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이 이번에도 불발됐다.
KB금융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4층 대강당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노조가 주주 제안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권 교수 선임 건의 출석 주식수 대비 찬성율은 4.23%에 그쳤다. 사외이사 선임 건이 처리되려면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출석 주주 과반 찬성을 받아야 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KB노조)는 작년 1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참여연대 출신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해 실패한데 이어 이번에 권 교수의 추천도 무산됐다.
노조 추천 이사의 선임에 실패한 것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최대주주 국민연금의 반대 때문이다.
ISS는 권 교수가 금융사를 포함한 상장 회사 이사회의 활동 경력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KB금융의 지분 9.62%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지난해 하 변호사 선임 건에는 찬성 의견을 냈지만 이번에는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KB금융 이사회의 구성상 주주제안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KB노조가 올린 정관변경 안건도 이날 주총에서 모두 부결됐다. 공직이나 정당활동 2년 이상 종사자에 대해 최종 퇴직일로부터 3년 간 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한 ‘낙하산 인사’ 방지안은 출석 주식 수 대비 찬성률 4.29%로 부결됐다. 또 대표이사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배제하는 안도 출석 주식수 대비 찬성률 31.11%로 부결됐다. 이들 정관변경 안건이 통과되려면 출석 주식수 대비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KB노조가 6개월간 이어온 컨테이너 점거 농성의 동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주총에선 선우석호 서울대학교 교수,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정구환 변호사 등 3인은 임기 2년의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유석렬·박재하·한종수 등 3인의 기존 사외이사는 연임됐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주총에서 “채용비리 논란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 부끄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겸허하게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입장을 최대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2015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윤 회장 종손녀와 전 사외이사 자녀 등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서류전형 합격자 수를 늘리거나 일부 임직원이 면접서 최상위 점수를 부여한 점 등 특혜채용 의심 사례가 발견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