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2차 변론에 출석하는 모습. / 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한 재상고 기한 만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측의 선택에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두 사람은 14일 자정까지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한 재상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1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9440억원을 지급하고,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만약 기한 내 양측 모두 재상고하지 않으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다. 두 사람 중 한명이라도 재상고할 경우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간다.

재계에선 노 관장 측의 재상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본다. 국내 이혼 소송에서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9440억원이라는 재산분할금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송을 더 이어갈지 여부는 최 회장의 선택에 달려있다.

법률적 측면에서 재상고의 실익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다시 따지지 않고 법리 오인이 있었는지를 살피는 법률심이기 때문이다. 이미 대법원이 앞선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뒤 서울고법이 그 취지에 따라 재산분할액을 다시 산정한 만큼 재상고하더라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 회장이 1조원에 달하는 재산분할금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재상고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지급이 완료될 때까지 연 5%의 지연이자를 내라고 명령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연간 약 472억원, 하루 약 1억3000만원의 이자 부담이 발생한다.

9440억원이라는 거액을 단기간에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만큼 재상고를 통해 최종 판결 확정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그 사이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법적 판단을 뒤집으려는 시도라기보다는 현금 확보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재상고를 포기할 경우 자금 조달 방안도 관심거리다. 가장 유력한 카드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1297만5472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안이다. 주식을 팔지 않고도 현금을 조달할 수 있어 경영권 유지에 유리하다.

최 회장의 지분 가치는 지난 12일 종가(54만5000원) 기준 7조원을 넘어선다. 최 회장은 이미 보유 주식의 약 21%를 담보·질권으로 제공하고 있어 추가로 대출을 받을 경우 개인 차입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주가가 하락할 경우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하거나 이자·상환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를 매각하는 방안도 있다. 최근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에 약 2조3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한 것을 기준으로 계산시 최 회장 개인 지분 가치는 9500억원대로 추산된다.

해당 지분엔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고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과 거래 비용 등을 고려하면 재산분할금에 준하는 금액을 확보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재상고 여부와 관련해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