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가 한창이다. 삼성을 필두로 LG, GS, CJ, 신세계, 코오롱, 애경 등 재계가 ‘세대교체’에 방점을 둔 대규모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내부에선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연말 기업 인사가 속속 진행되는 가운데 이달 말 예정된 롯데그룹 인사에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롯데의 인사 방향은 오는 22일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발 ‘세대교체 바람’
삼성전자발 '세대교체 바람'이 재계 전반에 불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사장단 인사에서 신종균 IM 부문장, 윤부근 CE 부문장, 이인용 커뮤니케이션 팀장 등 60세 이상의 최고경영자(CEO)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50대가 전면에 등장했다. 기존 삼성 CEO들이 올해 최고의 실적을 냈지만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젊은 피’를 배치한 것.
삼성이 주도한 ‘60대 임원 퇴진’ 여파는 범 삼성가인 신세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세계그룹은 호텔과 건설 부문에 63년생 ‘젊은 피’를 나란히 수혈했다. 60대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와 박건현 신세계건설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나며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이사에 이용호 신세계조선호텔 지원총괄 부사장보(54), 신세계건설 레저부문 대표이사에 양춘만 이마트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54)이 내정됐다. 동갑내기 두 사람은 1988년 입사동기다.
다만 대형마트와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 신세계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진 인사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말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오너일가 분리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이마트, 스타필드, 이마트24(전 위드미) 등의 대표이사를 대거 교체해 이번 인사에서는 조직 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대신 신세계와 이마트 상품본부장인 손문국 신세계 상무와 김홍극 이마트 상무를 각각 부사장보로 발탁했다. 이는 상품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CJ그룹은 주요 계열사 CEO를 1960년대생으로 채웠다. CJ제일제당 신임대표이사에 신현재 사장(56), CJ주식회사 공동대표이사에 김홍기 총괄부사장(52)을 각각 승진 임명했다.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맡아온 김철하 부회장(65)은 CJ기술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울러 강신호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56)와 손관수 CJ대한통운 공동대표이사(57), 허민회 CJ오쇼핑 대표이사(55)를 부사장에서 총괄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2020년까지 그룹 매출을 10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2020그레이트CJ’를 달성하기 위해 젊은 CEO들을 전면에 내세운 모양새다.
당초 재계에선 이재현 회장의 누나 이미경 부회장의 복귀설이 돌았으나 이번 CJ 정기인사 명단에 이 부회장의 이름은 없었다. 현재 이 부회장은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와 별개로 글로벌사업 지원 활동에 주력한다는 전언이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 부장(27)도 인사에서 제외됐다. 이 부장은 2013년 CJ제일제당 사원으로 입사해 지난 3월 부장을 달았다.
◆LG 성과주의 파격 인사
LG는 ‘젊은 피’ 수혈을 위해 경영진을 대거 물갈이하기보다는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인재를 선발했다. 승진자 가운데 여성 3명, 외국인 1명이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류혜정 상무가 전무로 오르며 LG전자 역사상 첫 여성 전무가 탄생했다.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는 올해 손실을 내면서 수장이 조준호 사장에서 황정환 부사장으로 교체됐다. 이밖에 전무 승진설이 돌았던 구본무 회장 아들인 구광모 상무의 승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GS그룹은 50대 신임 사장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55세 동갑내기 정찬수 GS 부사장과 김형국 GS칼텍스 부사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엄태진 GS칼텍스 부사장(60)도 사장으로 승진해 GS스포츠 대표이사를 맡았다. 또 GS리테일은 물류자회사인 GS네트웍스를 설립키로 하면서 정재형 상무(50)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번 인사로 GS그룹 CEO들의 평균연령은 59세에서 58세로 낮아진다.
GS와 함께 범LG가에 속하는 LS그룹의 주요 7개 계열사(LS전선, LS니꼬동제련, LS엠트론, 가온전선, 예스코, LS글로벌, LS메탈) CEO들의 평균 연령은 56.7세다.
◆인사 앞둔 롯데, 신동빈 재판 ‘촉각’
롯데는 이달 말 정기인사가 예정됐다. 그러나 그룹의 관심은 오는 22일 열리는 신동빈 회장의 재판 결과에 쏠려있다. 최종 인사권자인 신동빈 회장이 총수일가 급여 부당지급 및 롯데피에스넷 관련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을 구형받아서다. 신 회장의 심복이자 그룹 수뇌부인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과 소진세 사회공헌위원장을 비롯해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 등도 징역 5년을 구형받은 상태다.
일각에선 롯데 인사가 내년으로 미뤄지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난해 롯데는 ‘최순실 게이트’ 사태 여파로 정기인사를 미뤄 올해 2월에 인사를 진행했다. 이번에도 22일 선고공판에서 신 회장 등의 실형이 확정되거나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경우 정기인사가 미뤄질 수 있다.
인사 연기 가능성이 불거지자 롯데그룹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지난 2월 4개 BU(business unit)체제로 전환하며 이미 큰 폭의 세대교체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변동사항이 생길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부 실적부진 계열사의 경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소규모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 롯데는 신동빈 회장 원톱체제를 구축하면서 롯데지주를 출범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면서 “이에 따른 내부 정비가 필요한 상황인데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7호(2017년 12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