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사진=뉴시스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800억원에 달하는 지분을 매각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본인이 네이버의 총수가 아니라는 이 전 의장의 메시지로 보고 있다.
23일 네이버는 이 전 의장이 보유주식 11만주(0.33%)를 주당 74만3990원에 시간외매매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일 종가인 76만7000원보다 3% 낮은 가격으로 이날 처분한 주식은 총 818억3890만원이다. 이 거래로 이 전 의장의 네이버 지분은 4.74%에서 4.31%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전 의장의 지분 매각을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한 메시지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9월 준대기업집단 지정을 두고 이 전 의장을 네이버의 총수로 볼 것인지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전 의장은 세종시에 위치한 공정위를 방문해 자신은 네이버의 총수가 아님을 설명한 바 있다. 이 전 의장은 “네이버는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있는 만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네이버 측은 “창업자 개인의 일이다”며 “신사업투자와는 큰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총수 지정과 관련해 별다른 이슈가 없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이 전 의장은 2009년 NHN엔터테인먼트와 분할 등을 겪으면서도 4%의 지분율을 유지해왔다. 2002년 코스닥에 상장할 때도 보유지분이 8%에 불과했다.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이 위태로울 것이라는 지적에도 지분율을 늘리지 않았다.


지난 3월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난 점도 본인이 네이버의 총수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관련업계 종사자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총수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것을 극도로 우려했던 것 같다”며 “시간외거래를 이틀 연속으로 시도한 정황으로 미뤄 총수 지정을 피해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늘려 완화하는 대신 5~10조원 기업은 준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는 ‘준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대규모거래, 주식소유현황 등을 공시해 시장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네이버의 자산 총액은 6조3700억원이지만 해외 자산을 제외하면 5조원에 조금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자산 변동 여부에 따라 준대기업 집단에 지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