다. 아직은 규모가 1조원 수준이지만 매년 10∼20%대의 고성장을 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열풍이 불면서 대기업의 소규모 카페사업 진출확대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침먹거리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기업이 많다.

외식업에 적극적인 CJ, 롯데, 삼양, 대한제당 등은 물론이고 신규진출을 노리는 중소기업이나 예비창업자들도 브런치시장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카페들도 아침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앞다퉈 브런치 특선메뉴를 내놓았고, 독립 카페들도 마찬가지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이미 정형화된 시장보다는 특화된 브런치시장을 노리라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청담동 브런치시장에 발을 딛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라는 얘기다. 예컨대 외식문화가 발달된 중국이나 동남아 여행객을 위한 한류체험 브런치 메뉴를 개발해보는 것은 어떨까.

도전정신과 아이디어로 뭉친 예비창업자들이 명동이나 연남동, 홍대 등지에서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 특색 있는 브런치 레스토랑을 여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한번 시도해 성공한다면 과감히 해외진출까지 노려볼 만하지 않을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