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대카드의 경영화두는 ‘디지털 고도화’다. 특히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DNA를 조직문화 전반에 장착한다는 방침이다.
정태영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혁신적인 기술의 도입, 금융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런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업 정체성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분명한 사고와 신속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장에게 팀 재편 재량권 부여
정 부회장의 경영전략에 따라 현대카드는 디지털 고도화를 위해 올 초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애자일’(Agile)을 키워드로 전체 조직을 전면적으로 바꾼 것. 애자일 조직이란 ‘본부-실-팀’ 3단계로 구성된 조직 중 팀을 실장이 구성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한 방식이다. 그간 모든 팀 재편은 하나하나 회사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현대카드는 실장이 전권을 갖고 팀을 재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패러다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본격적인 디지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치다. 조직을 보다 민첩하고 유연한 형태로 바꾼 것이다. 기존에 있던 부본부나 센터 등은 모두 폐지했다. 감독기관과 법 규제상 팀으로 운영해야 하는 최소한의 조직만 ‘기간팀’으로 운영하고 나머지는 모두 자율팀 체제로 구성했다.
자율팀은 인력 구성은 물론 팀의 신설과 폐지까지 모두 팀이 소속된 조직의 실장 재량으로 운영된다. 실장의 판단에 따른 변동사항은 인사팀을 통해 공지할 필요도 없다. 예산 역시 실에 배정된 예산을 실장이 배분해 집행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디지털 조직 DNA 이식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디지털기업의 조직 특성과 일하는 방식을 전면 도입한 것이다. 현대카드가 새롭게 도입한 애자일 조직구조는 IT업계에서 태동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기업들이 널리 사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특히 이번 현대카드의 조직개편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금융권에서 역동적인 애자일조직 특성을 전면 도입한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또한 현대카드는 상품·서비스 등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문화와 인프라 등 회사의 근간을 이루는 부문에 디지털 마인드를 이식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출퇴근 시각을 선택하는 ‘유연근무제’를 실행하고 캐쥬얼을 비롯해 복장 선택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등 새로운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현대카드는 업무 인프라 역시 별도의 PC나 자료 없이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디지털 미팅룸’을 신설하고 각 실장이 직원과 한 공간에서 자유롭고 신속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업무공간도 개방형으로 바꿨다. 최근에는 사내 모든 시설의 안내문구를 디지털 개발자가 사용하는 코딩 언어인 ‘파이썬’으로 바꿔 모든 임직원이 자연스럽게 디지털 언어를 익힐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