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의 창업자이자 '자동차의 왕'이라 불리는 핸리포드가 1913년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해 대량생산을 시작하며 사람들의 자동차는 개성을 잃었다. 대신 저렴해졌다. 모든 이가 자동차를 탈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나 최고의 차, 남과 다른 차를 원하는 고객들은 있게 마련. 이들은 아무리 고급스럽고 뛰어난 성능을 가졌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것과 같다면 도무지 만족을 모른다. 몇몇 제조사는 이런 극소수의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는 지난 1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한국 고객을 위해 특별 제작한 고성능 럭셔리 세단 ‘플라잉스퍼 코리아 에디션’을 공개했다. 벤틀리의 ‘뮬리너’ 서비스를 통해 제작한 차량이다.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단 한 대의 플라잉스퍼
이날 공개된 플라잉스퍼는 벤틀리를 대표하는 고성능 4도어 세단이다. 전세계에서 꽤나 많이 팔린 자동차지만 이날 선보인 모델은 조금 특별하다. 단 한대씩만 생산된 차량이라는 점에서다.
플라잉스퍼 코리아 에디션은 플라잉스퍼 기본 모델에 이상엽 벤틀리 디자인 총괄 디렉터가 남성잡지 GQ코리아와 함께 한국식 디자인을 가미했다.
‘한국의 신사’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이상엽 디자이너는 남자의 수트에서 영감을 얻은 블랙 에디션과 화이트 에디션을 각각 1대씩 제작했다.
블랙 에디션은 수트의 가장 기본적인 색상인 블랙과 그레이를 상징하는 투 톤 컬러가 채택됐다.
화이트 에디션은 수트와 기본으로 매치되는 흰색 셔츠를 떠올리는 그래시어 화이트(Glacier White) 색상으로 완성됐다. 한국 백자의 아름다움과 한국 고유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이상엽 디자이너가 선택한 컬러로,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은은하게 드러낸다.
두 모델에는 뮬리너 GQ 디자인 바이 이상엽 에디션이란 자수가 곳곳에 새겨졌다. 기존 플라잉 스퍼와 성능은 같다. 배기량 6.0리터 12기통(W12)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과 ZF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을 이룬다. 최고출력은 625마력, 최대토크는 81.6㎏·m다. 최고 시속 322㎞를 자랑한다.
◆최고의 자동차로 만족할 수 없는 고객을 위해
사실 벤틀리 정도의 고급 브랜드는 차량구매과정에서 일반 양산차 브랜드에 비해 훨씬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한다. 하지만 벤틀리는 이에 그치지 않고 ‘맞춤제작’ 서비스인 ‘뮬리너’ 서비스를 통해 더 큰 고객만족을 추구한다.
우다이 세나파티 뮬리너 기술 운영 총괄디렉터는 이날 행사에서 뮬리너 서비스에 대해 “최고의 자동차를 원하는 사람들이 찾는 벤틀리, 그 벤틀리보다도 더 업그레이드된 자동차를 원하는 사람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고유하고 독창적인 나만의 것, 나만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경험을 뮬리너를 통해 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뮬리너의 역사는 1550년대 뮬리너 가족의 마구 안장 제작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마차 시대와 자동차 시대를 거쳐 운송업의 발전과 함께 해왔고 현재는 벤틀리 주문제작 부분을 전담하고 있다. 벤틀리와의 협업은 1920년대부터 시작했다.
현재 벤틀리의 차량 중 약 5% 정도가 뮬리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공개된 선에서 현재까지 최고가 옵션 조합은 500만파운드(약 87억원)에 달한다. 아직까지 한국 주문 고객은 없다.
뮬리너 서비스는 고객이 요구하는 사항에 따라 제작 시간이 달라진다.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그래픽을 제작해 본보기가 준비되면 고객에게 최종 확인을 받는다. 이후 길게는 몇 개월 동안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고객은 직접 영국의 제작 공장을 방문해 내 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연간 5000여명 정도가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뮬리너 서비스의 가장 좋은 예는 영국 왕실의전차량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은 지난 2002년 벤틀리의 당시 최고급 차량이었던 아르나지를 바탕으로 뮬리너 서비스를 통해 그만을 위한 차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