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가 최근 발생한 공무원시험 응시생 침입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 직전, 사무실 벽면에 적힌 도어록(전자잠금장치) 비밀번호가 청사를 관리하는 행정자치부 소속 공무원의 지시에 의해 지워진 것으로 드러났다.
비밀번호가 외부 벽면에 적혀 있었다는 사실을 경찰에 즉시 알리지 않고 은폐하여 수사 초기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거짓 해명까지 드러나, 혁신처가 범인 송모씨(26)의 사실상 조력자가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벽면에 적힌 도어록 비밀번호, 수사의뢰 직전 지워
앞서 응시생 송모씨(26)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인사처 사무실에 침입할 수 있었던 것은 문 옆에 도어록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청사를 관리하는 행자부 공무원은 벽면에 적힌 비밀번호를 인사처가 수사 의뢰하기 직전 청소용역 직원을 시켜 지웠다. 인사처는 이 같은 사실을 수사의뢰 때 경찰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
경찰은 ‘도어록 벽면 비밀번호’ 존재를 담당 공무원의 진술을 받는 과정에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담당 공무원은 “비밀번호를 남겨두면 동일한 방식으로 침입이 이어질까봐 보안상의 이유로 지웠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인사처와 행자부가 비난을 피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인사처는 경찰이 지난 5일 송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당시 ‘영장신청 사실을 외부로 알리지 말라’고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훔친 신분증 이용자도 못 잡은’ 청사관리 실태, 해명만 급급
송씨의 성적조작 사건을 통해 공무원의 허술한 보안관리와 중앙행정기관의 청사관리실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송씨가 훔친 신분증으로 5차례나 청사를 침입할 당시는 북한의 잇단 테러 위협 등으로 중앙행정기관의 경계태세 강화와 함께 출입통제가 강화된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송씨가 인사처 사무실을 올라갈 때까지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에 대해 인사처는 해당 공무원이 이 지침을 준수했다고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으나 경찰 조사 결과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황서종 인사처 차장은 '어떠한 보안지침을 따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해당 공무원은 정해진 보안규칙을 위반하지 않았다. 절차를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해당 컴퓨터에 대한 경찰의 디지털포렌식 결과 시모스 암호는 설정돼 있지 않았다"며 "암호는 윈도운영체계와 화면보호기에만 설정돼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