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정보통신 사옥. /사진=롯데지주

롯데그룹은 2006년 롯데쇼핑 이후 한차례도 계열사 상장에 성공하지 못했다. 롯데건설은 2008년, 옛 롯데정보통신과 호텔롯데는 2015년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모두 철회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최근 롯데정보통신이 본격 상장 작업에 돌입하면서 롯데쇼핑 이후 12년간 끊긴 롯데그룹 계열사 IPO(기업공개) 첫 주자로 나선다. 모처럼 등장한 롯데그룹 계열사 IPO에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롯데시네마를 비롯한 다른 계열사의 IPO 전략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롯데정보통신 IPO 첫 스타트… 밸류 관건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투자부문(롯데IT테크)과 사업부문(롯데정보통신) 물적 분할로 재탄생한 회사로 롯데IT테크의 100% 자회사다. 롯데정보통신은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미래에셋대우가 단독 주관을 맡았다. 8주 정도의 거래소 심사를 거쳐 공모 과정이 진행되면 6월 말쯤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최근까지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를 재편하며 주요 계열사의 상장을 준비해왔다. 지난달 신동빈 회장이 구속된 이후 재판 결과가 롯데정보통신 상장 작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끊임없이 나오지만 코스피 상장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롯데정보통신은 롯데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로 최대 6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 관건은 가치평가(밸류에이션)다. 옛 롯데정보통신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은 6913억원, 영업이익은 327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1%, 89% 증가했다.


롯데정보통신은 국내 상장사 가운데 동종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삼성SDS와 신세계I&C, 포스코ICT, SK C&C 등과 비교하며 가치를 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 C&C는 지주회사 성격이어서 포스코ICT와 신세계I&C, 삼성SDS 등의 PER(주가수익비율)을 적용해보면 롯데정보통신의 PER은 20배 수준으로 관측된다.

삼성SDS와 포스코ICT, 신세계I&C 등이 증시에서 견조한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 높은 가치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술 개발이나 사업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될 경우 PER 30배 이상의 가치 책정도 가능하다.

롯데정보통신의 공모 결과는 롯데시네마, 코리아세븐, 롯데지알에스 등 잠재적 IPO 후보 기업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두 번째 IPO 주자는?

롯데 계열사 분할합병 거래구조.

롯데정보통신이 롯데지주 출범 후 첫 상장 작업에 돌입한 배경에는 그룹의 지주사 전환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이 있다. 롯데지주와 롯데IT테크(투자부문)의 합병이 완료되는 4월1일부터 롯데정보통신은 롯데지주의 100% 자회사가 된다.
롯데정보통신의 상장 후에는 당초 그룹에서 계획했던 대로 자회사 현대정보기술과의 합병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간 모회사인 비상장사 롯데정보통신이 상장사인 자회사 현대정보기술과의 합병비율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했지만 상장사로 거듭나면 기업 가치를 명확하게 받을 수 있어 합병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롯데지주 출범 당시 황각규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및 주주가치 상승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지속할 것이며 그 일환으로 여러 회사를 대상으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등을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 ▲영화관 사업을 하는 롯데시네마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롯데호텔 등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자금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롯데그룹이 IPO하겠다고 밝힌 계열사 중 코리아세븐의 경우 상장 전 지분매각(프리 IPO)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과 동시에 현금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편의점시장 성장세가 예전 같지 않아 전략적 투자자(FI)의 관심을 끌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롯데지알에스는 롯제정보통신과 같은 시기(4월1일)에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류돼 투자부문이 롯데지주로 흡수합병된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롯데지주의 롯데지알에스 지분율도 올라간다. 이에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의 증시 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왔다. 하지만 롯데지알에스도 코리아세븐과 마찬가지로 프랜차이즈업계 경쟁 심화로 과거보다 기업가치 및 성장성 면에서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롯데쇼핑에서 별도 법인으로 독립하며 사실상 상장 준비에 돌입했지만 법원 허가 문제로 상장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배구조 개선 마지막 퍼즐 ‘호텔롯데’ 상장

롯데 지배구조 개선 마지막 퍼즐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롯데는 지난해 400여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며 롯데지주 출범에 성공했다. 그러나 롯데알미늄·롯데건설·롯데케미칼·롯데물산 등 주력 계열사는 롯데지주 체제 밖에 있다. 이들 회사의 지분은 호텔롯데가 쥐고 있는데 호텔롯데의 경우 신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광윤사 등 일본계 회사의 지분이 절대적으로 많다.

따라서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일본계 주주의 지분을 희석시키고 신 회장의 지분을 높여야 한국 롯데의 독립이 가능하다. 이에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주주 지배력을 줄이고 롯데지주와의 합병으로 계열사 전반의 지배력을 확보하려했으나 계획이 기약 없이 미뤄졌다. 업계에선 면세점 업황 개선 등 올 상반기 실적에 따라 호텔롯데가 내년쯤 상장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러나 호텔롯데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 등으로 실적이 악화돼 상장 일정이 2020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은 계속 검토 중이지만 아직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3호(2018년 3월28일~4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