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오는 4월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시름에 빠졌다. 지난 4분기부터 시작한 2차 유상증자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케이뱅크는 최소 150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수백억원의 적자에서 벗어나려면 자본 확충이 절실한 상황. 하지만 다수의 소액주주가 유상증자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져 적신호가 켜졌다.
/사진=뉴시스

◆소액주주 머뭇… 건전성 하락 우려
케이뱅크는 지난해 10월 1000억원의 1차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자본금은 3500억원이 됐지만 7개 주주사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272억원 규모의 실권주가 발생한 바 있다.


결국 부동산·금융회사 엠디엠(MDM)이 새롭게 증자에 참여해 140억원을 투자했고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주요 주주들이 의결권 없는 전환주 방식으로 나머지 주식을 인수했다.

이번 2차 유상증자 역시 실권주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케이뱅크가 60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투자매력이 떨어져 주주들의 유상증자 참여가 불투명하다.

현재 케이뱅크의 3대 주주인 우리은행(10%), NH투자증권(10%), KT(8%)는 유상증자에 참여하지만 일부 소액주주는 증자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1차보다 시들어진 참여 분위기에 2차 유상증자는 기한이 더 미뤄질 것이란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케이뱅크는 삼정KPMG에 컨설팅을 맡겨 지분 투자에 관심을 가진 기업들과 접촉하고 자본확충안을 설명하고 있다. 소액주주의 증자 불참으로 실권주가 발생할 것을 대비한 조치다.

하지만 새 투자자에게 지분율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논의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우리은행, NH투자증권, KT 등 주요주주의 지배력을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지분을 나눠야 기존 주주 이탈을 방지할 수 있어서다.

제3주주의 등장에 전체 주주들이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기대하다가 주주 간 갈등이 커져 기한이 연기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자본금으로는 건전성 하락도 우려된다.

케이뱅크 주주 관계자는 “1차 유상증자는 인터넷은행의 초기성과로 주주사가 증자협의에 긍정적이었으나 2차는 발을 빼는 소액주주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논의가 길어져 유상증자 시기가 1분기를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의 주주는 총 20개다. 앞으로도 몇차례의 유상증자가 예고돼 주주구성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케이뱅크 주주간계약서에 따르면 대주주가 새로 바뀔 경우 기존주주들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 때문에 케이뱅크는 두번의 증자에서 4% 안팎 지분율의 소액주주를 추가로 포섭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만 지금보다 소액주주가 늘어 '사공 많은 배'가 될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자금을 투입할 때마다 발생하는 실권주를 메우기 위해 또다시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주주동의를 받는 과정을 되풀이하면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과 3~4개월 만에 또 이뤄지는 데 부담을 느껴 소액주주들이 지분축소를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며 “하반기에는 소액주주 이탈로 케이뱅크의 주주구성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 /사진=뉴스1

◆카뱅은 달리는데… 신규상품 출시 밀려
문제는 늦어지는 자본확충으로 케이뱅크의 신규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점이다.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는 전월세대출 등 새로운 금융상품을 쏟아내는 반면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 1호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신규상품 출시가 더디다.

올해 케이뱅크는 아파트 담보대출상품과 신용카드, 펀드, 해외송금 서비스 출시를 계획 중이다. 현재 판매 중인 예금, 대출, 방카슈랑스(보험)에 기능을 확충하면 ‘올 뱅킹’ 달성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두 인터넷은행이 내놓은 상품 건수만 따지만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보다 앞선다. 케이뱅크 예금은 주거래우대 정기예금·코드 K 정기예금·뮤직 K 정기예금 등 3개, 코드 K 자유적금·플러스 K 자유적금 등 적금 2개다. 대출상품은 일반가계신용대출·직장인 K 신용대출·미니 K 간편대출 등 6개, 모바일슈랑스(모바일+방카) 1개를 판매 중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예금, 적금, 대출 상품을 각각 1개, 1개, 4개씩 선보였다.

그러나 신규상품 출시에는 카카오뱅크가 더 적극적이다. 지난 1월 카카오뱅크가 출시한 전월세자금대출은 약정액이 6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자금대출을 받기 위해 금리 등 대출조건을 조회한 건수는 7만4000건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는 전월세대출을 운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 출시도 검토 중이다. 또한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 약관을 손질하고 기업자유예금(법인수신상품)을 더했다. 새로 추가한 기업자유예금의 경우 3·6·9·12월의 4번째 금요일을 기준으로 지급한다는 것이 약관 개정의 주요 내용이다.

카카오뱅크 측은 “기업자유예금 약관 변경은 대금 정산을 위한 기업 수신계좌일 뿐”이라고 했지만 업계에선 법인 수신계좌가 개설된 만큼 앞으로 카카오뱅크가 기업금융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케이뱅크도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을 내놓기 위해 지난해 말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설명서와 약관을 공시했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대책과 가계부채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출시일정을 미루고 있다. 아파트 담보대출은 금액이 큰 만큼 케이뱅크가 대출을 지원할 실탄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킨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의 태풍에 밀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자본을 뒷받침할 튼튼한 주주 구성이 필요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9월 자본금을 3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쉽게 늘렸는데 지분 58%를 보유한 확실한 대주주가 있어 가능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모바일슈랑스로 보험시장에 혁신을 일으켰고 해외송금 등 신규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라며 “가급적 1분기 안에 유상증자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0호(2018년 3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