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두 이더블버그 대표. / 사진=이한듬 기자
곤충은 국제연합(UN)이 꼽은 대표적인 미래식량이다. UN 산하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경 세계 인구가 약 90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미래 대체식량으로 곤충을 지목했다.
소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3배가량 높고 사육면적이나 사료, 관리비용 등을 고려할 때 생산성도 뛰어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관련 산업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우리나라에도 곤충식품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일찌감치 도전장을 던진 선구자가 있다. 류시두 이더블버그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곤충식품에 홀린 문과생

“전 사실 곤충관련 학과를 나왔거나 관련분야의 일을 해본 적이 없어요.”


류 대표는 곤충산업과 연관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손사레쳤다. 그는 2005년 서울대학교에 입학해 경제학을 전공한 문과생이다. 2012년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곤충산업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졸업 무렵에는 프로그래밍을 독학해 IT 스타트업을 차려 만성질환자를 관리하고 의사에게 환자의 정보를 전달하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곤충과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아왔다. 그랬던 그가 곤충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3년이다. 당시 FAO 보고서에서 미래식량으로 곤충을 지목하며 세간의 화제가 되자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곤충을 사람들이 먹을까? 미래식량이 될 수 있을까?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인데 왜 학자들이 이걸 미래식량으로 꼽았을까? 그런 호기심에 관련 정보를 찾고 곤충을 먹어보고 했더니 ‘이게 정말 가치가 있는 식량이구나, 맛이 없는 것도 아니고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난데 선입견으로 인해 전달이 안 되는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죠.”


이후 류 대표는 곤충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려다 보니 여러 분야에서 깊이 있는 전문성과 지식이 필요했다. 류 대표는 무작정 곤충식품 관련 논문을 찾아보면서 논문을 쓴 학자나 관계자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농촌진흥청 등 국내 관련기관에 전화를 걸고 해외 연구자들에게도 이메일·SNS로 적극 연락해 실제로 만나기도 하며 정보를 수집했다. 곤충을 음식으로 만드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식재료가 곤충이라 기존에 정립된 레시피가 없었던 것. 이 때문에 샘플을 만들어 소비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거치는 등 다양한 반응을 수집했다.

“고객들이 원하는 쿠키를 만드는 게 첫번째 목표여서 샘플링을 많이 했어요. 나눠주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설문조사도 하고…. 초창기엔 제품을 보낼 때 늘 명함을 같이 보내서 반응을 들을 수 있도록 했어요. 곤충식품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그런지 초기에 사셨던 분들이 설문조사에 굉장히 잘 응해주셨어요.”

그렇게 얻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바탕으로 레시피를 다듬으면서 곤충식품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이더블버그에서는 ‘고소애’(갈색저거리 유충)를 이용한 시리얼, 머핀, 쿠키 등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개발 매진

전공과는 무관한 분야의 사업을 한다는 점이 두렵고 힘들기도 했다. 사업의 특성상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곤충식품을 알려야 하는데 소비자들이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

“인식을 전환해야 하는데 이런 작은 회사에서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두려웠죠. 막상 부딪혀 보니 생각보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인식을 바꾸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소비자 반응은 사업 초창기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사업 초기 류 대표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얻고 싶어 작은 플리마켓부터 박람회까지 다양한 곳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이런 건 만들면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곤충식품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곤충식품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고 아예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지 3~4년이 흐른 지금은 곤충식품산업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먹어본 사람도 생겼어요. 이렇게 빨리 바뀔지는 몰랐는데 인식이 상당히 빠르게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류 대표는 곤충식품을 더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병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은 세미나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만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정말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단 한명이라도 더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세미나를 시작했다.

처음엔 15명으로 시작한 세미나가 회를 거듭할수록 참여자가 더 많아졌고 연세대학교 영양학과 학생들과 협업해 전문지식을 공유하는 경험도 하게 됐다. 곤충식품에 대한 PDF나 인쇄물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흩어져있는 정보를 모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류 대표는 곤충식품의 가치를 정확히 전달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먹어보기도 전에 곤충을 외면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것.

“전 곤충이 굉장히 가치 있는 식품이라는 생각에 이 일에 뛰어들었는데 사람들은 그 가치를 알기 전에 거부해요. 먹으려고 시도하기도 전에 거부부터 하는 거죠. 만약에 양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먹어보고 싫다고 하는데, 곤충은 먹기도 전에 ‘난 안 먹을 거야’라고 해요. 그런 사람들에게도 권할 수 있는 괜찮은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분들이 먹고 난 후에도 선택을 안 할 수 있지만 일단은 곤충식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많이 제공하고 싶습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0호(2018년 3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