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들으며 아무 생각 없이 자유로를 달렸다. 다른 차 같았으면 기름값 걱정에 맘 놓고 밟지 못했을 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좀처럼 줄지 않는 연료 게이지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온했다.

그렇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차는 바로 하이브리드의 결정판으로 불리며 리터당 29.2km 공인연비를 자랑하는 토요타의 ‘프리우스’다. 지난 1997년 세상에 첫 선을 보인 후 ‘미친 연비’로 불리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차. '뒷북 시승기'지만 아직까지 프리우스의 연비를 넘어서는 차량이 나오지 않기에 시승에 나섰다.


 


◆ 운전자를 편안하게 만드는 차

토요타자동차의 세계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모델 프리우스를 시승하는 동안 가진 느낌은 ‘편안함’이었다. 연비부터 성능 그리고 디자인까지 운전자를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외부 디자인은 곡선이 많아 작고 아담한 우주선 같다는 느낌이 든다. 바람이 부드럽게 표면을 스칠 수 있도록 공기역학적 측면을 중시하면서도 모양에 신경을 썼다는 회사 측 설명이 이해가 갔다.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 손잡이를 가볍게 건드리니 잠금장치가 풀렸다. 내부는 깔끔하다 못해 단순했다. 각종 버튼도 일목요연했다. 내부 디자인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변속기 손잡이다. 귀엽고 조그만 게 오락기의 방향조정기와 닮았다.

내부 공간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널찍했다. 하지만 실내 마감재는 플라스틱 소재처럼 느껴졌고 운전석 시트는 자동 조절장치가 없어 손으로 앞뒤 간격과 높낮이를 조절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편리함에 익숙해진 탓인지 어색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 조용하고 편안한 주행

이번 목적지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오두산 통일전망대다. 광화문에서 출발해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이용했다.

시동 버튼을 누르니 ‘삐~’ 하는 전자음이 들렸다. 하지만 미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당황스러운 순간 디지털계기판에 ‘READY’라는 불이 들어왔다. 가속페달에 발을 얹자 차량이 슬금슬금 움직였다. 엔진소리 역시 들리지 않았다.

광화문 시내주행에서는 연비를 고려해 에코모드로 주행해봤다. 교차로에서 신호 교체 후 출발 속도는 다른 차에 비해 1~2초 늦게 반응한다. 속도를 끌어올리기에 다소 벅차다. 하지만 한번 탄력이 붙으면 속도를 유지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주행거리가 더 늘어나는 기분이다.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는 기능이어서 안전운전습관을 기르기에 안성맞춤이다.

프리우스에는 세가지 주행모드가 있다. EV모드, 에코모드, 파워모드다. EV모드는 오로지 배터리가 완충된 상태에서 모터의 힘으로만 주행하는 기능이다. 수시로 EV모드로 변환해 주행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반모드로 전환됐다. 저속으로 1~2km밖에 주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인지하게 됐다. 실제 사용빈도가 낮아 보이는 기능이다.

강변북로에 진입한 후 한참을 달려 자유로에 들어섰다. 여기서부터는 파워모드로 변환하고 주행했다. 다른 차량을 탄 느낌이 들 정도로 경쾌한 엔진음과 힘이 느껴졌다. 시속 180km의 고속주행도 부드럽게 치고 올라갔다. 이때는 엔진과 노면소음이 제법 크게 들렸다.

운전 내내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한가지 있었다. 작은 사이드 미러다. 아직 프리우스에 익숙해지지 않은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사이드 미러를 봐도 사각지대가 생겼다. 때문에 차선 변경 시 불편함을 느꼈다.

이번 시승에서 주행한 거리는 약 100㎞. 평균연비는 ℓ당 25.4㎞가 나왔다. 공인연비 29.2㎞에 비하면 낮았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성을 잘  모른 채 운행한 것 치고는 괜찮은 주행거리다. 다른 하이브리드 차량의 실제 주행연비가 16km/ℓ를 유지하기도 힘든 현실을 감안하면 실컷 달려도 연비성능이 오히려 앞선다. 연비에 초점을 맞춘 차다운 결과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