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DB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이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수백억원대 횡령·배임금액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삼양식품 상장폐지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전 회장과 그의 아내 김정수 사장 등 오너 일가 횡령·배임 금액이 800억원대로 알려졌지만 아직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특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알려진 것보다는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횡령·배임 규모가 100억원 이상으로 밝혀진다면 삼양식품은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라 상장폐지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증권가에선 정 회장의 횡령·배임금액이 100억원 이상으로 밝혀지더라도 당장 증시에서 퇴출되기보단 MP그룹 사례처럼 거래정지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반면 과거 한화 사례처럼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배임·횡령금액 100억원 넘을까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법인의 경우 경영진 횡령·배임금액이 자기자본의 5% 이상일 경우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하는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삼양식품의 자기자본은 2031억원 규모로 횡령·배임금액이 101억원만 넘어도 상장폐지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삼양식품 오너 일가의 횡령·배임금액이 800억원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100억원을 넘기면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삼양식품 측은 “아직 횡령금액 등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양식품은 라면용 박스와 라면 스프 등을 오너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비싸게 공급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오너회사인 삼양푸르웰과 와이더웨익홀딩스 등으로부터 해당 물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공급가를 부풀려 전 회장 등의 배를 불린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후 전 회장은 지난달 23일 열린 삼양식품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회사 측은 임기만료에 따른 대표이사를 교체했다고 밝혔지만 이번 검찰 수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전 회장 일가의 횡령금액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8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제재금 1200만원

또한 삼양식품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최근 공시위반제재금 1200만원을 부과 받았다. 다만 벌점은 받지 않았다. 거래소 측에서 당초 벌점 3점을 부여했으나 삼양식품이 제재금을 내는 것으로 대체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양식품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것은 2016년 발생한 소송이 발단이 됐다. 삼양식품은 지난달(3월) 7일 삼양USA(원고)와 진행 중인 1조원 규모의 손해배상에 대해 원고와 원만히 합의해 합의금 44억원 규모로 종결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공시했다. 삼양식품은 조만간 삼양USA에 배상액을 송금하고 합의를 통해 소송을 종결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2016년 이 소송을 인지했음에도 곧바로 주주들에게 알리지 않다가 2년여가 지난 후에야 알린 것이다. 이 같은 늑장 공시가 논란을 야기했다.

소송 청구금액 1조원은 삼양식품의 자기자본대비 563.2%에 달하는 매우 큰 금액이다. 한국거래소 공시규정에서 상장사는 청구금액이 자기자본의 5% 이상인 소송이 제기될 경우 주주들에게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

삼양식품은 지연 공시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소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USA에 배상액을 송금하고 합의금 송금까지 완료해 소송이 종결된다”며 “거래소에는 이미 공시가 늦어진 이유를 충분히 소명했다”고 말했다.

◆거래정지 혹은 정상거래  


다만 증권가에선 삼양식품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금액으로 인해 상장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거래정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회장의 횡령·배임으로 논란을 겪은 MP그룹이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현재 MP그룹은 코스닥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지난해 10월 거래소는 MP그룹에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해 상장폐지 여부 결정을 오는 10월까지 유예한다고 공시했다. 당시 정 전 회장의 적발 횡령·배임 금액은 98억7500만원으로 이는 자기자본 대비 31.63%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상장폐지 기로에 선 MP그룹은 오는 10월까지 개선을 통해 부활 기회를 잡아야 한다.

반면 과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사건 사례를 비춰보면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

2012년 밝혀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금액은 899억2100만원으로 이는 자기자본(2조3183억원)의 3.9%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당시엔 대규모 법인은 자기자본의 2.5% 이상의 횡령을 공시해야 했다. 이와 동시에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당시 거래소는 이례적으로 한화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로 인해 당시 ‘재벌 봐주기 논란’이 제기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와 금융위는 지금껏 시장의 공급과 수요특성을 고려한 제도 차별화가 아니라 코스닥의 사전적 진입규제를 낮추고(테슬라요건) 사후적 퇴출심사는 강화하는 반면 코스피는 진입규제를 강화하고 퇴출에서는 봐주는 시장별 특성에 반하는 역차별화를 실시해왔다”면서 “따라서 삼양식품도 한화와 비슷한 수순을 밟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코스피 실질심사에서는 '대마불사' 논리가 불평등하게 적용됐다”며 “이번 심사에선 형평성 있는 심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4호(2018년 4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