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러한 철도시설공단의 다짐은 불과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그 의미가 퇴색돼 버렸다. 검찰이 지난달 21일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공단을 찾아온 것이다. 검찰은 수천억원대 레일체결장치(레일을 침목에 고정시키는 장치) 납품 특혜 의혹 등 철도시설공단의 각종 민관유착 비리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검찰은 최근 광영상전송장비 납품과 관련한 유착 의혹을 잡고 철도시설공단 납품 담당자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 그간 제기됐던 '유착비리 관행' 의혹이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철도시설공단은 옛 철도청 당시부터 공단 퇴직자들이 납품업체 임원으로 취임하는 전관예우 구태 관행을 이어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노근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철도시설공단 부장급 이상 퇴직자 185명 가운데 136명이 철도 관련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사실이 드러났다.
민관유착 비리 의혹의 대표적인 사례는 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하는 숱한 철도시설공사사업의 지연이다.
최근 8년간 호남고속철도공사를 포함해 ▲부산-울산 남구를 잇는 동해남부선 복선전철공사 5개 공구 ▲용산-문산 복선전철공사 4공구 ▲태백선 제천-쌍용간 제1공구 ▲성남-여주 복선전철공사 ▲진주-광양 복선화공사 ▲수원-인천 복선전철공사 ▲오리-수원 복선전철공사 ▲공항철도연계시설 확충 사업 ▲망우-금곡 복선전철공사 ▲의정부 변전소 콘크리트 구조물 철거공사 등 전체 47곳의 공사가 지연됐거나 지금도 지연 중이다. 당초 계획대로 완공을 하지 못한 철도건설공사 때문에 전국적으로 19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낭비됐고,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예산 집행계획이 어긋나거나 각종 민원, 보상비 불발에 따른 마찰, 열차운행계획 조정 등을 이유로 공사가 지연 되면서 애꿎은 사업비만 늘어났다. 정부의 한 인사는 “공사 지연으로 철도시설공단의 신뢰도는 이미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공기연장은 부실공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공공시설물을 이용하는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사장부터 낙하산인데 그 밑에 있는 임직원들은 오죽하겠냐”며 “이번 기회에 뿌리부터 모든 것을 다 도려내야 우리나라 철길이 밝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사업비 변경·과도한 설계… 예산낭비 다반사
이뿐만이 아니다. 철도시설공단은 모든 사업이 구조적으로 잘못 운영되고 있다. 계약변경에 따른 공사비 과다 책정, 설계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 과다 증액, 건설폐기물 상차공사비 중복설계, 승강장 구조물 설계, 국민건강보험료 기성금 지급, 매스콘크리트 품질관리 설계 소홀 등 일일이 나열하기 버거울 정도다.
감사원에 따르면 철도시설공단은 지난 2007년 12월 갈매고가교 등 PSC빔 72경간을 당초 6주형에서 5주형으로 설계 변경하고 협의 단가를 적용하겠다는 계약자의 요청을 묵살했다. 그 결과 원래 6주형으로 공사를 시행했을 때보다 공사비 7억9000여만원이 과다 계상되는 등 예산을 낭비했다.
공단은 지난 2005년 5월부터 A업체 외 2개 업체와 ‘수원-인천 복선전철(연수-남부)노반신설공사(2014년 6월 30일 준공예정) 과정에서 무리한 설계변경으로 예산을 낭비하기도 했다.
청학사거리 차수공사의 경우 관련이 없는 토류벽 배면의 치수공법까지 설계변경 내용에 포함시킨 것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그대로 승인해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S.M.I 공법(112,194월/㎡)이 S.G.R 공법(128,775원/㎡)에 비해 단가가 저렴하지만 설계변경 시 S.M.I 공법은 산출 내역서에 없는 신규비 명목으로 협의율(78.65%)을 적용, 계약금액을 조정함으로써 차수공사비 4억여원을 과다 증액했던 것이다.
건설폐기물 상차 공사비 중복설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수원-인천 복선전철 제4공구(오이도-연수) 노반시설공사의 경우 현장에서 발생하는 콘크리트 등 건설폐기물을 처리장으로 운반할 때 상차 비용을 노반공사에 반영하거나 건설폐기물 처리 용역비에 반영하든지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그러나 철도공단은 제4공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경우 폐기물 처리 용역비에서 이미 반영된 상차비를 설계, 변경하고도 감액하지 않는 등 상차비 총 5억여원을 노반공사와 폐기물 처리용역에 중복 설계한 것으로 밝혀졌다.
철도공단은 또 ‘경춘선 1공구(망우-금곡) 궤도부설공사’의 경우 기성대가 지급 시, ‘공사계약 일반조건(제40조2 규정)에 따라 건강보험료나 연금보험료 납입확인서를 확인해 실제 납부한 보험료 중 사업자부담분만을 정산해 지급해야 함에도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계약자 요청대로 지급하거나 납입확인서에 기재된 개인 부담분까지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등 도덕적 해이마저 드러냈다. 결국 공단이 부담해야 할 7000여만원이 증액된 8800여만원을 부당 지급하는 등 총 11건의 공사에서 2억6000만원이 과다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