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등록 전) 부동산 펀드 운용으로 세금폭탄 물망에 오른 이지스자산운용/사진=머니투데이DB
'미등록 부동산펀드' 운용으로 1000억원대 세금폭탄에 직면한 자산운용업계가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26일 금융투자협회는 부동산을 먼저 취득한 후 뒤늦게 펀드 등록을 해 세금을 물게 된 자산운용사 30여곳 사장단과 함께 긴급 비공개 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운용사들은 집단 행정소송으로 단체 대응에 나서는 것에는 의견을 같이 했으나 그 이상의 구체적 얘기는 진전시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에 참여하기로 한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소송을 위한 자문회사 선정 등 구체적인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며 "운용사별로 금액 규모가 천차만별이다. 피해가 가장 큰 운용사가 공동대응을 요청해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행부-금융위, 엇갈린 해석에 운용사 '세금폭탄'


이처럼 30여개 운용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게 된 것은 조세심판원이 지난 17일 리치먼드자산운용이 경기도를 대상으로 제기한 '취득세 감면분 환급조치 취소' 심판청구를 기각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리치먼드자산운용은 지난해 경기도 내 한 골프장을 인수한 후 부동산펀드를 운용,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취득세의 30%, 약 9억원을 감면받았다. 조세특례제한법에는 지자체가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한 개인과 법인에게 걷는 세금(취득금액의 4.6%) 중 펀드가 매입한 부동산에 한해서 취득세 30%를 감면해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안전행정부가 미등록 부동산펀드는 감면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리치먼드자산운용은 9억원을 경기도에 다시 돌려줬다. 이후 리치먼드자산운용은 경기도의 취득세 감면분 환급조치를 취소해 달라는 심판청구를 냈으나 조세심판원은 이를 기각했다.


조세심판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이 정한 '등록 전 취득운용금지' 행위를 지키지 않았다며 미등록 펀드가 취득세 감면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펀드를 등록하기 전 부동산을 미리 취득해서 영업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판정에 자산운용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이전에는 펀드 설립 절차가 등록이 아닌 '신고'만으로 종료됐을 뿐더러 금융위원회에서도 '부동산 취득 직후 펀드를 등록해도 문제없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운용사들은 부동산 취득 후 펀드를 등록하는 것을 관례처럼 여겨왔다.

금융위와 안행부의 엇갈린 해석으로 이지스자산운용, 삼성SRA자산운용, 코람코자산신탁 등 30여곳의 운용사들은 1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세심판원이 안행부의 뜻과 같이 하면서 전국 지자체들이 미등록 부동산펀드에 대한 취득세 환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수백억원대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중·소형 규모의 자산운용사들은 당장 운용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줄도산'을 우려했다. 하지만 업계 한 관계자는 "수백억원대 자금을 내야 하는 곳은 일부 운용사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의 운용사들은 사실상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고 말해 줄도산 논란을 일축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 수혜를 보고 시장에 들어온 투자자들이 소송을 걸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투자자들이 펀드수익률이 떨어지면 회사에 귀책사유를 물어 소송을 제기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해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는 이번 미등록 부동산펀드 취득세 논란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