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배터리셀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북미 단독 생산기지를 연이어 확보하며 현지 생산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법인(JV) 체제에서 벗어나 단독 운영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게 핵심이다. 생산 유연성을 확보한 만큼 전기차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빠르게 성장 중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전날 GM과의 합작법인 '시너지셀즈'의 GM측 지분 전량(49.99%)을 인수하고 소유권을 이전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너지셀즈는 양사가 지난 2024년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총 35억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연산 27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법인으로 현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분 인수를 계기로 북미 지역에 첫 배터리 단독 공장을 확보하게 됐다.
단독 공장으로의 재편은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합작으로 설립한 '넥스트스타 에너지' 지분을 전량 인수해 100% 자회사로 전환했다. 넥스트스타 에너지는 캐나다 최초이자 유일한 대규모 배터리 제조 시설로 지난해 11월 본격적인 셀 양산에 돌입한 북미 핵심 생산거점이다. 단독 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SK온도 포드 자동차와 세운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운영구조를 손질했다. 양사는 지분 50대50으로 블루오벌SK를 설립한 이후 미국 테네시 및 켄터키 공장을 함께 운영해왔으나, 생산성 및 유연성 제고를 위해 각 생산시설을 독립적으로 소유·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SK온은 테네시주에 위치한 공장을, 포드는 자회사를 통해 켄터키주 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단독 생산거점 확보는 급변하는 북미 배터리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의 장기화다. 지난해 9월30일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되면서 관련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조사를 보면 올해 상반기 북미에 인도된 차량은 전년 동기보다 20.5% 감소했다.
이에 완성차 업체와의 JV 중심 전략 대신 ESS를 새로운 활로로 낙점했다는 진단이다. 북미 ESS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북미 리튬이온 배터리 ESS 출하량은 75.9GWh로 전년 동기보다 83% 증가했다.
실제로 배터리 3사 역시 ESS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삼성SDI는 시너지셀즈 공장에 ESS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함께 구축해 ESS 시장에 선제 대응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넥스트스타 에너지를 ESS 사업의 전략적 거점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SK온 역시 테네시 공장을 통해 ESS 공급을 확대하고 수익성 중심의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나란히 흑자 전환에 성공한 가운데 단독 생산체제 전환에 따른 추가 성과에도 기대가 모인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배터리 시장의 수요 변화에 맞춰 생산시설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단독공장 전환으로 생산 품목과 물량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 시장 대응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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