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20위권 중견건설사 한양이 회장 친동생의 회사인 한양건설에 자사 아파트브랜드 '한양수자인'의 사용료를 받고 빌려줬다가 소비자 분쟁에 휘말렸다. 한양건설이 한양수자인 브랜드를 빌려 시공한 아파트에서 부실시공과 하자문제가 발생했지만 제때 대처하지 못하면서 그 여파가 한양으로 번졌다.

문제가 발생하자 한양은 한양건설의 브랜드 사용허가를 철회했다. 하지만 한양건설은 여전히 한양수자인 브랜드를 이용한 홍보를 지속해 추가 피해자 발생이 우려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양의 미온적인 대응이 소비자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한양, 한양건설, 뉴시스

◆친형제 건설사 한양과 한양건설, 브랜드 공동사용
A씨는 2015년 경기도 용인시의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 분양계약을 마치고 지난해 3월 입주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준공미승인으로 입주가 지연되고 전세계약이 만료돼 월셋집을 전전하다 결국 8개월이나 늦어진 지난해 11월 내집에 이사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화장실 물이 새고 욕조 타일이 떨어지는 등 하자투성이 아파트에 보수마저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230세대가 넘는 집이 지금까지 하자보수를 제때 받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이 아파트의 시공사는 이우식 회장의 한양건설. 이우식 회장은 한양 오너 이기승 회장의 친동생으로 한양과 브랜드 이용계약을 맺은 뒤 한양수자인 아파트를 짓고 분양했다.

그러나 부실시공과 하자보수 문제에 제때 대처하지 못했다. 입주민들은 분양받은 아파트의 시공사가 한양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불만을 쏟아냈다.


한양이 한양수자인 브랜드를 빌려주고 받은 사용료는 용인 광교산과 인천, 천안 등 3곳을 합해 총 3억5000만원이다. 광교산 한양수자인은 분양 당시 한양건설 직원들이 한양수자인 로고가 찍힌 명함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모델하우스 홍보부터 팸플릿, 심지어 계약서까지 한양과 같은 로고를 써서 일반 소비자는 두 회사가 서로 다른 법인이라는 사실을 알기 어려웠다"며 "한양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아파트를 구매했는데 지금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한양은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회사에 브랜드를 내줘 내집 마련 꿈의 실현에 부푼 입주민을 현혹시키고 우롱한 데다 결과적으로 입주 지연과 하자 발생에 따른 금전적 피해마저 입혔다. 한양건설의 시공능력은 한양과 6배 가까이 차이난다. 대한건설협회의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결과를 보면 한양은 25위, 한양건설은 145위다.

광교산 한양수자인 주민들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소비자 집단민원을 제기했다가 최근 아파트값 하락을 우려해 더 이상 민원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브랜드 빌려준 한양 측 관리책임 있어"
한양은 문제가 생기자 브랜드 사용허가를 철회했지만 한양건설은 여전히 '한양수자인', '한양아파트'라는 이름으로 지역주택 조합원을 모집하거나 공사 중이어서 추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한양건설의 전주다가동 한양아파트, 청주 흥덕 한양아파트, 수성레이크 한양아파트, 대구 태전동 한양아파트, 당진신평 한양아파트는 지역주택 조합원을 모집 중인 가운데 여전히 한양수자인 브랜드를 이용해 홍보한다. 심지어 한양건설을 도급순위 23위의 건설사로 표시한 곳도 있다.

울산덕하 한양아파트, 아산배방1·2차 한양아파트, 오산원동 한양아파트, 천안직산1·2차 한양아파트도 공사를 진행 중이며 분양 당시 한양수자인 이름으로 홍보해 예비 입주민들에게 잘못 알려진 상태다.

또 한양수자인뿐 아니라 한양아파트도 1970년대 한양 창립 당시 지어진 후 강남 압구정동 등 서울 부촌의 랜드마크인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소비자 오인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인민호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일반소비자에게 한양이라는 회사보다 서울 압구정·여의도 한양아파트가 더 널리 알려졌는데 한양이 브랜드를 여기저기 많이 빌려줘서 혼동을 주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양건설이 허가 없이 한양수자인 브랜드로 홍보하는 것과 관련해 한양 측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양건설로 인해 소비자들의 추가 피해가 예상되지만 한양 측은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것. 공정위 관계자는 "브랜드를 빌려준 측에서 사후관리를 잘못한 것은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재환 한양 상무는 "브랜드를 빌려준 뒤 하자문제 등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고 해 실무진 선에서 소송을 검토했지만 중단한 상태"라면서 "추가적으로 발견되는 곳은 사용불가 방침을 알리는 등 대처했고 아직 사용 중인 곳이 있다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설업계에서는 브랜드를 공동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비자 피해를 대비해 내부심사를 철저히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2014년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에 합병되면서 '힐스테이트' 브랜드 공동사용을 놓고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문제가 됐던 현대엠코의 아파트는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쓰지 않기로 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브랜드 사용을 허가하기 전 내부의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며 "아파트단지 소유권자의 참여 아래 관련자들의 권리나 이익 침해 소지가 없는지 등을 세부적으로 심사해야 승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