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발급당 일정 수당을 받는 카드모집인은 밥벌이를 위해 회원 늘리기에 주력할 수밖에 없어 불법 모집도 서슴지 않는다. 카드사와 여신협회는 불법모집을 최소화하려 하지만 ‘걸리지만 마라’는 식이어서 모집인간 출혈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모집인인 30대 초반 A씨는 올해 7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이 일을 이어나가야할지 고민이다.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카드발급이 늘며 영업환경이 악화됐는데 본사(소속 카드사)가 최근 발급수당까지 줄이면서다.
카드모집인은 회원 모집 시 카드사로부터 15만~20만원의 ‘발급수당’을 받는다. 이를 3개월 또는 6개월간 나눠 받기도 한다. 또 카드회원이 해당 카드로 전월 일정액 이상을 사용하면 추가 수당을 받는데 이를 ‘이용수당’이라고 부른다. 카드회원이 이 조건을 채우지 못하면 모집인은 이용수당을 지급받지 못한다.
A씨는 최근 이용수당을 줄이고 이용수당 지급조건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카드사로부터 통보받았다. A씨에 따르면 플래티넘급 카드 1장을 발급하면 발급수당 12만원, 회원이 월 50만원 이상 사용 시 이용수당 5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본사는 최근 이용수당을 3만원으로 낮추고 지급 조건을 회원의 월 카드 사용료 100만원으로 상향했다. 기존엔 카드회원이 50만원만 사용하면 월 5만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100만원 이상을 사용해도 3만원밖에 못받는 셈이다.
A씨는 “요즘 신용카드를 1장만 들고 다니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100만원을 채워야 이용수당을 주겠다는 건 사실상 (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급여테이블 조건이 이처럼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할 사람은 나가라는 신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카드사가 카드모집인 수당을 줄이고 나선 건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등의 요인으로 악화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몇해 전부터 핀테크(금융+기술) 바람이 불며 비대면 채널을 통한 카드발급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카드발급 프로세스의 디지털화와 별개로 카드모집인 수당 자체를 줄이는 건 최근 카드업계의 ‘몸집 줄이기’ 일환 아니겠냐”고 말했다.
카드모집인은 생계유지를 위해 불법 모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카드발급 시 ‘연회비 100% 캐시백’ 등의 혜택이 제공되는데 소비자로선 굳이 카드모집인을 통해 카드를 만들 필요가 없어지면서다. 모집인으로선 연회비 전부를 되돌려주는 건 물론 경품도 증정해야 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카드모집인이 연회비 10%를 초과하는 상당의 경품을 제공하는 건 불법이다.
A씨는 “리베이트 금지 등의 불법조항을 모집인들은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며 “주변의 한 모집인의 수당은 월 2000만원가량이지만 경품 증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면 실제로 챙겨가는 건 600만~700만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는 상위 1%에 해당하는 사례다. 상위 30%는 250만원밖에 못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빚내서 영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본사도 어쩔 수 없이 불법모집을 묵인한다. ‘걸리지만 말라’는 식”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모집인 사이에서 출혈경쟁이 심해질수록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소비자로선 당장 경품을 받을 수 있어 불법을 인지하면서도 가입하려 하겠지만 카드론·현금서비스·리볼링 등의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이용을 권유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모든 카드모집인은 계약직 노동자다. 서울보증보험에서 1000만원 한도로 보증보험 증권을 떼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진다. 모든 카드사의 전체 카드모집인 수의 증감 추이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개별 회사 대외비인데다 여신협회가 연간 기준으로 통계를 관리 중이지만 모집인간 이직이 잦고 퇴사 후 재입사하는 경우도 허다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