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CC들은 불과 10년 만에 국내선 분담률 50%를 넘길 정도로 고속 성장했다.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 항공 등 5개 LCC는 이러한 성장세에 발맞춰 몸집을 키워왔다.
물론 장거리 취항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LCC들의 주력 항공기인 B737, A320 등의 기종은 단거리 전용으로 중장거리 운항이 불가능하다. 국내 LCC 중에서는 진에어가 유일하게 중대형 항공기인 B777-200ER 기종 2대를 도입해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상황이다.
LCC업계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제주항공마저도 당장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기에는 무리다. 항공기 구매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이를 운용·관리할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상장’으로 장거리 취항 기틀 마련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LCC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상장이 가장 가시화된 것은 제주항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8월2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IB(투자은행)업계에선 제주항공이 상장에 성공할 경우 시가총액이 FSC(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의 장외주식시장 K-OTC에서 제주항공의 주가가 4만5000원 수준까지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장외가격 시총은 1조원을 넘어선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뒤 상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 초 싱가포르항공에 상장 전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프리IPO 딜이 가격 차이로 무산되긴 했지만 곧바로 예비심사를 발빠르게 청구했다.
제주항공은 상장을 통해 한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명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제주항공이 애경그룹 주력 계열사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 ‘AK제주항공’으로 사명을 변경할 예정이다.
다만 제주항공의 상장과 사명변경에 대해 제주항공 주주인 제주특별자치도의 여론은 좋지 않다. 제주도민을 위한 항공사를 표방하며 제주도로부터 출자받아 설립한 항공사가 다른 LCC와 다를바 없이 모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2005년 1월 제주도와 애경그룹이 각각 50억원과 150억원을 출자해 합작한 항공사로 설립됐다. 하지만 이후 자본 증자에 제주도가 참여하지 않아 현재 AK홀딩스(68.37%), 애경유지공업(16.32%) 등 애경그룹이 84.8%, 제주특별자치도가 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더불어 에어부산·이스타항공도 상장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이스타항공은 현재 자본잠식 상태로 상장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연내 상장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13년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를 473억원 초과한다.
에어부산의 경우 당초 연내 상장을 계획했지만 현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산업 인수 후 재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우려-고충 상존하는 ‘장거리 하늘길’
진에어의 경우 점유율과 규모면에서는 제주항공에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모기업인 대한항공과의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장거리 노선 진출에 비교우위에 서 있다. 진에어가 가진 최대 장점은 대한항공의 항공관리·정비·운항 인프라를 이용해 중대형 항공기 운항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장거리 노선 취항에 가장 먼저 성공하는 것도 진에어가 될 전망이다.
진에어는 오는 12월19일부터 인천-하와이 호놀룰루 운항을 시작한다. 국내 LCC 최초로 도입한 중대형 항공기 B777-200ER을 노선에 투입해 월·수·목·토·일요일 등 주 5회 운항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LCC의 구조자체가 장거리노선 운항에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과 모회사인 대한항공의 고객층을 빼앗는 이른바 ‘제살깎기’ 식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 현재의 FSC보다 고객당 마진율을 낮출 경우 유류비로 인한 항공권의 판매가격 변동이 지나치게 커지는 데다 항공기 가동률을 높일 경우 기체에 부담이 갈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장거리 노선일수록 기내 서비스와 좌석의 쾌적함이 중시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비행시간이 길어질수록 챙겨야 하는 서비스 품목과 승무원의 역할이 많아진다”며 “단거리 노선보다 장거리 노선의 비즈니스석 수요가 높다는 점도 장거리노선을 노리는 LCC들이 감안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의 경우 이러한 우려로 장거리 취항에 신중한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우선 제2 LCC인 에어서울 설립을 통해 3개의 항공사를 운영하고 시장을 세분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장거리노선은 FSC인 아시아나항공이 맡고, 인천-김포 노선은 에어서울이, 김해공항 등 지방공항의 중단거리 노선은 에어부산이 각각 맡아 고객층의 중복 없이 특화해 나가겠다는 계산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