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배당의 계절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최대실적을 올린 은행권의 현금배당 수준은 국내와 외국계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은행은 전체 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배당성향을 전년 대비 소폭 하향조정하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당국이 자본 확충을 이유로 국내 금융지주사 등에 고배당을 자제할 것을 요구해서다.
하지만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는 여전히 ‘나홀로’ 고배당성향을 보여 눈총을 받는 분위기다. 두 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의 35%가 넘는 배당금을 해외 본사에 보내기로 해 국부유출 논란이 제기된다.
◆고배당의 이면, 대규모 구조조정
SC제일은행은 3월29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결산실적을 공개하고 총 1250억원(주당 476원)의 배당금을 확정할 계획이다. 배당금은 상법에 따라 주총에서 승인한 후 한달 안에 영국 본사에 지급한다.
씨티은행도 3월30일 주총을 열고 총 938억9133만원(주당 295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한다. 배당금은 4월 안에 미국 본사에 지급할 예정이다.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의 결산 배당성향은 각각 40%, 35% 수준으로 책정됐다. SC제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600억원(잠정치)으로 전년(2245억원)보다 15% 늘었다. 씨티은행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2682억원(잠정치)으로로 전년(2245억원) 대비 19%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의 배당금도 오른 것이다.
SC제일은행의 대주주는 SC동북아(SC NEA), 씨티은행은 씨티뱅크(Citibank)·COIC다. 이들은 각각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배당금 전액을 받는다.
그동안 SC제일은행은 2010년에 62.04%, 2011년 78.14%, 2012년 102.72% 등 고배당 성향을 보였다. 씨티은행도 2014년에 509억원(42.28%), 2015년 1161억원(49.57%), 2016년 1145억원(49.74%) 등 순익의 절반을 미국 본사에 송금했다. 외국계 은행이 고배당을 실시해 외국인 주주의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대보다 저조한 실적도 고배당 결정에 따가운 시선이 쏠린다.
지난해 씨티은행은 지점 126개 중에서 90개(71%)를 폐쇄하면서 비용절감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보다 15.7% 감소한 551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측은 “전년도 임금단체협상이 미뤄지면서 임금인상분이 늦게 반영돼 지난해 3분기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며 “영업점 통폐합 후 회계결산을 진행하면서 기대이상으로 실적이 호조를 보였고 배당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도 지난해 순이자마진(NIM)과 충당금전입액 환입이 전년보다 줄어 3분기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누적순익은 전년보다 늘어 대규모 배당이 결정됐다. 그 배경에는 2011년부터 40여개의 점포를 꾸준히 통·폐합한 전략이 주효했다. SC제일은행은 올해도 영업점 230곳 중에서 지방지역을 위주로 점포 10여개를 문 닫을 계획이다.
◆금융당국 예의주시, 한국인 은행장 역할론
금융당국은 두 외국계 은행의 높은 배당성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도 외국인 주주가 늘어 국내 금융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해외로 유출한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현재 KB금융지주의 외국인지분율은 69%, 하나금융의 외국인 지분율도 73.5%에 달한다. 우리은행 역시 1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18.7%)와 과점주주(29.7%), 국민연금(8.4%), 우리사주조합(5.5%) 등이 보유한 지분을 제외하면 외국인이 지분을 27.6% 쥐고 있다.
외국계 은행은 외국인 기업의 지분이 100%인 만큼 지나친 배당성향은 주주친화정책을 넘어 국부유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지난해 박종복 은행장과 박진회 은행장이 나란히 연임에 성공해 한국인 은행장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간 상황. 두 행장은 국내 금융시장에 외국계은행을 안착시킨 공로를 인정받았지만 배당금 결정에선 여전히 외국본사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양새다.
더욱이 박진회 행장의 경우 배당계획을 번복해 ‘말바꾸기’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대규모 점포 통·폐합 작업을 진행하면서 “한국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며 “2017년 사업연도의 이익배당을 유보하기로 본사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수천억원의 배당을 결정해 구조조정의 후폭풍이 잠잠해지길 기다렸다가 말을 바꿨다는 비난을 받는다.
박종복 행장 역시 64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2014년에도 SC그룹에 1500억원을 배당하면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계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꾸준히 수익을 내려면 구조조정 등 단기적인 비용절감보다 배당금을 국내에 재투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년 두 은행이 점포 축소로 몸집은 줄이는 반면 배당을 늘려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는 금융당국도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9 도입을 이유로 배당보다 유보금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IFRS9은 대출만기까지 예상되는 손실을 추산해 미리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은행은 1년 동안 부도확률을 계산해 대손충당금을 쌓았지만 앞으로는 여신의 실제 만기까지 부도 가능성으로 보고 대손비용이 늘어난다. 올라간 대손비용만큼 순익이 줄어드는 셈이다.
현재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6.09%, 19.03%로 높은 편이나 IFRS9 시행 후 경영건전성이 떨어질 경우 금융당국이 배당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릴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론스타는 경영기간 동안 외환은행 지점수를 354개로 늘렸음에도 ‘먹튀’ 사례로 남았다”며 “국내 점포를 줄이면서 순익을 내고 새 회계기준까지 맞추려면 이익(배당)을 투자에 쏟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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