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하락세를 보였던 동양생명 주가가 이달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국정부가 지난 4월 초 동양생명의 최대주주 안방보험에 1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는 소식에 이어 최근 동양생명 중국인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지분 매각설은 당분간 일축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중국과 안방보험의 주가 관리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다만 금융당국이 동양생명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에 대한 중징계를 예고하면서 주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주가 띄우고 매각설 일축



동양생명은 뤄젠룽 대표이사와 피터 진(진슈에펑) 상무(경영전략본부장)가 각각 1만2000주, 6000주를 신규로 취득했다고 4월17일 공시했다.

뤄젠룽 대표는 지난해 9월 구한서 사장과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됐던 안방그룹 출신 인물이다. 지난 3월 말 구 사장의 퇴임 후 뤄젠룽 대표가 단독 대표이사가 됐다. 피터 진 상무도 안방보험 출신 인사로 지난달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뤄 대표의 자사주 매입은 경영진의 책임경영 의지이자 회사 발전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회사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됐다는 판단 아래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경영진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앞서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4월4일 안방보험에 608억위안(약 10조3299억원)의 구제금융 투입을 승인했다. 이는 안방보험의 회사 경영과 상환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임시적 리스크 구제조치로 경영 정상화 일환이다.

/안방그룹 홈페이지 캡쳐

중국정부가 안방보험 경영에 개입하면서 안방보험 해외사업을 처분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실제 중국은 안방보험이 보유한 해외자산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부동산 자산을 매각했다. 국내 금융권은 중국이 조만간 안방보험 해외사업 중 동양생명 또는 ABL생명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뤄 대표와 피터 진 상무가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동양생명 매각설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두가지 요인으로 하락세를 탔던 동양생명 주가는 이달 들어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7000원대 초반이었던 동양생명 주가가 8000원 후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까지만해도 기관투자자들은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손실규모에 주목하며 순매도로 대응했다. 이는 동양생명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당시 증권가에서도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피해 규모를 우려해 투자의견을 내려 잡는 분위기였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감독당국은 디레버리징을 위한 해외 자산 매각(부동산 및 해외 자회사 등)을 원한다는 점에서 동양생명이 매각 대상이 된다면 주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이달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동반 순매수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최근 1개월간 16% 수준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보감위의 약 10조원 규모 공적자금 투입이 결정됨에 따라 중국 안방보험의 지급여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점진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운용자산 포트폴리오 변경과정에서 대규모 처분이익을 시현한 이후 이익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졌지만 2018년 이익은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동양생명과 ABL의 중장기 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론 ABL 우회상장 수순?

업계 일각에선 안방보험의 주가 관리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시각과 함께 합병설이 나오고 있는 ABL생명의 우회상장을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뤄 대표와 피터 진 상무의 이번 자사주 매입에 대해 “회사 측에선 책임경영을 내세우지만 사실상 동양생명 매각설을 일축하고 기관투자자 물량을 끌어모아 주가를 띄우려는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먼 얘기가 될 수 있지만 비상장사인 ABL생명이 상장회사인 동양생명을 흡수합병하는 식으로 ABL생명이 우회상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이전 단계로 먼저 안방보험 측에서 동양생명 주가를 띄우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귀띔했다. 

안방보험은 2016년 ABL생명 인수 당시 동양생명과 합병하는 내용을 포함한 사업계획안을 제출했다. 합병시기는 ABL생명 직원들의 고용 보장 기간이 마무리되는 시기인 2020년으로 예상된다. 현재 안방보험그룹의 자회사인 안방생명보험이 동양생명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회사인 ABL생명은 안방그룹지주가 지분을 100% 보유 중이다.

다만 육류담보대출에 대한 당국의 중징계로 동양생명의 신사업 진출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은 주가 상승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업가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동양생명은 2007년부터 소고기를 중심으로 육류담보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이 보유한 육류담보대출 관련 총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3803억원으로 추정된다. 연체금액은 2837억원으로 전체 대출 잔액의 75%에 이른다.

이에 금감원은 동양생명에 육류담보대출 부실사태에 대한 징계를 사전 통지했다. 4월 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징계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일부 영업정지의 징계가 확정된다면 동양생명은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라 3년간 신사업 진출이 제한될 수 있다.