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갑작스런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자동차업계에선 최근 3년간 가동률이 20%에 불과했던 군산공장이 폐쇄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GM 측은 이를 부인해왔다. 때문에 정부와 노조, 관련 업계는 뒷통수를 맞았다는 입장에서 현 상황을 바라본다.
하지만 GM의 공장폐쇄 조치는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GM 측은 갑작스런 군산공장 폐쇄를 통해 절박함을 강조하고 한국지엠의 전면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우리 정부에 대규모 자금지원을 요구했다.
이 같은 초강수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공방이 치열해지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GM이 얼마나 치밀하게 한국지엠 전략을 전개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사실상 ‘고용을 볼모로 한 협박’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만큼은 정부가 자동차업종의 ‘대마불사’ 논리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 한국지엠 사태 초래한 진짜 이유
GM의 자금 지원 요구의 근간에는 한국지엠의 경영난이 깔려있다.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지속적인 적자의 수렁에 빠져있다. GM은 적자 원인에 대해 강성노조 등으로 인건비가 상승해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는 한국지엠이 GM으로부터 고금리 차입을 실시하고 저가에 차량을 수출하는 등 비정상적인 경영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지엠의 위기는 사실 GM 본사의 경영위기로부터 초래됐다. 2002년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며 설립한 한국지엠(당시 GM대우)은 41만대에 불과했던 판매량을 3년만에 115만대 수준으로 늘렸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GM이 파산위기에 몰리며 상황이 급변했다. GM은 2009년 6월 미국 정부에 파산보호신청을 했고, 구조조정과 미국 정부의 자금 투입으로 간신히 회생했다. 구제금융을 졸업한 것은 2013년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GM을 새로운 회사로 재편한다는 방침 아래 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을 털어냈다.
부실 자산 청산 과정까지 더하면 약 19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내에서도 대마불사의 논리로 자동차 산업을 살리는 조치에 반대 여론이 거셌고 미국 정부가 자금 지원 조건으로 체질개선을 요구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를 계기로 GM의 사업방향은 완전히 바뀌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구제금융 이전 GM이 전세계에 많은 차를 파는 회사를 목표로 했다면 구제금융 이후에는 돈이 되는 시장에만 집중하는 회사로 변했다”고 요약했다.
한국지엠의 몰락은 이와 궤를 같이한다. GM과 한국지엠간의 수상한 거래도 이때부터 시작되는데, 글로벌 시장에 대한 GM의 경영방침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2013년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에서 시작된다. 유럽에 쉐보레와 거의 동일한 차종을 판매하는 자회사 오펠을 두고 있었던 GM은 적자 일변도인 유럽시장에서 하나의 브랜드를 선택해 집중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했고 결국 오펠을 선택했다. 쉐보레 유럽이 철수한 이후에도 한국지엠 공장에선 오펠과 뷰익 브랜드에 수출하는 차가 생산됐지만 아무래도 수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폐쇄에 이르게 된 군산공장의 가동률 감소도 이 때문이다. 군산공장을 먹여살린 것은 라세티와 크루즈였다. 기존 크루즈는 군산과 미국 로즈타운에서 생산됐지만 신형 크루즈 생산계획에는 멕시코 공장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공장 생산량을 줄일리 만무한 GM이 멕시코와 한국공장을 놓고 저울질 한 것”이라며 “이 당시부터 군산공장 철수설이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 자금 지원 결정, 급해선 안된다
GM은 현재 연간 100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지엠의 생산력을 50만대 수준으로 낮추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정부와 KDB산업은행 등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며 손을 내밀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가 현실화되면서 정부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GM과 협상에 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의 완전 철수는 심각한 실직사태를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임에도 한국지엠에 정부재정을 투입해선 안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린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도 이같은 일이 다시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GM은 돈이 되는 시장에만 발을 담그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GM 전체 글로벌 판매량 960만대 가운데 북미(357만대)와 중국(404만대) 판매량이 79.2%에 달한다. 미국은 공장 불러들이기 기조가 심화하고 있으며 중국시장은 고관세 때문에 우리나라 생산 물량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남은 200만여대의 시장 중 남미시장은 현지공장 생산량이 충분하다. 한국지엠은 현재 유럽 오펠과 복스홀 브랜드에 수출하며 공장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다. GM은 이 브랜드를 지난해 프랑스 PSA 그룹에 매각했다. PSA그룹은 한국지엠으로부터 차량 수입을 단계적으로 축소‧중단할 계획이다. 한국지엠의 생산물량 50만대를 보장할 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의 이탈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노동집약 산업이자 수많은 협력업체가 거미줄처럼 얽힌 상황에서 일순간에 한국지엠이 사라진다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우리나라로서는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충격을 추스르기 쉽지 않다.
다만 한국지엠에 수조원의 대출금을 가진 GM이 한국지엠을 일순간에 폐쇄할 가능성도 높지는 않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실사를 통해 명확한 한계와 가능성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M은 고용문제에 있어 민감할 수밖에 없는 현 정부의 상황을 교묘하게 파고들고 있다”며 “조급함을 버리고 장기적 측면에서 실익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9호(2018년 2월28일~3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남은 200만여대의 시장 중 남미시장은 현지공장 생산량이 충분하다. 한국지엠은 현재 유럽 오펠과 복스홀 브랜드에 수출하며 공장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다. GM은 이 브랜드를 지난해 프랑스 PSA 그룹에 매각했다. PSA그룹은 한국지엠으로부터 차량 수입을 단계적으로 축소‧중단할 계획이다. 한국지엠의 생산물량 50만대를 보장할 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의 이탈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노동집약 산업이자 수많은 협력업체가 거미줄처럼 얽힌 상황에서 일순간에 한국지엠이 사라진다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우리나라로서는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충격을 추스르기 쉽지 않다.
다만 한국지엠에 수조원의 대출금을 가진 GM이 한국지엠을 일순간에 폐쇄할 가능성도 높지는 않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실사를 통해 명확한 한계와 가능성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M은 고용문제에 있어 민감할 수밖에 없는 현 정부의 상황을 교묘하게 파고들고 있다”며 “조급함을 버리고 장기적 측면에서 실익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