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4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부지법에 출석했다./사진=임한별 기자
성폭행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법정에서 다 말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4일 오후 1시50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했고 오후 2시부터 박승혜 영장전담 판사 심리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지난달 28일 영장심사에 이어 두번째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넥타이를 매지 않은 감색 정장 차림으로 법원에 나왔다. 법원 입구에서 취재진이 '증거인멸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여한 적이 없다는 말씀이냐'는 질문에 "법정에서 말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한마디만 해달라'는 말에는 "죄송합니다"라고 답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판사는 검찰 측 의견과 안 전 지사 측 입장을 듣고 안 전 지사를 심문한다. 지난 2일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피감독자간음 등 혐의로 안 전 지사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안 전 지사의 혐의는 지난달 23일 첫 영장 청구 때와 같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혐의는 자신의 비서였던 김지은씨에 대한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 형법상 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다. 두번째 피해자 A씨 관련 혐의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 이번 영장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이 처음 청구한 안 전 지사의 구속영장은 지난달 28일 기각됐다. 서부지법 곽형섭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 인멸이나 도망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된 뒤 고소인들을 다시 불러 조사하고 휴대폰 등 압수물도 재분석했다. 또 참고인 조사와 2차 피해 여부, 증거인멸 정황 등을 보강 수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보강 수사 내용에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가 주장한 내용도 포함됐다. 전성협은 안 전 지사를 고소한 김지은씨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직원 A씨를 지원하고 있다.

전성협은 "(안 전 지사가) 자신이 범죄 당시 사용하던 휴대전화가 아닌 다른 휴대전화를 제출했다"며 "김씨가 도청에서 사용하던 수행 업무폰은 검찰 압수수색 전 모든 내용이 지워졌고 유심칩까지 교체됐다"고 주장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4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부지법에 출석했다./사진=임한별 기자
안 전 지사 측은 전성협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안 전 지사 법률대리인인 이장주 법무법인 영진 변호사는 "안 전 지사가 증거로 제출한 휴대전화는 지난해부터 사용하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업무용 휴대전화는 수행비서들이 업무 인수인계할 때 전달하는 것으로 김씨가 후임자에게 직접 넘겨준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 과정에서 안 전 지사가 해당 전화기를 소지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보강수사 결과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정황을 추가로 파악해 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늘 영장심사에서는 안 전 지사 측의 증거인멸 여부를 놓고 검찰과 안 전 지사 측이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지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서울남부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다. 구속 여부는 빠르면 이날 밤, 늦어도 5일 새벽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